유머 채널

(그럴려던 건 아닌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다 미안하다.)
어째 오늘은 주호민 이야기로 채널이 떠들썩한데, 내가 보는 느낌에서는 참 느낌이 오묘하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지적장애,자폐성향 6살터울 여동생이 있고, 
(다행히 조용하고 폭력성 없이 여자 아이돌만 열심히 덕질하는 착하고 고마운 친구다.)
작년에 우리 반에 있던 한 자폐성향 남학생 덕에 아동학대 위기와 말그대로의 수많은 상처가 생겨본 초등교사다.

그런 위치에서 생각하면
주호민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서 학교에 보냈다는 것에 대해 아주 이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당장 우리집도 작년에 동생이 자살을 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덕에 담당선생님께 전화를 하고 그랬으니까.
아마 주호민네 집도 그 집 애는 부모님과도 정확한 의사 표현을 못했을거다. 
정확한 의사표현도 없이 그저 학교 싫어 선생님 싫어 라고 하는 애를 보며 
가족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법하다.
선생님이 무섭다라고 하면 선생님과 직접적 상담을 할 생각도 못했겠지. 했어도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거고.

또 한편 그런 위치에서 생각하면
그 선생님이 나도 너 싫어라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하면 안될 소리를 했던 것도 정상참작이 된다.
나는 작년에 우리반 금쪽이 덕에 얼굴에 손톱자국으로 살 일부가 찢겨나간 적이 있는데
그 금쪽이가 담임선생님 얼굴을 뜯은 이유는 급식 후 식판을 제자리에 가져다놓으라 라는 내 말에 
하기 싫으니 안하겠다! 라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과정이었다.
그러고는 자기한테만 뭐라한다며 선생님 싫다했는데 나도 같은 생각을 속으로 삭였다.

그리고 이런 일은 앞으로 계속 될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뭐 학교 현장은 서이초와 주호민 씨의 이슈화 이전과 비교하여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나마 툭하면 아동학대라하는 학부모님들이 폐급이라는 인식 정도가 생겼달까. (물론 대개 자기아이가 연루되면 똑같아지신다)
여전히 현장 선생님들은 '아이가 선생님한테 혼나는 게 무서워 일상생활을 못하겠다잖아요!' 라는 1%의 위험성을 가지고 
그대로의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시고 있다. 그냥 학교폭력 다 개인지도하지말고 그냥 신고하라고 안내하면 안되냐고?
단짝친구가 자기한테 생일선물 준다고 했다가 생일 까먹고 안줘서 '나 이제 너랑 친구 안할꺼야!' 하는 것부터 학폭 신고 당한 것에 대해 앙금을 가지고 전 피해자 학생을 계단 내리막에서 밀어버리는 것까지 학교폭력의 범위는 너무 넓다. 후자 같은 큰 사안만 학폭위로 넘겨도 학폭위는 1년 내내 열려있고 학폭 담당 선생님은 지쳐가는 게 눈에 보이는 걸. 
현실적으로 교사선에서 중재해야 하는 일이 훨씬 많고 이거에 불만인 학생과 가족들도 갈 수록 많아질거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런 공교육에서의 갈등이 조금 나아질까. 글쎄 확실히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할 수만 있다면 집값과 생활물가가 좀 안정되서 외벌이만으로 가족이 부양될 수 있는 사회라면, 그렇게 해서 주양육자가 너무 지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와 하루에 어떤 일이 있었는 지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그렇게 혹시 무슨 일이 생겼다면 바로바로 교사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훨씬 나아질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친구를 끊임없이 놀리다가 야 너 자꾸 그러지마라! 하면서 친구한테 꿀밤을 맞은 아이가 두 아이 모두 선생님한테 혼나고 서로 그러지마라고 이야기 들은 상황'에 대해 전후관계 이해 없이 '아니 우리 애가 폭행을 당했는데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혼내셨다는 게 말이 되나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좀 줄어들겠지.

특수학교, 특수학급, 특수교사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학교 현장에는 일반학급에서 통합교육이 가능한 장애아이와, 통합교육이 힘들어 특수교육나 의학의 도움이 더욱 필요한 장애아이,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병행하여 교육할 때 더욱 효과적일 비장애 주의력 산만, 경계선 지능 아이가 모두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위 학생들 모두 일반학급에서 함께 통합교육한다. 왜? 특수학급 수용 가능인원이 너무 부족하니까. 그 이상의 수용이 가능할만큼 특수선생님 수가 턱없이 적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일반학급 담임교사는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알아도 사실 별 수가 없다. 수업 듣기 싫다며 복도 나가버리는 학생을 위해 내가 쫒아나가면 나머지 모든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빈 칠판을 보게되는 걸. 어쩔수없이 수업의 난이도 수준은 학생들 수준의 중위권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그런 수업은 어떤 친구들에게는 너무 벅찬 수업일 수 밖에 없다. 그럼 뭐 '학교 선생님은 내가 수업 못 알아듣게 말해' 되는거고, '선생님 관심 받고 싶어서 복도 나갔는데 선생님이 나 무시했어' 되는거지... 특수학교, 특수학급이 확대되어 일반학교, 일반학급에서 힘들어하는 아이와 학부모들이 쓸 수 있는 대안책으로써 기능을 해야한다. 특수교사님들의 수가 늘어 정말 폭력성도 있거나 성적으로 관심이 많거나 힘이 쎄서 통제하기 힘든 몇몇 친구들을 위해 거의 1대1로 지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주호민 케이스도 문제가 안되었겠지. 혼자 있는데 바지 벗는 게 무슨 문제일까.

물론 이거보다 훨씬 쉬운 방법,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법이 있다.
현장 선생님들을 촌지받으면서 개꿀빨고 지나가던 학생들 다 잡아패는 예전 선생님들을 지금 그대로 대입시켜 교권은 이정도로 한번 떨어져봤어야한다, 자기들 힘들다고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천룡인으로 만들면서, 교사<->타직종간의 혐오를 부추기는 게 쉽고,
이미 3학년 교실에서 이미 6학년 과정을 다 떼고 온 학생과 한글도 다 못 뗀 아이, 수업중 돌발행동을 자주 보이는 장애학생에게 한 시간에 각 수준에 맞는 완벽한 수업이 동시에 가능하다고 홍보하며 그것에 문제가 있다면 교사 개인의 문제로 만들면 되고,
사회성이나 지적 수준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 장애학생들과 그 가족들까지 싸잡아 저런 애들 때문에 일반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라고 혐오를 퍼트리며, 장애 학생, 학부모<->일반 학생, 학부모 간의 갈등을 끌어내는 게 편하고,
정말로 필요한 특수학교나 장애인 복지시설은 들어서면 주변 땅값이 떨어질테니 결사반대하며 그런 거 필요없다하는 게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며,
부모님과 아이가 서로 오늘 있었던 일을 여유 있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부모님 모두 맞벌이 해야하니 애는 학교에서 저녁까지 돌보라고 하며 교사, 공무직<->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학부모 간의 구도를 만드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고 두서도 없는 글이 된 것 같아 불편하다. 오는 3월에 별일이 없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