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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기 앞서
- 필자는 법조계 관련 종사자가 아님. 가끔가다 판결문 읽는게 취미인 사람이고, 법리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음. 따라서 다음에 나오는 글에 대해 믿음을 가지는 것은 매우 위험함.

내가 멋대로 이해하기 쉽게 해석한 부분은 '해석 : '이라고 머리에 달아 둘 테니, 이는 판시된 문구가 아님을 유념해야 함.


- 글이 엄청나게 길어질 것이고 이는 당연한 일임. 애초에 몇줄 안되는 뉴스기사 보고 판결이유, 관련 법리를 이해하라고 하는게 말이 안됨. 다 읽기는 힘든데 왜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싶다면 적어도 5-4.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쟁점 3행위)만이라도 읽어보기를 바람.


- 수원고법이 무죄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아직 판결문과 보도자료가 공개되지 않았음. 그래서 해당 내용은 이 글에 없음.


- 직접 보도자료와 익명화된 판결문을 보고싶다면, 
대법원 보도자료 : https://www.scourt.go.kr/portal/news/NewsViewAction.work?currentPage=&searchWord=&searchOption=&gubun=6&seqnum=2465

익명화된 판결문 : https://casenote.kr/%EB%8C%80%EB%B2%95%EC%9B%90/2023%EB%8F%843477

쟁점 위주로 정리되어있고, 판결문 대비 가독성이 훨씬 더 높은 보도자료를 읽는것을 권장함.



1. 공소사실에 대하여
- 검사의 공소는 살인과 컴퓨터 등 사용사기 두개에 대해 이루어졌음. 대법원에서는 원심판결 중 살인에 대한 유죄부분을 파기했고, 원심에서 형법 제37조(경합범)에 의해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됨.

따라서 이 글은 공소사실 중 컴퓨터 등 사용사기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음.



2. 쟁점 공소사실의 요약(전문이 아니라 요약임. 누락된 부분이 다수 있음.)
- 알아두어야 할 것 : 공소사실은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 검사가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구체적 범죄사실임. 


2-1. 피고인의 동기에 대하여

- 피고인은 2010년 5월경 피해자와 혼인하여 아들 1명을 출산하고 살아오던 중, 2018년경 봉사단체 모임에서 만난 A와 교제하기 시작함. 2020년경부터 피고인은 A로 하여금 자신이 운영하는 공방에서 숙식을 하며 지내도록 하고 A와 함께 3차례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등 내연관계로 지내왔다.


- 피고인은 피해자와 혼인한 이후 다액의 대출금 채무, 공방 매출 감소, 각종 공과금 연체 등으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뒤늦게 위와 같은 사실들을 알게 된 피해자는 피고인을 크게 질책하면서도 피고인의 채무를 대신하여 변제해주기도 하였음.


- 그러나 피고인이 채무를 변제하려 노력하지 않고 2021년 초순경 피고인이 피해자 몰래 결혼 예물을 팔고 추가 대출을 받았으며 A와의 내연관계에 있음을 알게 되자, 피해자는 2021년 3월 중순경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태에 대해 경각심을 주기 위해 '목을 매다는 영상'등을 보낸 적이 있음. 


-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사망보험금, 피해자 소유의 부동산 및 예금 등을 상속받는 한편 A와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평소 자신이 전자담배를 피우는 과정에서 소지하게 된 니코틴 원액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음.


2-2. 피고인의 범행 준비 및 실행에 대하여

- 피고인은 2021. 5. 26. 06:40경 ~ 07:00경 사이에 출근하려는 피해자에게 미숫가루, 꿀, 우유에 불상량의 니코틴 원액을 넣어 혼합한 음료와 햄버거를 주어 피해자로 하여금 먹게 함. (쟁점 1 행위)


- 피해자가 속쓰림과 오심 증상만 보일 뿐 사망하지 않자 피고인은 같은 날 20:00경 ~ 20:30경 사이에 흰죽을 만든 후 그 안에 다량의 니코틴을 넣어 피해자로 하여금 먹게 함. (쟁점 2행위)


- 피해자는 같은 날 22:30경 극심한 흉통을 호소하며 피고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피고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같은 날 23:26경 병원 응급진료센터로 이송되어 수액과 진통제를 맞는 등 치료를 받은 후 그 다음날인 2021. 5. 27. 01:30경 귀가함. 


-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하자, 같은 날 01:30 ~ 02:00경 사이에 피해자에게 물을 마시라고 권유하면서 다량의 니코틴 원액을 탄 찬물을 건네주고 피해자로 하여금 이로 마시도록 하여(쟁점 3행위), 같은 날 03:00경 무렵 피해자로 하여금 급성 니코틴 중독 등으로 사망하게 하였음.


-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3. 소송 경과

3-1. 제1심

- 전부 유죄, 징역 30년 선고


3-2. 원심 (제2심)

- 제1심의 판결을 파기.
- 살인 공소사실 중 쟁점 3행위와 컴퓨터 등 사용사기에 대하여 유죄, 징역 30년 선고

- 살인 공소사실 중 쟁점1, 2행위는 이유 무죄 (주문에 적히지 않고, 이유에만 무죄선고가 표시되었다 하여 '이유 무죄'임)

- 유죄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상고, 이유무죄 부분에 대해서는 검사가 상고함.



4. 원심의 판단 이유

4-1. 살인의 공소사실 중 쟁점1, 2행위 : 이유 무죄

- 피해자가 응급실에 이송되었을 당시 채취한 혈액은 보관기간 경과로 해당 병원에서 해당 혈액을 파기함.


- 이로 인해 결정적 증거가 사라졌고, 피해자가 미숫가루 음료나 흰죽을 섭취하고 호소한 증상들, 응급실 이송 후 피해자의 상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가 호소한 증상들이 니코틴 음용에 따른 것이 아닐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배제하기 어려움.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


- 해석 : 피해자가 니코틴을 섭취했다는 사실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혈액이 파기되어서 정황증거(간접증거)만으로 이를 증명해야 함. 정황 증거로 공소사실에 제시한 복통 등의 증상은 니코틴 음용이 아니라, 다른 질병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증명했다고 보기 힘들다. 기침을 한다고 해서 폐렴이 아닌, 감기 등의 타 질환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움.


4-2. 살인의 공소사실 중 쟁점 3행위 : 유죄

- 피해자의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이고, 니코틴이 피해자에게 투여된 방법은 경구 투여로 추정된다. 


* 전문가의 의견

- 국과수 소속 부검의는 피해자가 응급실을 다녀오고 01:20~02:00경 피고인이 준 물을 마신 직후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검사 측 증인 G교수는 '2차 음용 후 증상이 호전된 뒤 피해자의 니코틴음용정황은 01:30~02:00경 피고인이 건네 준 찬물 한 컵을 마실 때밖에 없기 때문에 이때 니코틴을 음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상황이든 2차 음용 후 다시 과량의 니코틴 경구 투여가 있어야 피해자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 동기

- 피고인의 내연관계 및 피해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취득하게 되는 피해자의 재산, 사망보험금 등의 경제적 목적이 충분한 동기로 작용하였다고 판단된다. 


* 범행 도구의 조달

- 피고인은 여러 차례 니코틴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고, 피고인에게 니코틴 제품을 판매한 가게 업주는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압수된 액상 니코틴에 관하여 원액을 5방울 정도 추가로 첨가해주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니코틴을 과다 복용할 경우 사망에 이를 만큼 위험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진술하였다. 


* 피해자의 정황

- 피해자는 주거지 안에서 런닝셔츠를 입고 하의는 완전히 탈의한 모습으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피해자가 스스로 니코틴을 음용하였다고 볼 만한 어떤 흔적 및 유서가 발견된 바도 없다. 피해자의 사망 전 행적이 평소와 다를 바 없어 자살을 염두에 둔 사람의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니코틴을 음용하여 자살하였을 가능성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배제할 수 있다. 


- 제3자 및 사고에 의한 사망가능성은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것에 불과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 해석 : 쟁점1, 2행위와는 달리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라고 판단했음. 점주의 진술은 범행현장을 진술한 것이 아니라서 간접증거라고 봐야 하는걸로 알고있음.


5. 대법원의 판단.

5-1. 쟁점

- 무죄추정의 원칙, 간접증거 및 간접사실에 따른 증명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의 살인 범행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5-2. 관련 법리

- 살인죄와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유죄 인정에는 공소사실과 관련성이 깊은 간접증거들에 의하여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이 상호 모순, 저촉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 (중략)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등 참조)


- 해석 : 안타깝게도 이 사건에는 직접증거가 단 한개도 없음. 더군다나 유죄가 확정될 경우 1심, 원심의 판결만 봐도 징역 30년의 매우 중한 형벌이 내려지고, 간접증거만으로 판단해야하는 만큼 높은 증명력이 요구됨. 

 이와 같은 높은 증명력은 직접증거가 피해자의 진술 단 하나만 존재할 때도 요구됨.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6413 판결 등 참조)


5-3.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음.


5-4.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쟁점 3행위). 여기가 본론이고 매우 복잡함.

1) 범행 준비 및 실행에 관하여


* '피고인이 /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서 / 피해자로 하여금 음용하게 했다'는 공소사실의 증명

- 원심이 채택한 간접증거 중 G교수의 감정의견 : '부검 결과 심혈에서 5.21mg/L, 말초혈액에서 2.49mg/L의 치사 농도에 해당하는 니코틴이 검출되어 피해자가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한 것은 확실하고, 증상이 호전된 뒤 피해자의 니코틴 음용 정황은 피고인이 건네준 찬물 한 컵을 마실 때밖에 없으므로, 이때 니코틴을 음용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 부검의나 G교수의 감정의견 등은 피해자의 사인이 급성 니코틴 중독이라는 점 및 응급진료센터를 다녀온 후 피해자에게 과량의 니코틴경구 투여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증거방법으로서는 그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음용의 경위에 관한 부분은 수사기관이 제시한 '피고인이 건네준 찬물을 마실 때밖에 없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공소사실이 증명된다고 볼 수는 없다. 


- 해석 : 내가 위에 써둔 것 처럼 증명해야 하는 공소사실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음. 그러나 원심이 채택한 간접증거로는 '피해자가 응급실을 다녀온 뒤 투여된 니코틴이 사인이다.' 만 추론할 수 있지, 그 니코틴 투여를 피고인이 주도했는지는 알 수 없음. 

 따라서 공소사실 '피고인이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서 피해자로 하여금 음용하게 했다'는 수사기관이 제시한 상황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으로써 그 자체만으로는 증명할 수 없음. 

 타당한 명제는 참이 되려면 전건이 참이어야 함.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후건긍정의 오류를 찾아보면 이해가 빠를거임.


* 니코틴 노출시 증상에 대하여
- 니코틴에 대한 기록 : 노출 시 통상 15분 이내로 오심, 구토 , 설사 등의 증상이 발현된다. 경구 투여 시 최고 농도에 이르는 시간은 약 30~66분으로 알려져 있으며, 투여 후 최고 농도 시기를 지나면 빠르게 회복됨. 


- 피해자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와 대법원의 판단 : 2021. 5. 27. 02:45경 가상화폐 시세 호가창 등 캡처 화면을 확인한 로그기록이 발견됨. 

 이 시각은 피고인이 찬물을 준 때부터 45분내지 1시간이 경과한 때로, 니코틴이 최고 농도에 도달하게 되는 시점. 공소사실대로 피해자가 01:30경 ~ 02:00경 사이에 피고인이 건넨 치사량에 이르는 니코틴이 든 찬물을 마셨다면, 위 시각까지 특별한 증상의 호소나 구조 요청 등이 없이 휴대전화를 보고있는 피해자의 행적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 피고인이 건네준 찬물에 치사량이 넘는 니코틴이 들어 있었는가
- 물에 대한 기록과 대법원의 판단 : 피해자가 사망한 후 피해자의 방안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책상 위의 물컵에 물이 2/3정도 차 있고 피고인은 그것이 찬물을 따라 피해자에게 준 물컵이라 진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남긴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컵의 용량, 물의 양, 피고인이 넣은 니코틴 원액의 농도와 양 등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 해석 : 공소사실에 피해자가 음용했다는 물컵의 행방이 기술되어 있지 않고, 방 안의 컵과 자신이 준 컵이 동일하다는 피고인의 진술에 유효한 반론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됨. 심지어 해당 진술이 거짓임을 밝혀도 검사는 컵의 용량, 물의 양, 피고인이 넣은 원액의 농도와 양에 의해 치사량이었음이 확인되는 물컵의 존재를 증명해야 함.


* 범행 준비 정황에 대하여
- 피고인은 2020. 8. 18. 부터 2021. 5. 14.까지 I매장에서 5회에 걸쳐 합계 407,000원을 결제함. 더불어 니코틴을 과다 복용할 경우 사망에 이를 만큼 위험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 


- I매장 업주의 진술 : "피고인이 처음에는 플라스틱 용기에 든 액상 니코틴을 구입하였으나 이후 상자에 든 J 니코틴 제품을 주로 구입하였고, 경찰이 압수한 액상 니코틴 'H 제품'은 피고인에게 한 번 판매한 적이 있는데, 판매 당시 피고인의 요청으로 불법이긴 하나 니코틴 원액을 5방울 정도 추가로 첨가해 주었다."


- 대법원의 판단 : 피고인이 전자담배 흡연자이기 때문에 액상 니코틴을 살해 수단으로 준비했다고 보기 어려움. 니코틴을 이용한 살해 범행을 계획, 실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반적 위험성 인지를 넘어 치사량, 불법적인 경로로든 구할 수 있는 니코틴 원액 내지 희석액의 농도와 사망의 결과에 이를 만한 투입량, 투입 방법 등에 대한 정보와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은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적과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매체, 주거지 압수수색 등을 통하여 범행 계획이나 준비와 관련된 단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피고인이 사전에 범행을 준비하거나 계획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 해석 : 니코틴 과다가 위험하다는 것은 '일반적 위험성 인지' 임. 그러나 니코틴으로 범행을 계획, 실행하려면 일반적 위험성 인지를 넘어 치사량 등에 대한 지식이 필요함. 이에 대한 증거는 '성인 남성 니코틴 치사량'과 같은 검색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음. 

 이는 범행의 우발적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도 필요함.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형량이 달라질 수 있는 중요한 검토부분임.


* 살해에 사용된 니코틴 원액이나 도구의 특정 여부
- 피고인이 가지고 있다가 압수된 'H 제품' : 피해자의 생체시료에서 검출된 니코틴과의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음. 


- 'H제품'의 니코틴 함량과 대법원의 판단 : 수사기관은 피고인의 요청으로 'H 제품'에 니코틴 원액을 몇 방울 추가하였다는 업주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압수된 제품에 대한 니코틴 함량 시험을 시행하지 않음.

 압수된 'H 제품'중 사용분에 포함된 니코틴 함량은 약 95mg에 불과하여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2,465.1mg 정도로 추정되는 피해자의 니코틴 음용량과 비교할 때 그 차이가 상당하고, 가게 업주가 첨가하였다는 니코틴 원액의 정확한 농도나 양도 알 수 없음. 따라서 압수된 'H 제품'이 범행에 사용된 제품이라거나 그 존재가 피고인의 범행 준비 정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해자의 살해에 니코틴을 탄 찬 물이 사용되었다면 일반적인 유통품이 아닌 고농도의 니코틴원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범행을 위해 어떤 경로로든 원액을 구매하거나 확보하여 준비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도 뚜렷이 확인되지 않는다


- 해석 : 난 여기랑 아래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봄. 압수된 제품이 범행도구라면, 점주가 추가한 니코틴 원액의 니코틴 함량에 따라 치사량에 도달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가를텐데 그 증거가 없음. 이외의 경로로 준비했다는 정황도 없음.


2) 피해자의 음용 과정에 관하여

* 니코틴 원액의 음용
- 심리에 참여한 의학교수들의 진술 : '니코틴 원액보다 70배 이상 낮은 농도의 니코틴 용액을 혀에 살짝 대는 정도로 대보았을 뿐인데도 타는 맛이 나며 혀를 찌르는 듯한 자극적인 감이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니코틴 원액을 1%로 희석한 용액도 역겹고 타는 맛이 나 섭취하기 쉽지 않다'


* 피해자의 니코틴 추정 음용량
- 원심 증인 K의 진술과 의견서에 따른 추정 : 피해자의 말초혈액에서 검출된 혈중 니코틴 농도 2.49mg/L를 기준으로 음용량을 계산하면 2,465.1mg이다. 이는 99% 니코틴 용액으로 환산할 때 2.49ml에 이르며, 직접 음용한 음용량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원심 증인 G의 진술과 감정서에 따른 치사량 : 경구 투여 시 니코틴의 최소 치사량은 500mg ~ 1,000mg 이다. 2.49ml는 최소 치사량을 상당히 초과하는 수준인데, 피해자의 방 안에 있는 물컵의 물을 1/3정도 마심으로써 위와 같은 혈중 니코틴 농도에 이르렀다면 컵에 든 니코틴 함량은 위 추정 음용량보다 더 많았을 것이다. 


- 대법원의 판단 : 의식이 뚜렷한 피해자에게 니코틴 원액을 탄 물을 몰래 마시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매우 특이한 맛이 나는 원액을 발각될 위험을 무릅쓰고 찬물에 타서 마시게 하는 살해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은 경험칙상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음용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가능성에 기대어 공소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형사재판의 증명 책임과 엄격한 증명의 정도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 해석 : 만약 물컵에 든 물을 1/3 정도 마심으로써 2.49ml의 99% 니코틴 용액을 섭취하려면 물컵 전체에는 적어도 7.47ml의 용액이 들어있어야 함. 이를 통해 물컵의 총 용량을 추정하면 '역겹고 타는 맛이 나는 1% 용액'일 시 '적어도' 740ml가 필요함. 발견된 물컵의 용량이 저 정도는 아니었나봄...


3) 피해자의 사망 원인에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에 의한 다른 행위 개입 가능성

* 자살에 대하여
- 피해자는 2021. 3. 14. 새벽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목에 상흔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임.

-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자살방법' 검색 내역이 있고 그 검색을 전, 후로 있는 통화 또는 메시지 발송 내역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 본인의 검색 기록으로 볼 여지가 있음. 


* 니코틴에 대하여
- 원심 증인 K와 G의 진술 : 니코틴의 음용량이 상당히 높았을 것으로 보이나 즉사에 이를 정도의 양은 아니었다. 

- 피해자의 흡연가능성 : 피해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았다는 내용의 피해자 아들의 진술, 피해자의 차 안에 유통기한이 남은 니코틴 배출 용도의 알약 형태 제품의 존재


* 대법원의 판단

- 즉사에 이를 정도의 양이 아니었음에도 피해자의 방 안을 비롯한 사건 현장에서는 찬물을 마신 직후 피고인에게 저항하거나 구토 등 반사 반응을 일으키고 구호 요청을 하는 등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흡연 등으로 인한 반대 사정들을 배척하고 피해자의 사망원인에 밝혀지지 않은 다른 행위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는데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음. 


4) 범행 동기에 관하여
- 원심이 판시한 동기 : A와의 내연관계 유지 및 피해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취득하게 되는 피해자의 재산, 사망보험금 등 경제적 목적


* A와의 내연관계에 대하여
- 피해자의 내연관계 인지와 자살시도 등 피고인과 피해자의 부부관계가 매우 악화된 상황에 있기는 하였다. 


- 부부관계 회복의 정황 : 그 후 카카오톡 대화내용에 의하면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 서로 간에 극심한 다툼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음. 피고인과 피해자는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2021. 5. 2. ~ 5. 23.까지 아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기도 함. 


- 피해자의 자살시도 이후에도 피고인은 A와의 내연관계를 유지하였으나, 범행의 동기나 계기가 될만한 별다른 사정변화가 드러난 바 없음. 따라서 A와의 내연관계 유지가 살인 동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좀 더 심리할 필요가 있음. 


- 해석 : A와의 내연관계 유지에 피해자를 살인하는 것이 필수불가결 해 보이지 않는데, 이것이 동기로 작용하였는지 확정할 수 없다는 태도인듯.


* 경제적 목적에 대하여

- 대법원의 판단기준 : 일반적으로 금전적 이득의 기회가 살인 동기가 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음. 행위자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클수록 더욱 강한 동기로 작용하며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감행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가 가족관계와 혈연관계까지 포기하고 살인을 감행할 만큼 강렬한 유발 동기가 있어야 한다. 피고인은 경제적으로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자신의 재산이나 주변으로부터의 원조를 기대할 수 있었음. 이럼에도 불구하고 만 6세의 어린 아들을 두고 가정생활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살인을 감행하였다고 보려면 그 범행 동기가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 피고인의 부채 : 피고인 명의의 대출 채무 중 대부분은 피고인과 피해자 주거지의 임대차 보증금 관련 가계 전세자금 대출로 이는 피고인이 오롯이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없음. 피해자의 수입이나 채무액을 상회하는 임대차보증금 또한 있었기에 해결가능성이 없었다고 볼 수 없음. 그 외 다른 대출액은 비교적 소액이다.


-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압박가능성 : 주거지와 공방 차임, 대출금 채무 변제, 각종 공과금 등은 피해자가 부담해 온 부부공동생활을 위한 생활비적 성격의 비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보임. 피해자 사망 무렵 미납액이 부부가 혼인생활을 유지하며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 피해자의 사망으로 피고인이 얻게 될 재산 : 이혼시 재산분할 상황과 비교할 때 다액으로 보이지 않음. 오히려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피고인이 감당하여야 할 피해자의 금융기관 채무도 존재함. 


- 피해자 명의의 보험 : 혼인 직후 피고인 모친의 지인을 통해 가입한 것으로 상해 또는 질병 사망, 암 진단 및 치료, 수술비용 등을 보장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손해보험 2건.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후 2021. 6. 25 경 보험 담당자에게 자신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전송하고, 담당자는 같은 달 28. 경 피고인에게 구비서류를 안내한 바 있음. 그러나 보험 담당자의 진술 등에 비추어 보아 적극적으로 피해자 사망 관련 보험금 지급 절차를 알아보지 않았고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임


5) 범죄 후 정황에 관하여 

- 수사 협조 : 피고인은 피해자 사망 직후 스스로 수사기관에 부검을 원한다고 진술함으로써 구체적인 사망원인이나 경위를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 증거 인멸 정황 없음 :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사실을 신고하고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관련 증거를 인멸할 충분한 시간이 있어 보이는데도 찬물을 따라 주었다는 컵은 방안 책상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고, 수사기관이 불법으로 니코틴 원액을 추가하였다고 주장하는 'H 제품'또한 그대로 소지하고 있었다


- 위와 같은 사정들로 인해 독극물을 이용하여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 해석 : 사실 수사기관의 부검에 유가족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음. 형사소송법 제 222조(변사자의 검시)에 따라 검시를 받거나 긴급을 요할 때에는 영장 없이도 가능함. 그래도 유가족의 반발로 인해 부검이 지연되는 등의 일이 벌어지는데, 부검을 원했다는 점을 주목한듯. 


6. 결론

-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및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7. 나의 사견

* 왜 이렇게 까지 엄격한가

- 피고인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고 이것이 확정판결이 된다면 국가기관에 의한 자유의 기본권의 제한이 이루어짐. 

사적제재를 금지하고 있는 법치국가에서 '타인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엄격히 금지되니, 저 문장에서 타인을 국가기관으로 바꾸기만 하면 튀어나오는 '국가기관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타인에 의한 기본권 제한'과는 다를 필요가 있음.


* 법률기사는 생략된 부분이 엄청나게 많다는걸 알았으면 좋겠음

- 서두에서도 설명했듯이 기사 몇줄로 판결이유를 이해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임.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욕부터 하고 본다'라는 이유로 비난받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함. 

 변호사라는 전문자격을 두고 괜히 따로 다루는게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들은 사법처리 과정을 이해 못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함. 사법 불신 등의 문제는 이 오해를 풀어나가면서, 또 개혁이 필요하다면 사람들이 의견을 낼 수 있을정도로 정보 격차가 좁혀지면 좋겠음. 난 이 과정에서 LLM같은 AI기술이 활용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음. 


* 검사 어떻게 함?

- 간접증거만으로 공소사실 증명해야 하는 사건은 처음 봤는데 경제범죄 판결문은 얼마나 복잡할지 상상이 안된다. 요즘 평검사 사표율 높아지는게 이상하지 않은듯...


우측 하단에 글자 갯수 카운터 보니까 1.2만자가 넘어가고있네. 수원고법 판결기사 보고 적기 시작했는데 날도 넘겼다 ㅋㅋ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