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바로 석궁이 동시기 일반 활에 비해 위력이 높아서 석궁은 갑옷을 뚫는데 일반 활은 갑옷을 못 뚫는다는 것임


이런 오해는 활을 당겼을 때 활시위에 걸리는 힘이 석궁을 당겼을 때 시위에 걸리는 힘보다 낮게 측정된다는 점에서 옴


일반적인 영국제 전투용 주목 장궁이 당기는데 180파운드 전후의 힘이 필요한 것에 반해


동시기에 사용된, 갑옷을 뚫을 수 있다는 베네치아제 강철석궁의 경우 1000파운드 이상의 힘이 필요했음




하지만 실제 전장에서 1000파운드급 강철석궁과 180파운드급 장궁은 위력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었는데, 화살에 실리는 위력에는 활시위를 당기는 힘뿐만 아니라 시위를 당기는 거리도 적용되었기 때문임


석궁은 그 휴대성에 신경을 쓰느라, 그리고 활대의 탄성을 최대한 강화하느라 일반적인 활에 비해 활대의 길이가 많이 짧은 편이었고, 이는 곧 활시위가 당겨지는 거리도 일반 활에 비해 크게 짧다는 것을 의미했음


시위에 걸리는 힘이 아무리 강해도 그 힘으로 화살을 가속하는 시간이 짧으면 힘이 온전히 전달되기 어려운 법


그래서 이 시위가 당겨지는 거리의 차이로 인해 실제 석궁의 위력은 당기는 힘이 1/4~1/6 정도인 활과 비슷한 수준이었음




결론은 비슷한 시기에 쓰인 투사무기는 석궁이나 활이나 비슷비슷한 위력을 냈고, 1000파운드짜리 강철석궁에 뚫리는 갑옷은 동시기의 180파운드짜리 장궁으로도 가볍게 뚫어제낄 수 있었다는 것임


그러면 왜 굳이 연사력 빠른 활을 안 쓰고 석궁을 썼냐고?


활은 숙련되기 어렵고, 상당한 근력을 필요로 해서 전문적인 훈련을 거쳐야 간신히 화망을 짤 수 있는 궁병대가 나오는데, 석궁은 그냥 아무나 데려다가 장전기 다루는 법과 대강 방향 잡고 겨냥하는 법만 가르쳐 놓으면 똑같이 화망 사격이 가능한 궁병대가 나오거든


훨씬 병력 육성이 싸게 먹히는데 안 쓸 이유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