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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파업의 아이콘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금속노조와 화물노조.



한쪽은 근로자의 모임, 한쪽은 개인사업자의 모임이라 성격이 전혀 다른데

파업의 방향성과 목적이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원하는건 대부분 급여와 관련이 있다.

연봉협상이나 안전운임제 등등

협상의 주요 골자도 임금과 급여로 진행된다.


파업의 목적도 명확하다.

생존권, 안전문제, 돈, 추가인력을 명확히 명시한다.


이 목적과 동떨어진 주제로 협상이 들어가거나, 

협상의 결과가 목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욕을 먹는다.


예를 들어서,

안전운임제를 도입해도 줄어들지 않는 화물차량 사고라던가.

임금이나 안전과 관련이 많이 떨어지는 자녀 고용이라던가.

(이것도 파고들면 따져볼게 많지만 다루지 말자)


목적이 명확하니 협상과 타협이 되고

설령 지탄을 받더라도 단체 자체는 오래 존속하고 제 기능을 지속적으로 한다.


의사 파업은 이게 안된다.


의사들의 수가 늘면

대부분 고용형태가 근로소득자가 아닌 의사들은

소득이 그만큼 줄어드는 문제에 당착한다.


특히 개원의들은 경쟁자가 급격하게 늘기때문에 

가뜩이나 과포화 상태인 수도권 '의원'경쟁에서 밀려나기 십상이다.


지금 대학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인턴~레지던트들은

지금까지 들여왔던 노력, 

직업의 희소성과 전문성

엄청나게 많은 업무량 등을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응급실이나 비인기과, 특히 외과를 생각해보면 과로문제도 심각하다.


그리고 많은 의사들이

'나중에 개인 의원 차려서 나갈거야'라는 꿈이 있다.


비인기과라도 개업의로 잘만 되면 소득이 많이 올라간다.

비급여 진료를 볼 수 있으니까


일반의로 그냥 피부시술 하는 의원을 차리면

돈을 쓸어담는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헌데 의사의 수가 늘고

심지어 피부미용시장이 개방되면?


인턴~레지던트들은

지금까지 죽어라 힘들게 버티고 이악물던 시절이

물거품이 되는거다.


개인 의원을 가진 개업의들은 말할것도 없다.


이들이 원하는건 향후 기대소득이 유지되는 것이다.



의사도 사람이다

돈을 벌고싶은 마음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들은 이걸 부정하면 안되었다.


파업의 명분을 구차하고, 지리멸렬하더라도

화물노조나 운송노조처럼

"나도 개업해서 돈 많이 벌고싶다!"

"지금처럼은 못살겠다!"


라고 했으면

지금같은 상황은 절대 안벌어졌다.


파업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왜 잘난 전문직인 의사가 돈을 적게번다고 파업할까?"

"의사마다 소득수준이 차이가 많이나나?"

"헐. 개원의하고 병원소속 의사하고 이렇게 많이 차이나?"

"왜 그럴까?"

"수가 책정이 개원의만 유리하게 되어있잖아?"

"종합병원 이상 소속 의사들 근무시간은 또 왜 이지랄이야?"

라고, 적어도 사실인식을 다른 방향성으로 갈 수 있었다.


의사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지금보다 많아질 것이다.


(진짜)필수의료의 수가산정문제

피부미용시장의 문제

대학병원, 종합병원의 과중한 업무문제

이것들이 의사 대신 표적이 되어서 

의사 대신 욕을 먹거나 해결해야할 방향성으로 잡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왜냐. 지금의 구조가 너무나 좋으니까

피부미용시장은 문신 그 하나마저 못내줄 정도로

그 누구도 건드려선 안되며

수가 산정과 인상은 언제나 개원의 주도로 이루어져야 하니까


의사 모두가 나중엔 병원 때려치고 나가서 개업의를 하고싶으면서

자신들은 화물노조나 금속노조같은 '천박한'것들과 달리

절대 '돈' 때문에 파업하지 않는다는 '명예'도 지켜야 하니까.


나 또한 일개 근로자여서

화물노조나 금속노조의 행태를 보면서 혀를 찰 때도 있지만

그들이 있어서 나의 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응원을 하기도 한다.


적어도 그들이 오랫동안 정부, 회사, 이해관계인들과 

지속적으로 협상을 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던 이유는

목적이 명확하고, 바라는 바를 확실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돈은 먹고 살기위한 수단이다.


돈은 더럽거나 깨끗한게 아니다. 

돈은 수단일 뿐인데.

가장 돈을 바라고 있는 의사들이

가장 돈을 더럽게 취급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분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