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집안 꼬라지를 설명하자면


친부가 엄마보다 띠동갑이상으로 많고, 엄마도 20대 초에 날 낳으셨다.

친부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내가 어렸을 적에 엄마와 나를 방치하고 다른 여자랑 살림을 차려서

얼굴, 목소리, 기억도 없고 사진도 본 적이 없다.

그냥 단순하게 정자 제공자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서 아빠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친부는 엄마와 함께 살기 전에도 이혼한 경력이 있다.

그때 낳은 자식이 나랑 띠동갑 누나다.

관계 상 이복누나이지만 보는 사람들이 친누나라고 이해할 것 같아서 이복누나라고 쓰겠다.


여기 채널에서 본 이야기를 보면서 '소설같아서 재밌네~' 생각은 했었지만

실제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못했다. 아무튼 그런 소설을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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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누나가 있다고 들은 것은 내가 초등학생 6학년 때였다.

당시 내 이름이 최ㅇㅇ(가명) 이었는데

엄마가 출생의 비밀을 얘기해줬었다.

"원래 너는 이ㅇㅇ 이고, 최ㅁㅁ는 친부가 아니라 이ㅁㅁ가 친부다. 그리고 이ㅅㅅ라는 너의 이복누나가 있다"

그 때 기억으로 내가 기억이 나기 시작했을 때 아빠가 있었는데

초등학교 들어가고 얼마 안 지나서 이혼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엄마 성으로 이름을 바꾸려고 했는데, 그러려면 원래 이름으로 돌아갔다가 개명을 해야한다고 하더라고..."

딱히 충격을 받거나 그러지도 않았었다.

그 때는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영향이어서 그런지

"와! 드라마같다!" 철없이 얘기했었다.

그 때 엄마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자식이 그렇게 충격받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섞인 오묘한 표정이었다.


아무튼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이름을 두 번 걸쳐서 개명했다.

최ㅇㅇ - 이ㅇㅇ - 김ㅇㅇ

그때 초등학교 담임이 엄청 걱정했었고 중학교 입학했을 때도

친구들이 출석부, 명찰을 볼 때 내 이름을 보고 "뭐야 너 최ㅇㅇ"아니였냐?" 물어보는 일도 많았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초등학교 졸업했을 때 졸업장의 이름이 이ㅇㅇ으로 되어 있어서

나만 뒤집어서 몰래 주던 것이 기억난다.


다행히 친구들이 그런 것으로는 놀리거나 왕따를 시키지 않았다.

그 때 당시만 하더라도 이혼 가정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았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았었다.

심지어 개명 문제로 법원에 간 적이 있어서 오전에 등교를 안 했었는데

과목 수업 중간에 교실에 들어갔을 때 선생님이 장난식으로

"뭐야! 너! 늦잠잤냐?!" 농담했을 때

"아 저, 이름 때문에 법원에 좀 다녀왔습니다" 대답하니까

선생님이 복도로 불러서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던 것도 기억난다.

수업이 끝나고도 친구들이 내 주변에 와서 그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든다고 내 편을 들어줬다.

딱히 선생님을 당황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그냥 순진한 아이였다. 그 때 당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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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서론이 길었는데, 

한 달전에 형사한테 전화가 왔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벌벌 떨면서 전화를 받았었는데

악연이라 해야 하는지 그렇다고 연이 있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는 친부라는 사람이 고독사를 했다고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사람이 죽었으니까, 타살의 가능성을 두고 수사한 뒤에 지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밝혀졌고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을 하는 중이라고 했었다.


들었을 때는 달갑지는 않았다. 사람이 죽었으니까. 그런데 나보고 뭐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짜증이 좀 나기도 했다.

친부가 주변 사람들과 연이 끊겨 있어서 일단 자식들에게 연락을 했고, 혹시 장례식 할 생각이 있는지도 물어봤다.

장례식 할 돈도 없고, 이제는 남인 사람인데 안 한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형사가 "이ㅅㅅ" 분 아시나요? 물어봤다.

이복누나라고 얘기를 하니까, 그 분도 장례식 안 치른다고 얘기해서 조만간 구청에서 시신처리 위임서 연락이 올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또, 그 분이 내 전화 번호를 알고 싶다고 하는데 알려줘도 되는지 물어봤다.

이복누나가? 왜 나를 굳이? 이 생각이 들었었는데

친부가 죽었으니까 상속 문제 때문에 그러는가 싶어서 드리라고 얘기했다.


전화가 끝나고 왠지 일에 손이 안 잡혀서 상사한테 몸이 안 좋다고 반차를 쓰고 나왔다.

사실 친부가 죽었으니까 그걸로 쉴 수도 있었는데 굳이 내가 장례식을 하지 않는다고 정했었고

굳이 알려봤자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


엄마한테 전화하면서 퇴근했다. 엄마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하다.

"천벌 받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그렇다고 고독사까지는 조금... 불쌍하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약간 마음이 착잡해졌다. 엄마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

훌쩍이면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것이 내가 더 미안했다.


길에서 줄담배 뻑뻑피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혹시 김ㅇㅇ 전화 맞으실까요?"

한 20대 후반 정도의 여자가 조금은 떨리는 듯하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네"

"그... 저는 이ㅅㅅ 입니다"

이복누나였다. 문자나 카톡으로 연락 올 줄 알았는데 그 날 바로 전화가 올 줄을 상상하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그 소식은 들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런데 아버지라는 말이 나한테는 거슬렸다.
엄마가 얘기해줬을 때, 그래도 이복누나는 친부랑 같이 오랫동안 지냈다고 들었었다.

"친부요? 조금 전에 형사한테 들었습니다"

"아 네..."

그러고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나도 담배 피고 있기도 하고

굳이 궁금한 것도 없었다.


"그 혹시... 만나서 얘기 가능할까요?"

"만나서요? 어떤 얘기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내 말을 듣고 엄청 당황했다.

아.. 그.. 그러니까 반복하면서 말을 더듬었는데

전화 옆에서 "진정해!"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남편인 것 같았는데.


겨우 진정하고 이복누나가 "한 번 보고 싶어서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담배를 내 뱉고 있었는데

한 숨으로 오해한 것인지 다시 당황하면서

거절해도 상관없다면서 말을 막 더듬으면서 얘기했다.

분명 나랑 띠동갑 연상일텐데, 왜케 여린 사람같은지


어차피 상속얘기도 해야하고, 이복 누나도 어떻게 보면

친부로 인한 다른 피해자라고 생각이 드니까 안쓰럽기도 했다.

"네 그러면 한 번 봐요. 언제 볼까요?"

"진짜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뇨.. 감사는 괜찮습니다..."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을 나도 진정시켰고

옆에서 남편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옆에서 진정시키며

바로 다음날에 만나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