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누나랑 만났다고 엄마한테는 얘기하지 않았다.

아예 친부 관련해서는 이제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으시고

애초에 내가 거기 엮는 것도 싫어하신다.

예전에 한 번, 친부 얼굴 궁금하다고 얘기했는데 화 내신 일도 있어서

친부 죽고나서 그런 얘기 하나도 안 꺼내고 이런 일이 있었다더라~ 내용을 전달하는 식으로만 얘기했다.


친구한테도 얘기하기 좀 그랬다.

애초에 이복누나까지만 만나고 친구들과 술안주 정도로 입 털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튼 계속 소설 이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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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이 토요일이라서 만나는 시간도 괜찮았고

약속장소도 지하철로 30분 정도의 거리라서 무리는 가지 않았다.

아쉬웠던 것은 당일에 썸녀가 내일 시간 있는지 물어봤는데

앞선 상황들을 설명해주고 나니, 정말 걱정하듯이 얘기하면서

마음 잘 추스리라며, 다음에 놀러가자 얘기했다.

집으로 가고 나선 별 일은 없었다. 운동하고 게임하고 씻고 자고


만나는 당일 약속 시간 두 시간 전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이복누나가 메세지를 보냈었다.

'ㅇㅇ역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2시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보낸시간을 보니, 아침 8시였다.

나는 만나는 것에 대해 약간의 긴장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공공기관에 서류제출 하는 사무적인 일이라고만 생각했지

이 분은 정말 긴장한 것만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었고.

일단은 '알겠습니다' 메세지를 보냈다.


약속 시간 10분 전에 맞춰서 카페에 도착했다.

정말 사람이 많았다. 주변에 다른 카페도 많은데 여기만 장사가 잘 된다.

혹시 혼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커플이나, 노트북 특히 맥북으로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혼자 기다리는 여자는 안 보였다.


'도착했는데 혹시 어디 앉아 계시나요?' 메세지를 보냈다.

보내고 얼마 안 지나고, 안경을 쓰고 덩치가 작으신 남자 분이 뒤에서 다가왔다.

내 키는 181인데, 160후반? 정도로 보이고 체구도 작았다.

"혹시... 김ㅇㅇ씨?"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라서, 어제 옆에서 도와준 남편분 같았다.

"아..네 맞습니다"

"저 쪽에 자리 맡고 있어서요 이쪽으로.."

손 끝은 매장 모서리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에 캡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 당황했는지 황급히 고개를 피하는 것을 보았다.

저 사람이 이복누나구나.


가까이 다가가고, 자리에 앉자 이복누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옆에 남편이 "커피 마실거죠?" 물어봤다.

괜찮다고 거절해도 계속 권유하시길래 아메리카노로 부탁했다.

그렇게 남편은 주문하러 사라지고 둘만 남았다.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복누나는 "안.." 얘기하다 긴장했는지 목을 다시 가다듬고

"안녕하세요..." 얘기를 했다.

그 후에는 말을 꺼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냥 남편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

어제 전화했을 때 느꼈었지만, 애초에 이럴 것 같았다.


남편 분이 커피를 가져오고 바로 상속 얘기를 꺼냈다.

사망 처리가 완료된 뒤에 이제 남은 재산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이복누나도 나도 친부랑 연이 끊은지 20년은 족히 넘었기 때문에

돈이 많을지 빚이 많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빚만 없다면 다행이고 돈이 있다고 해도 몇 백만원 정도만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도 피가 섞인 관계인데, 싸우기 보단 먼저 얘기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남편 분이 웃으면서 좀 농담으로 얘기한 것 같았는데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일단은 김ㅇㅇ씨가 장남이긴 하니까... 재산 분할이 유리하셔서..."

"그러면 90% 가져가시고 저 10%만 주세요"

"네?"

남편도 놀라고 이복누나도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나는 친부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와서 친부의 돈을 받는 것도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고

추억일지 피해일지 모르는 그런 것들은 이복누나가 더 많았을 것이다.

그 돈은 이복누나가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전 같이 살았다는 기억도 없고, 추억도 없어서요"

이 때 이복누나라고 말 해야할지 고민했다.

"...이 쪽 분이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뭐,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네 그러면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네... 그러면 더 하고 싶은 얘기는..?"

이제 볼 일은 끝났고, 차라리 빨리 돌아가서 썸녀를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없습니다. 그러면 가볼까요?"


"자..잠시만요.."

옆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이복누나가 거의 20분만에 얘기를 꺼냈다.

"그... 저는 하고싶은 얘기가 있어서요..."

점점 말 끝이 흐려져 갔다.

고민을 많이 했다. 그냥 끝낼지 말지.

그래도 뭐, 나중에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 같아서 남아있기로 생각했다.


"그러면 저는 일 때문에 가봐야 해서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나도 일단 일어나서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남편은 이복누나 어깨를 힘내라며 툭툭치고 나가셨다.


-


남편 분이 나가시고 이제 서로 마주 볼 수 있게 앉았다.

방금까지는 남편에게 집중해서 그런지 이제서 이복누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39살 치고 엄청 앳돼 보였다. 캡 모자에 맨투맨을 입어서 그런가.

'저 나이에 저런 옷을 입나?' 생각도 들고 그랬다.


생긴 모습은 내가 연예인을 잘 몰라서 비유하기가 어렵고...

그래도 지니가다 보면 "오" 소리 나올 정도인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내가 만나는 썸녀보다 더 예쁘다.

썸녀 나이도 31살인데 동갑처럼 보이고 피부 상태가 괜찮았다.

특히 눈이 예쁘다.


5분 동안은 서로 말도 안 했다. 나는 말 없이 커피를 마셨고

그 분은 고개를 숙였다 나를 봤다 계속 반복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 생각하던 중에

그 분이 크게 숨을 내 쉬고 말을 꺼냈다.


"정말 예전에... 기억은 안 나시겠지만 그 쪽을 본 적이 있었어요"

그 말을 듣고 정말 두뇌를 풀 가동해서 생각해봤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제요?"

"그 쪽이 아직 아기였을 때, 아버지.."

잠깐 흠칫 하시더니 말을 고쳐서 얘기했다.

"친부가 데려와서 보여주신 적이 있었어요"


내가 한 두살 즈음에 친부가 나를 데리고 보여준 적이 있다고 했다.

엄마가 이런 에피소드는 얘기 안 해준 것을 보면, 일부러 안 했거나, 엄마도 몰랐던 것 같다.

처음에는 모르는 애기를 데려오고 동생이라고 하는 것도 이상했고

친부가 밖에 나가서 살고 있으니까 그것 때문에 질투하고 그랬다고 한다.


그런데 애기였던 나는 이복누나를 보고 많이 웃기도 했다고 하고 품에 안겨서 잘 잤다고 했다.

이제 집에 가려고 하면 내가 많이 울었다고 했다.

몇 번 만나고 하다 보니, 정말 동생처럼 생각하고

그렇게 좋아했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한 번 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런 것들"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상대는 나를 알고 나는 상대를 전혀 모르는데

나한테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그런 사람한테 "저는 기억나지 않아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냥 말 없이 계속 듣기만 했다.

그리고 친부라는 새끼는 생각이 있는 사람인가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서울대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


카페에서 한 두 시간은 넘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복누나도 친부에 대한 얘기도 계속 하지 않았고 그 분도 지금 와서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복누나의 친모 또한 친부를 만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도 했었고.

친부가 나를 버린 이후에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말 여러 얘기를 했다. 그 동안 살았던 이야기나 지금 하는 일.

취미에 관해서도 얘기했었는데 신기하게도 나랑 같은 게임 취미도 있었고

좋아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취향이나 말도 안 되게 공통분모가 많았다.

그렇게 되니까 서로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었다.


계속 눈도 계속 마주치면서 얘기하고

서로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리액션도 좋고

지금 생각하면 처음 소개팅에서 만났는데 합이 좋은 썸남썸녀이지 않았나 싶다.

처음 썸녀 만났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 잘 맞는 사람 오랜만이네요~"

"아 정말요? 친구나 남편은 좀 취향이 다른가요?"

"친구는... 멀어졌고 남편도 그닥..."

약간 씁쓸하게 웃어넘긴 표정이 보였다.


-


정신없이 얘기하는 중에 알림이 왔다.

나는 구분을 짓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다른 사람한테 카톡이 오면 무음으로 설정하는데, 썸녀만 알림 설정을 한다거나

벨소리도 다른 것으로 설정하거나, 그런 식이다.


썸녀한테 카톡이 왔다. "잠깐만요" 하면서 답장을 보내고,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이제 충분히 얘기도 끝났고, 돌아가면 썸녀랑 저녁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시간도 늦었는데 슬슬 가볼까요?"

"아... 그럴까요..."

밝았던 표정이 한 순간에 차분해졌다. 표정을 못 숨긴다. 이 사람.

서로 겉옷을 챙겨 입고 자리에 나서는데 이복누나 키는 150 초반 정도로 되게 작은 키였다.

"우와 키 크시네요~"

"감사합니다"

"남편은 키 작은 편인데..." 뒤 따라 오면서 되게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맏 받아치기 애매해서, 못 들은 척 했다.


카페를 나가니 옆 골목에서 담배 피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몇 시간 동안 담배를 참고 있어서 이복누나한테 물어봤다.

"저 담배좀 펴도 될까요?"

"담배 피세요? 저도 같이 펴요"

담배피는 여자를 못 본 것은 아니지만, 내 주변에는 담배 피는 여사친은 없었는데 내심 놀라웠다.


나는 먼저 담배를 꺼내서 물어서 불을 붙였고

그 분은 가방에서 에쎄를 찾아서 꺼내 물었다.

라이터를 못 찾고 있어서, 내가 라이터를 내미니까

아기새가 먹이 받아 먹는 것 마냥 앞으로 쭉 얼굴을 내밀었다.


이 때,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처음 봤는데

그 얼굴과 지금 쭉 내민 모습 자체가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나는 귀여운 모습을 되게 좋아한다.

예전에 오래 사귄 사람도 호빵을 먹고 볼이 빵빵해진 모습을 보고 반했었다.

그 사람이 의도적으로 한 행동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 때부터 조금 반한 분기가 아닌가 싶었다.


서로 말 없이 길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이복누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지 모르겠지만

나는 머리속에서 '계속 만남이 유지되도 좋은 것인가?' 고뇌를 하고 있었다.

말 잘 통하고, 가족은 될 수는 없어도 친구 정도는 될 것 같은데.

나도 친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연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지금 이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인지는 하고 있었다.


담배를 다 피고 골목에 나와 "그러면 가보겠습니다" 얘기했다.

이복누나가 되게 우물쭈물 서있다가

"그... 시간 괜찮으면 밥이라도..."

이복누나가 먼저 밥 먹자고 권유를 했다.

이속으로는 거의 반반 정도로 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썸녀와 밥인가 이복누나와 밥인가.

'그래도 뭐, 마지막인데' 하는 심정으로 밥 먹으러 갔다.

"좋아요"

차분해졌던 표정이 다시 한 순간 밝아지면서

나란히 수다떨면서 걸어 나갔다.


그렇게 배가 고프지는 않아서 이자카야 같은 곳에 들어갔다.

"이런데 오면 술 마셔야 하는데~ 술 좀 하세요?"

"저 술을 잘 못해서 소주 반 병 정도밖에 못해요"

"저도 한 병 다 못 마시는데 한 병만 딱 할까요"

"좋죠~"


서로 참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얘기하고 술도 들이켰다.

소주가 달 때 가장 위험한 날이라고 하는데 딱 그런 날이었다.

나도 얼굴이 빨개지고, 이복누나도 얼굴이 빨개지며 술을 마셨다.

많이 마셨다고 해도 결국은 두 병도 다 못 마셨다.


술 마시는 곳이니까, 조금 조용히 해야하는 카페보다

더 리액션이 커지고 웃음 소리도 커졌다.

한국인 특징으로 박수를 치며 웃기도 했고.

이복누나는 어린애처럼 좋아하며 웃었다.

좀 크게 웃으면, 잇몸도 보이고 조금 추할 수도 있어서

자제해서 웃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런 모습도 신경 안 쓰고 웃으니까.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술이 들어가니까 아까 카페에서 못했던 이야기들도 나왔다.

이복누나는 친부의 영향으로 정말 좋은 남편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급하게 도망치듯 결혼해서 그런가

많이 좋아하지 않는 상태라, 서로 안 맞는 부분도 있었고

여러가지도 이유로 유산도 두번 겪어서 애 가지는 것도 이제는 무서워졌다고 한다.

딱히 위로 할 말이 없어서, 그냥 계속 듣기만 했다.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되면 친부처럼 되는 것 같아서 그 것도 싫다고 했다.


남들한테 얘기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내 롤모델은 짱구 아빠다.

회사, 가정도 충실히 챙기고 자식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좋은 상사, 좋은 남편, 좋은 아빠지 않는가.

나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친부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이 얘기를 집중하며, 긍정하는 이복누나의 모습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좋은 사람하고 결혼해요~ 나 같은 사람은 피하시고"

"그 쪽이 뭐 어때서 그래요. 동안이시고 유쾌하신데"

동안이라는 말에 정말 기뻐했다.

"정말요~? 정말요~?" 아기가 짓는 눈 웃음으로 얘기하는데

정말 귀여워서 미치는 줄 알았다.

몇살처럼 보이냐고 물어보길래, 30살처럼 보인다고 하니까

"여기 제가 살게요~~" 얘기하면서 기뻐했다.


"만나는 사람은 있어요?"

"아직 사귀는건 아니에요"

어떻게 만났는지도 얘기하고 뭐하고 놀았는지 얘기를 해줬다.

나이가 몇살인지도 물어봤는데 31살이라고 하니까 놀라셨다.

"연상 킬러!" 놀리기도 했고

"그럼 내가 썸녀랑 동갑처럼 보여요~?" 웃으면서 좋아했다.


"아 진짜 부럽다~ 나도 연애하고 싶다~"

"결혼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참나"

"연애랑 결혼은 다르죠~ 결혼해봤어야 알지"

"네네 죄송합니다 선배님"

서로 웃으면서 농담치며 얘기하다

이복누나는 한참을 나를 쳐다 보았다.

"ㅇㅇ씨는 정말 잘 맞고 서로 좋아하는 사람하고 결혼하세요"

그러면서 술을 혼자 자작해서 마시는데 지금까지 봤던 모습중에서 그나마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다.


술을 마시면 담배가 엄청 마렵기 때문에 

중간 중간 30분 간격으로 "담배 고?" "고고" 서로 이러면서 담배를 피러갔다.

이자카야 안에 있는 흡연실이 있었는데

거의 4명이 들어오면 꽉 찰 정도였다.


마지막 담배 타임에서 서로 옆에 나란히 피며 떠들었는데

다른 커플들이 들어오면서 그 좁은 공간에 6명이 들어와서 담배를 폈다.

자리가 좁으니까 결국은 이복누나랑 서로 마주보는 상황해서 서로 말 없이 쳐다보며 담배를 폈다.

가까이 다가온 것도 조금은 부담스러우면서 부끄러웠다.

이복누나도 그랬는지, 내 시선을 약간 피했다.


이복누나가 술이 달아올랐는지 말 없이 내 손을 만지작거렸다.

내 손등에는 타투가 있어서 "이거 무슨 의미에요?" 물어봐서 얘기 해줬는데

"손 크시네요..." 얘기하며 조물조물 만졌다.

손을 쫙 펴서 내 손크기와 비교했는데 한 두 마디 정도 차이가 났다.


그 상황의 나는 정말 심장이 엄청 뛰었다.

술 마셨고, 귀여운 여자가, 이렇게 가까이 밀착되있는 상태에서, 손을 마주대고 있다?

이전에 이런 상황은 겪어보지도 못했고, 아마 이런 일을 겪었다면 똑같이 이러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천천히 손가락을 접으며 서로 깍지 사이를 끼려 했다.

이복누나도 놀랐는지 내 눈을 쳐다봤는데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서로 깍지를 끼며 담배를 폈다.


담배는 이미 다 폈지만 아직 피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못나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복누나쪽에서 내 다른 손을 들어 자기 얼굴에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서로 얼굴이 마주쳤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

이복누나가 천천히 눈을 감길래 어떤 뜻인지 이해하고 나도 조용히 입술을 가져다 맞췄다.


주변에 사람이 있기도 해서, 오랫동안 하지는 못하고 금방 입술을 떼고

주변 눈치를 봤는데, 오랫동안 했는지 어느새 흡연실에 둘만 남아 있었다.

이복누나가 부끄러웠는지 내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솔직히 내 심장소리가 크게 들릴 것 같아서 그리고 발기된 것이 닿을 것 같아서

"아 화장 옷에 뭍이지 마세요~" 말하며 뒤로 빼려했는데 그래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진정됐는지 조용히 떨어지고 자리로 돌아갔는데

서로 부끄러워서, 말 없이 식어가는 안주를 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썸녀 계신데.."

"아뇨..제가 죄송하죠..."

조용히 서로 건배하고 말없이 술을 마셨다.

카페에서 만났을 때 보다 더 어색해진 상태에서 거의 말도 없이

안주 먹으면서 배를 채웠다.

안주 시키고 얘기만 해서 그런가, 안주가 안 줄었었다.


그렇게 어색하게 보내다가 갑자기 

"아 파릇파릇한 20대를 제가 더럽혀버렸어요..!"

이렇게 말하며 얼굴에 자기 손을 갖다 대며 거의 절규하듯이 얘기하는데

주변에서 시선이 느껴지고, 혹시라도 이 사람이 울까봐 진정시키느라 조금 애먹었다.

"죄송해요 저 같은 사람이... 그래서..."

"아뇨 전 좋았어요. 귀여우셔서..."

나도 말하다가 중간에 말 실수한 것 같아서 말을 끊었는데

이복누나는 얼굴을 가린 손을 조금 내려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도박을 걸었다.

솔직히 지금 이 상황에서 자연스레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은 섹스 50%, 그래도 이복누나인데...30%, 썸녀가 있는데 20% 였다.

그래도 혹여나 상대방이 그런 마음인지 아닌지를 몰라서

테이블에 손바닥이 보이도록 손을 올렸다. 

내 행동을 이해했는지 이복누나도 내 손위에 손을 올렸다.

손목을 돌려서 깍지를 끼려고 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 먼저 깍지를 끼려 했다.

서로의 엄지손가락이 서로의 손을 쓰담았다.


"더 실수하실래요? 싫으시면 손 빼면 되요" 눈을 보고 말했다.

부끄러운듯 이복누나는 고개를 숙였는데 내 손을 조금 더 파고 들었다.

살짝 손을 뒤로 뺐는데 내가 뒤로 뺀 만큼 따라와서 내 손을 붙잡았다.

"그러면 나갈까요...?"

"네.."

이자카야를 계산하고 밖에 나왔을 때

이복누나는 내 팔을 끌어 안은채였다.

이제는 리미트가 풀려버렸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얼굴이 가까이 가져가니 눈을 서서히 감더라.

그대로 키스를 했다.


그 쪽에서 먼저 혀가 내 입 틈새에 조금씩 가져가는 것을 느끼고

나도 망설임 없이 혀를 움직였다. 특히 나는 상대방 혀를 빠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렇게 하니까, 내 팔을 힘 껏 잡고 움찔 거리는 것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곳이라서 길게 하지 않고 짧게 끝냈는데

서로의 얼굴을 보며, 서로 수줍게 웃었다.

"정말 연상 킬러시네요~" 장난 치길래

"술, 담배 맛만 나는 걸 보면 연상이 맞긴 하네요~"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모텔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