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한달이 진짜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날씨는 벌써 여름이 되어버렸다.


그 시간동안 쉽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이랑 대화도 나누고 관계를 


어떻게든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힘들었다.


주변 상황에 맞춰서 지내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게 아닐까 싶다.


비가 3일간 오고 그런게 엊그제 같은데...



일상 자체는 누나랑 같이 지내다보니까 여러가지로 정말 많이 회복된 느낌이다.


이제 걷는 것도 꽤 편해졌고 누나가 답답하다고 어딘가 가고 싶어해서 


둘다 시간도 별로 없고 멀리가기는 힘들어서 


차 끌고 인천가서 바다 구경하고 그러고 회도 먹고 그랬다.



예전에는 뭔가 일반적인 커플스러운 데이트는 거의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시기에는 육체적인 욕망을 서로에게서 채우려고 한 것도 분명 큰 이유였고,


둘다 집에 있는 걸 선호하는 성향도 크고 진짜 연인도 아니라고 생각했으니


뭔가 데이트라고 할 일을 만들지 않았던게 아닐까 싶다.



최근 들어서는 적어도 오래된 커플처럼 편하게 같이 어딘가 가서 


바깥 구경도 하고 식사도 하고 그렇게 지냈다.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러운것 까지는 아니었지만 관계도 다시 가지기 시작했다.



이전에 이런 관계를 억지로 끊어내려고 한 이후에


순례길을 갔다와서도 그렇고 얼마전까지 발기도 잘 안 되고 


자위를 하게 되어도 사정도 제대로 못 하고 그런 시기가 지속되고 있었다.


나 스스로에게 불쾌감을 느끼고 현자타임이 오거나


뭔가 충족되지 못하고 기분만 상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발기부전을 겪은게 아닌가 싶다.


분명 잠깐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몇 달 가다보니까


너무 답답하고 짜증나고 히스테리 부리는 사람처럼 된 것 같았다.


진짜 욕구불만이 된 사람들의 이상한 태도가 이런데서 출발한게 아닐까 생각도 들더라.


그 시기에 처음에는 심리적인 문제겠지 하면서 가볍게 생각하고 그랬는데


몸에 문제가 있다는 무서움이 들기 시작하긴 하더라.



그래도 병원에 가고 싶지도 않았다.


잘못에 대한 댓가를 치르는 거라면 싸다는 생각도 들었던 시기였고, 


당연히 많은 남자들이 숨기려고 하거나 애써 무시하려는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최근으로 돌아와서 다시 얘기를 이어가자면 두 달 넘게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다른 건 충분히 예전처럼 많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러다보니 성적인 것도 서로 채워주던 시절처럼 누나가 먼저 돌아가고 싶어했던거 같다.


그동안 혼자 힘들게 지내는 동안 많이 외로움을 느꼈을거고 


지금도 같이 있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스타일의 옷도 입어주고 하면서 


충분히 어필도 하고 그랬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예전같이 행동을 하지 않으니 당황하고 그랬던 것 같다.


심지어 누나가 먼저 관계를 원한다고 표현했을때도 


내가 제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때는 결국 누나의 자위라도 돕듯이,


애무나 그런 행위로 기억을 되살리듯이  


기분좋게 해주는건 했지만 직접 관계를 가지지는 못했다.


나도 답답하고 누나도 민망하고 속상하고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 누나는 충분히 잘 느껴주는 상황이라서 


조금만 열심히 내가 용쓰면 되는 상황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누나가 그동안 넘어가려고 한거지 그게 충분하고 그러지는 않았을거다.


그 당시에는 뭔가 힘든 상황을 겪는 여자 곁에서 어떻게든 한번 자려고 가까이 오는 남자새끼같이 행동하고 싶지도 않았다.



분명 나한테 문제가 있는거지만 오히려 누나가 더 미안해하고 그랬다. 


말은 자기만 기분 좋아지고 내가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식으로 표현했지만


나를 배려해서 본인의 답답함을 그다지 드러내지 않았던걸로 보였다.



분명히 아침에 텐트를 치는 상황이 있는 걸 봐서는 


몸 자체가 정말 큰 문제가 있던 건 아니라고 지금에서는 생각한다.


아무래도 제정신으로 깨어있을 때 


뭔가 계속 마음속에 불편한 것이 자리잡고 있어서 그게 쉽게 해결이 안됐던거 같다.



그러다가 토요일 아침에 누나가 먼저 왠일로 깨가지고  


아침에 발기한 내 상태를 보고 만지다가 누나가 올라탄 걸로 시작했던거 같다.


전날에 누나랑 괴로운 얘기 나누고 그러면서 와인도 좀 많이 마시고 해서 


숙취에 내가 빨리 깨어나지 못하고 비몽사몽 하면서 좀 정신없는 상태가 길었는데 


다행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누나랑 정말 오랜만에 


특별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인지 관계를 처음 제대로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누나가 발 상처도 충분히 아물어서 내 위에 올라탄 채로 


본인이 직접 위아래로 토퍼에 발바닥도 붙이고 힘주고 움직일 수도 있었기에 


더욱 그런게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진짜 처음에는 누나가 위에 상의는 잠옷을 그대로 걸친채로 움직이고 있는데 


몸에 무게가 느껴지고 잘 안움직여지니 웃기게도 감기같은게 걸려서 몸이 무거운가 하는 생각도 했던거같다. 


뭔가 누나가 옆에 있다보니까 내가 아프거나 하면 안된다는 것 때문에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던 걸지도 모른다.


어안이 벙벙한채로 깨서 뭔가 상황을 판단하고 그러다가 


내 표정보고 누나가 웃겨서 웃고 그랬다.



당연히 그 느낌과 눈 앞에 있는 광경을 보고 


금새 무슨 상황인지 캐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말 정황도 잘 파악이 안 가듯이 누나의 주도 속에서 섹스를 했다.


오랜만에 그렇게 해서 그런지 오래 버티지 못하고 


피임도 안 한채로 시작했는데 안일하게 내보내버렸다.


같이 누워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아침에 깬 채로 갑작스럽게 그렇게 해버려서 그런지


눈치없게도 소변이 너무 마려워서 후다닥 화장실로 달려가버렸다.


사정을 한 직후라 소변이 바로 나오지도 않고 뭔가 불편한 느낌으로 소변을 누고 나서는


하반신을 샤워기로 다시 깨끗하게 씻고 누나한테 돌아가서 옆에 누웠다.


도망가서 미안하고 그러면서 같이 웃고 그랬다.



그리고 누나가 내가 이런거 저런거 다 걱정할거 같아서 그랬는지


생리한지 얼마 안돼서 괜찮다고 그러면서 


나를 꼭 껴안아주면서 걱정 전혀 할 필요없다고 말해줬다.


또 내 귓가에 진작에 이렇게 해볼걸 그랬네 하고 속삭이더라.


괜히 누나의 행동이 오싹한 느낌도 들었던거 같다 그때는.



옛날에도 누나가 급할때가 있는건지 먼저 넣어버리고 움직일때도 많은데, 


콘돔을 끼고 그러면 그게 더 불편하고 느낌이 좋지 않다고 그럴때가 많았던 기억이 난다.


남자만 그런게 아니라 여자도 분명 그런게 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걸 누나랑 지내면서 많이 배웠던 게 생각난다.


그래서 그 시기에도 수성젤도 이거저거 사보면서 누나를 기분좋게 하는 방법도 공부 많이 하고,


막 서로 여기저기 뿌리면서 낭비하면서 장난친 기억도 나더라.



누나는 20대 때부터 생리주기 조절과 PMS와 이후에 생리통을 잘 넘기기 위해서 약도 챙겨먹는데 


앱 사용하면서 날짜 보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시기에는 


거꾸로 나한테 그날 컨디션을 물어본다거나 하면서 신호를 엄청 주고 그랬던 적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역시나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하고 나면 다시 괜찮아진 건지


이후에는 어렵지 않게 다시 섹스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뭔가 보이지 않는 것들이 발목을 잡기는 하는건지 


옛날처럼 누나한테 내가 먼저 또는 누나가 먼저 시도때도 없이 달려들어서 


여가활동이 섹스인 것 같은 생활을 지내고 그러지는 않았다.



분명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서로 한살은 나이를 더 먹었고


뭔가가 서로 그때만큼 크게 고민하지 않고 


남은 체력을 육체를 갈구하는 데에만 쓸 상황은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누나한테는 여전히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같이 지낼 수 있다는 것에 신이 있다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너무 감사하고 있다.



그래도 내가 옆에 있으니 그동안 누나는 식사도 규칙적으로 잘 먹고 그러면서 


너무 말라보였던 몸도 비교적 괜찮아지고 피부 상태도 많이 좋아진거 같다.


저번에는 장 보러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라인도 너무 잘 드러나고 치마 길이는 짧은 미니드레스를 입고 나가려고 그래서 괜히 실랑이를 하고 그랬다. 


그렇게 입고 나가는게 괜히 신경이 많이 쓰이고 그랬다.


맨 다리가 너무 잘 드러나서 뭔가... 하다가 


부끄러워서 어떻게든 말을 돌리고 바꿔서 배 나와보인다고 놀리듯이 말하고 그랬는데  


내가 괜히 누나 보호자라도 된 기분이라 그랬는지 


그렇게 입고 나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거였다.


솔직히 누나가 원래는 마른 스타일은 아니지만 배는 전혀 나오지도 않았고


오히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가진 곡선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게 싫었던거 같다.


그러더니 누나가 막 포즈 취하고 그러면서 


왜? 너무 섹시해? 꼴려? 하면서 놀려대고 그러는데


그렇게 실랑이하다가 정말로 기분 좋았던 상태라 그랬는지 


둘다 흥분해서 장보러 가는건 포기하고 어느새 열심히 서로 몸을 탐하고 그랬다.



내가 정말 단순하구나 하는 생각이 그때 많이 들었다.


돌이켜보니까 누나 손 안에 내가 들어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딱 나더라.



부끄러우니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누나가 더 쉽게 내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으니 빼박이다.



아무튼 그렇게 지내다보니 결국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약간의 권태감이 있지만 육체관계는 잘 가지는 커플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다.


표현이 이상한데 누나랑 내 관계가 권태가 있다거나 그런게 아니다.


그냥 밖에서 좋아죽을려고 하는 커플들 같이 행동하지는 않으니까...



그동안 그래도 같이 지내면서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


내가 사라진 기간동안에 누나는 될대로 되라는 식이기도 했고 


그냥 막 살고 그래서 귀찮아서 식사도 걸러버리고 


약도 안먹고 지내서 생리 주기도 십창이 난데다가 


스트레스랑 PMS도 더 심하게 앓고 그래서 


삶이 완전 시궁창인 방향으로 더 안좋은 상황을 보냈던거 같다. 


몸도 아프니 우울증도 엄청 심했을거다.



결국 내가 누나 곁으로 돌아와서 보상하려는 심리에서든 무엇이든 


어떻게든 잘 챙기려고 하다보니까 


귀찮다면서 안 가려고 했던 산부인과도 다시 가서 


진료도 받고 처방도 받고 약도 잘 챙겨먹기 시작했다.


특히나 옛날처럼 생리 시즌이 두번 돌 때 쯤 


꼭 왁싱샵도 위생을 위해서라는 구실로 다녀오는 그런게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누나는 당연히 하고 왔고, 나도 겸사겸사 왁싱받고 왔다.


둘다 오랜만에 해서 굵은털 뽑혀서 빨간 자국들 생긴거 보고 깔깔거리고 그랬다.



본인이 알아서 잘 챙겨야 할 필요도 있는거지만


다른걸 떠나서 누나는 약 먹는거 같이 뭘 챙겨먹고 하는걸 


워낙 귀찮아해서 더 그동안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피하이식제 시술하면 어떻겠냐고 얘기도 하고 그랬다.


아무래도 여성질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다보니까 관심도 많이 가지게 됐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관계를 가지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더 관심이 많아진것도 맞다.


일단 아직도 한국에서는 정말 누구나 알 정도로 보편화 된건 아닌거같아서 확신은 없다.


병원 잘 알아보고 여러가지 확인하고 누나한테 문제가 되지 않고 


정말 도움이 된다면 아마 가까운 시일 내로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지내면서 중간중간 엄마께는 통화도 자주 드렸다.


특히나 이번에 누나가 엄마랑 한번 제대로 얘기하고 왔나보더라.



어느정도 이미 충격을 받고 나서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이전에 글을 썼던 시기에 통화를 할 때부터 이미 


엄마가 그다지 예민하게 받아들이거나 하지 않으셨고,


둘이서 잘 지내면 엄마는 다 괜찮다고 하셨지만, 


주변에 우리를 드러내는게 좋을리는 없으니 


조심은 했으면 좋겠다고 누나한테 특히나 주의깊게 얘기하셨다고 한다.



누나는 뭔가 엄마는 아직도 자기가 애기인 줄 안다고 농담처럼 나한테 얘기를 꺼냈지만


나는 그걸 듣고도 괜히 엄마가 옳은 말을 하셨다는 생각이 들고 그랬다.



분위기 해치고 싶지는 않아서 그때 별 말은 안했지만


이러나 저러나 세상이 좀 변해간다고 한들


남자로써 누나에 대한 책임이나, 그래도 가족 구성원에서 아들이라는 


묘한 가부장적인 테두리가 나한테는 선명하게 존재한다고 느낀다.



혈연이랑 뒹구는 주제에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하겠지만


아무래도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 같은 기분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 그런게 신경쓰이는 것 같다.


나는 모든걸 다 무릎쓰고 돌진하는 코쟁이들 뚝배기깨던 바이킹 같은 상남자는 절대 아니다.



그런 소극적인 심리 속에서도 


아버지랑 분명히 제대로 얘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게 최근 몇주동안 가장 큰 계획이었던 것 같다.



큰 잘못이라는 건 인식하고 있으니 죗값을 치르고 그런건 차마 못할지언정


마치 없는 일인 양 서로 모르는 척 하고 어색하고 불편하게 지내는 것 보다는 


제대로 내 입으로 말씀드리고 고통을 전해드릴지언정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솔직히 좋은 소리 하실리도 없고, 하실 필요도 없으셨다.


이기적이지만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편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빠랑 이런식으로 계속 대화를 거부하고 


이야기하는걸 두려워하는 가족이 되고싶지도 않았다.



물론 지금 결과론적인 생각으로 글을 적는거지만,


그때는 아빠의 마음보다는 내 마음을 보호하려는 이기적인 생각에서 출발한건 맞는거 같다.



내 경험에서 아빠는 그래도 거짓말하고 숨기는 것 보다는 


잘못이라도 솔직하게 얘기하는 걸 더 덜 기분나빠 하실거라고 믿고 싶었다.



결국 그래서 아빠가 좋아하실 식당이라도 


엄마랑 누나랑 정보를 나누면서 열심히 알아봤다.


그렇게 가게 예약도 하고 아빠를 독대하고 왔다.

 


우주가 나를 돕는건지,


아니면 내가 전생에 나라라도 구해서 지금은 벌을 안 받는건지.


아빠한테 맞아죽지 않고 그날 집에 돌아왔고 지금까지 멀쩡하게 있다.


맞아죽기는 커녕 아빠가 먼저 이야기도 다 하시고 눈물까지 흘리게 만들었다.



그 시기로 되돌아가서 떠올려보면 


정말 상황이 지금도 생생해서 손에 땀이 나고 마음이 죄여오는 것 같다.



아빠가 전화 와서 한번 보자고 그러더라.


이미 내가 아빠한테 카톡의 형태라 무례한 느낌이긴 했지만, 


만나서 식사하면 어떠시겠냐고 정말 어떻게든 더 정중하게 여쭤봤었다. 


가능하시면 연락 꼭 달라고.



그때 누나랑 같이 있었는데 


내 폰이 울리면서 아빠라고 뜨니까 식겁하더라.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시간 맞추고,


좋은 고기 나오는 한식당 룸 있는데로 알아본 곳 예약하고 그랬다.



훨씬 먼저 도착해서 아빠를 기다렸다.


머릿속으로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있었는데,


그래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뭔가 다 내려놓자 하는 생각을 계속 하는데 그래도 뭔가 진정이 잘 안 되더라.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긴장이 갑자기 풀리면서 멍한 상태가 되고 그랬던거 같다.



그 즈음에 방 미닫이 문이 열리고 아빠가 들어와서 앉으셨다.


다시 엄청나게 긴장되긴 했지만 막 너무 걱정하거나 그러지 않기로 했으니까,


아빠가 뭔가 물어보거나 하면 솔직하게 대답하자고 생각했다.



코스 형태로 식사가 이거저거 테이블로 들어오고,


나는 먹는 둥 마는 둥 한 느낌이었는데,


아빠는 일단 먼저 열심히 드시더라.


뭔가 나랑 얘기할 힘을 비축하시듯이 그런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고 아빠가 먼저 입을 여셨다.


누나는 잘 지내냐고 먼저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그때보다는 훨씬 좋아 보이는 상태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아빠가 그러니... 하고 


다행이구나 하시면서 한숨을 한번 쉬시더라.



아빠도 엄마랑 저번에 통화하면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를 양육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 같았다고 하시더라.


우리가 받아오는 성적표나 결과만 물어보고 그랬다고.


정서가 자라나는건 사람이면 알아서 배우는거라고 생각해서 


이외에는 아빠는 본인의 업무만 중요했고 


우리들이 자라나는 과정에 대한 건 무시했던 것 같다고 하셨다. 


그게 우리한테 상처를 줬나보다 그러시더라.


그게 일단 우리들이 다른 사람을 못 믿고, 


엄마랑 아빠가 다른 사람들이랑 우리를 비교하며 재촉한게


엄청 스트레스가 되었을거라는 걸 최근에야 생각했다고 그러셨다. 


너희들끼리 어릴 때 남남처럼 지내고 그랬던거도 관심도 없었고


그때는 생각도 안 하셨다고 했다.



다른건 모르겠는데 그 말은 듣고 그때는 내 기분이 조금 상하기도 했다.


그런 시기에 아빠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던 기억들이 조금 났던 거 같다.


그리고 괜히 그때는 누나에게 다들 관심이 쏠려서 


가족들의 우선순위에서 내가 제일 뒤에 있었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었다.



그리고 아빠가 계속 말을 하셨다.


아빠는 돈만 벌면 다른 건 알아서 된다고 생각했었고,


엄마도 우리를 교육에만 집착하게 했고,


아빠는 엄마랑 우리들에 대한 대화도 깊게 나누지 않았고,


엄마와는 부부로써 사이는 계속 좋다고 생각했으니 


남들보다 뭐든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에 대해서는 자라는 동안 잘못한 것만 보려고 했고 


그걸 지적하는 게 옳은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시더라.



그거 듣는데 뭔가 나는 막 눈물이 나오더라.


아빠가 그렇게 약한 모습으로 말 하시는게 슬프기도 했고, 


과거의 기억들이 생각나면서 조금의 원망도 있었던 거 같다.


고개를 아얘 못 들겠더라 그래서.



아빠도 북받쳐 오르는 목소리로 변해가면서 계속 말을 꺼내시고 그랬다. 


그런 목소리로 말하시는 건 살면서 처음 들은 것 같다.


너네도 고민 많이 했을거고,


아빠한테 당연히 말 하고 싶지 않은게 더 많았을테니까


얼마나 속으로 앓았겠냐 그러셨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아빠의 손이 눈물을 닦는 것 같은 행동이 보였다.


아빠의 얼굴을 쳐다보지를 못하고 나도 눈물만 계속 닦고 있었다.


누나는 공부만 열심히 했지 다른건 하나도 모르는 철부지로 자라게 했고,


그 뒤에서 너가 뒤쫒아오라고 재촉하면서


눈치빠른 아이로 자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러셨다.



아빠가 미안하다고 그러시더라. 


참...에휴


그 얘기 들으니까 나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속에서 참고 있던게 뭔가 새어나오기 시작하면서 


소리를 어떻게든 죽이려고 하면서 울었다.



식당이고 그러니까 얼른 그치려고 애를 썼는데,


그럴수록 더 서럽더라.


다행히도 그러는동안 직원이 들어오고 그러지는 않았다.


뭐 이런 식당이니까 눈치는 밖에서 채고 그러겠지 싶다.



손 닦는 식당 행주 새거 비닐봉지 뜯어서 그걸로 눈 닦았다. 시발


당장은 보이는게 그거밖에 없었다 그때는.


그러고 나서 마음도 좀 잠잠해졌다.



아빠는 아직 이해를 완전히 한다던가 납득을 한 단계는 아니라고 그러셨다.


그치만 아빠가 지은 잘못이 정말 크다고 느낀다는 말을 하셨다.


우리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아빠를 조금만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하셨다.


얘기를 꺼내실수록 더 약해진 목소리로 말하시더라.



그리고 침묵이 좀 이어지다가 


단호하게 내 이름 갑자기 부르시고는


너네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면... 하고 말을 잠깐 안 하셨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한테 당당하게 말은 못하고 살테고, 


아빠도 다른 사람들이 혹시나 너희를 해코지 하거나 그럴까봐 무섭다고 말하셨다.


그래도 너가 남자니까 누나를 잘 챙겨주라고 하셨다.


아빠는 누나한테는 믿을 사람이 너밖에 없지 안겠냐고 하시면서


그 말을 마치시고는 먼저 황급히 방에서 나가셨다.



나는 한참 거기 앉아서 마음이 진정될 때 까지 앉아있었다.


직원이 눈치보면서 후식으로 커피랑 수정과 있는데 어떤거 드릴까요 엄청 작게 말하길래,


커피 달라고 하고 그거 받아서 멍하게 마시고는


남은 비용 계산하고 나왔다.



그리고 지하철 타고 


누나 집으로 다시 가는동안 아무 생각도 없이 멍한 상태로 이동했던거 같다.


진짜 어떻게 왔는지도 그날은 기억도 안난다.



그리고 엄마한테 다시 전화해서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고 얘기했다.


이미 너무 엄마랑 아빠 실망시켰지만,


더 실망시키지는 않도록 정말 노력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그저께 엄마가 말씀해주신거지만,


아빠가 나 만나고 돌아와서는 며칠동안 집에 돌아오셨을때 


혼자 방에서 술 마시고 그러셨다고 한다.


아마 얘기를 나눌 사람도 없을테니 그러시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너무...죄송하다는 말도 이제는 다 하찮은 단어같이 느껴진다.


그래도 며칠 지나고 나서는 그러지도 않고 


엄마랑 얘기할 때도 오히려 별로 걱정하는 모습도 안보인다고 얘기해 주셨다.


나를 안심시키거나 하시려고 그런 말을 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그런 얘기를 듣고 나니까 조금은 마음이 나도 편해지긴 하더라.



그날 기억나는걸 다 떠올리다보니까 


하필 또 하늘이 비 올 것 같은 느낌이어가지고 빨리 들어가야겠다 싶더라.


괜히 더 울적해지고 그러더라.



집 거의 도착해서 편의점에서 와인이랑 맥주랑 이거저거 사가지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직 누나가 회사에서 돌아오지는 않아서,


혼자 맥주하나 까고, 존나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거지? 


그러다가 정말 친한 친구 한 명 한테는 한번 말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나한테 보내는 카톡창에 정리해서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 지우고 그랬다.


아마 그러다보니까 지금 누나는 먼저 피곤하다고 잠들었고,


나는 잠이 아직 안와서 책이나 보려는데 


생각은 많아져서 눈에 안들어와서 오랜만에 여기 얘기나 써야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던거 같다.



그날 저녁에도 누나도 집에 와서 무슨 얘기하고 왔는지 너무 궁금해하길래 


얘기해주다 보니까 같이 또 울고 그랬던거같다.



누나도 아빠가 그렇게 말한 정도면 아빠 나름대로 애쓰신거 아니겠냐 하더라.


우리도 아빠를 이해하고 사랑해드려야 한다고 그렇게 말해주더라.


정말 그 말이 엄청 마음에 꽂히더라.


진짜 우리 가족이야말로 유일하면서도 가장 큰 아군이라는 걸 생각하게 되더라.


어떻게든 아빠에 대한 마음을... 쉽게 바뀌는건 아니겠지만


더 좋은 마음을 가지려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에 그런 일이 있는 날 즈음 해서 


나는 일도 조금 많아지고 그래서 바쁘게 지내긴 했지만


그 시기들을 거치면서 둘다 우울한 분위기가 될 때가 많았다.



누나가 생각 너무 많이 하지 말자고 하면서


밖에 선선할때 산책하거나 집에서는 같이 술 조금 마시고 


스킨쉽하고 그러다보니 그 일 직후 며칠간은 또 섹스 삼매경이었던거 같다.


좋은 방법이라고는 못 하겠지만 


적어도 우리 둘한테는 뭔가 다른 것보단 도움이 되긴 했다고 정신승리 하고있다.



옛날처럼 막 육체적인 쾌감을 더 얻으려고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는 형태에서도 좀 변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섹스를 하다보면 당연히 종종 움직임이 과격해질 때가 있긴 하지만,


차분하게 움직임을 줄이고 최대한 더 서로 밀착하고 이어진 채로 오랜 시간에 걸쳐서 천천히 관계를 가지게 된거 같다.


처음에는 우울감을 잊으려고 스스로 기분 좋아지기 위해서 시작했다가


서로 상대방을 최대한 기분 좋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거같다.


누나는 특히나 나랑 이어져있는 채로 키스하고 있을 때 굉장히 안전한 느낌이 든다고 그러더라.


불안감을 느낄때가 아직도 자주 있어서 그런 모습을 보면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힘들다.


내가 지금의 누나의 그런 모습을 만든 거라 생각하니 괴롭다.


관계를 가지고 나서도 끌어안고 같이 우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다시 괴로워하고 그러긴 했지만 


그만큼 더 서로를 요구하고 그러는게 아닐까 싶다.


분명 어떤 면에서는 서로를 갉아먹고 있겠지만 


그만큼 더 많이 채워주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 나만 그러는게 아니라 누나도 옛날보다 훨씬 대화나 행동에서 나를 배려한다는 느낌도 많이 든다.



뭔가가 부서진 것 같은 상대방과 본인을 채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고 있지만,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최소한 누나가 어떤 형식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곡차곡 안전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많을거다.


나는 고민이나 걱정도 많고 계획적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돌이켜보니


사실상 YOLO같은 상태로 지금까지 살아온 셈이 되어버린거 같다.


그냥 임기응변 식으로 시간이 지나가고 있던거 같다.



나처럼 이거저거 존나 고민하고 멘탈 깨지는 친구들은...


모르겠다. 내가 남한테 뭔 말을 하겠냐.


솔직히 지금 나처럼 존나 운 좋게 이렇게나마 일단은 넘어가자 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



이미 부모님이 스트레스 다 받으시고 결국 포기해버려서 


깊은 상처를 남겨드리고 너덜너덜 어떻게든 살아남아 있는 상황 아닌가 싶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부모님도 자기 가족들이나 


다른 사람한테 말 못할 사정이 생긴 채로 남은 인생을 사셔야 하는데,


정말 대단한 불효가 따로 없으니, 제발 고민 많이 하길 바란다.



떠올리고 글을 적다보니까 머리가 또 아파진다. 


이러다보니 금새 열두시가 넘어버렸다.


맨날 어디다 얘기를 못하니 하고싶은 말은 많아져서 


아무렇게나 글 써버리고 털어버리려고 오는데


또 털어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답답한 상황인데도 읽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고맙다.


그나마 당신들이 건네주는 말들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버티지도 못했을거다.


좋은 일로 와야하는데 매번 그러지도 못하고...


그래도 또 아침에 누나 얼굴 보면 괜찮아지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