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써보는 묘한 남매 이야기 - 신혼여행



다사다난한 제주도 여행 첫날도

저 멀리까지 펼쳐져 있는 바다처럼 

깊은 밤으로 접어들고 있었어. 


펜션 욕실은 웬만한 아파트 욕실보다 

배는 컸지만 블로그에서 봤던 사진보다는 

왠지 조금 작은 편이었어.

물론 우리 둘이 함께 들어가기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어.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낮에 우산도 없이

비를 한참 맞았던 터라 물 온도는 

따뜻하게 했고 바스를 조금 풀었어. 

욕조 바닥 쪽 물이 혹시라도 

차갑지는 않은지 손바닥으로 

휘휘 젓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 


"들어가도 돼.....요?"


뒤돌아보니 동생이 가슴과 Y존을 가리고 

욕실 문앞에 서 있었어. 타올로 가리고 와도

되는데 말이야.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여자애라는 칭호가

있다면 지금 내 동생에게 주고 싶을 정도야.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어. 


"응, 나는 먼저 씻었어. 

샤워부터 하고 욕조에 들어오면 돼."


"왜... 웃지...? 나 이상해 보여요?"


아까보다 조금 더 움츠린 몸, 

그리고 아주 살짝 볼멘 목소리. 

그것마저 너무 귀여워서

빨리 다시 안아주고 싶었어.  


"이상한 거 하나도 없어.

그냥, 내 여자친구가 너무 예뻐서."


동생은 '내 여자친구'라는 말에 '아' 하고 

새삼 놀라더라.

부끄러워 했다는 게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총총걸음으로 샤워부스로 갔어. 


나는 욕조에 들어가 따뜻한 물에 뉘었어. 

이제야 오늘 하루종일 몸과 마음을 짓눌렀던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아. 

살짝 고개를 돌리니 씻고 있는 동생의 

뒷모습이 그대로 다 보였어. 

샤워부스 유리는 더없이 투명했어.  


동생은 트리트먼트를 끝냈는지 

뒷머리를 모아서 손으로 조물조물 비벼대고 있었어. 

그 새하얀 나신에서 어떻게 눈을 뗄 수 있을까.

새침해 보이는 뒷목,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등과 허리, 

모델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저 나이대 여자아이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은은하게 아름다운 허리 라인, 

두 볼기가 빈틈 없이 꽉 조여서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탄력 있는 엉덩이. 


허벅지와 종아리는 조금 살이 있는 듯했는데, 

십대의 허벅지는 허리 아래의 아기살이라고 하잖아. 

내 여자친구는 뒷모습만으로도 남자친구를

설레게 할 줄 아는 여자였어.


눈앞에 보이는 여자아이의 모든 게 사랑스러웠어. 

나 정말 단단히 코가 꿰었나봐. 


어느새 샤워를 마친 동생이 아까보다는 조금 더

허술하게 몸을 가리고는 나를 돌아봤어. 

몸과 머리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데.

한결 청초해 보였어. 


아까 날 웃게 만든 그 총총걸음으로 내게 왔어. 

젖은 머리가 이마, 볼, 어깨에 이리저리 붙으니까

요리조리 모아서 뒤로 넘기는데, 

그 순간 드러나는

단아한 얼굴과 새하얀 어깨에 다시 사랑을 느꼈어. 

욕정이 아니야.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과 

단 둘이 지금 마주보고 있다는 사실에, 

그 달콤함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어. 


찰랑. 

동생이 조심스럽게 욕조에 발을 담그는 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렸던 것 같아. 

핏줄이 보일 정도로 티 없이 투명한 동생의 허벅지와

물방울이 조금씩 흘러내리는 엉덩이가 보였어. 


이 귀여운 여자아이는 조금 망설이는 듯했어. 

나와 마주보고 앉을지, 아니면 등을 보인 채 

뒤로 안기듯이 앉을지. 


"어떻게 앉아야..."

"이렇게 들어와서 누우면 돼."


나는 오른손으로 동생 허리를 감고

왼손으로 무릎 뒤를 살짝 받쳐서, 

그러니까 공주님 안기를 해서 

동생이 엉덩이부터 천천히 따뜻한 욕조에 몸을

누이게 했어.  

이런 디테일한 걸 어떻게 하나하나 다 기억하느냐고?

몸이 기억하거든. 


욕조가 조금 좁긴 하더라고. 

내가 다리를 조금 벌리고 앉고, 내 다리 사이에 

이 아담하고, 단아하고, 아름답고, 청아한 여자애가

앉았어. 


"나까지 들어와서.... 안 불편해요?"

"전혀. 너무 편해. 나 혼자 들어와 있을 때보다 더

따뜻하기도 하고."


내 몸에 동생이 기댄 상태여서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빨개져 있겠지.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부끄러워 하고, 좋아 하고, 

안도해 하는 내 여자친구.


동생의 약간 거칠어진 숨소리도 어느새 편안해졌어. 

아, 그리고 아무리 여자애라지만, 

나랑 피가 이어진 게 맞나싶을 정도로

살결이 희고 곱더라. 주근깨도 없어.

정말 아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작디 작은

붉은 반점 정도가 이 새하얀 몸의 몇 안 되는 점이었어.


이토록 가녀린 애가 아까는 무슨 힘이 있어서 

그 빗속에서 그리 도망을 갔을까. 

추위에 떨던 그 안타까운 어깨가 다시 눈에 아른거렸어. 


두 손으로 욕조 물을 떠서 동생 뒷목과 어깨에 

부어줬어. 

한 번, 두 번, 세 번...  

더 따뜻해지자, 더 행복하자, 더 사랑하자... 

동생의 촉촉한 머리 향기를 맡으며 계속 부어줬어.


동생이 약간 미안한 얼굴로 날 돌아봤어. 


"그렇게 안 해줘도 돼요. 이제 안 추우니까..."

"그래도 이렇게 해주면 더 따뜻하지 않아?"

"그렇긴 한데, 팔 아플까봐..."

"더 따뜻한 건 맞지? 그럼 계속 해줄게."


창밖 제주도의 새카만 밤, 

그에 비해 무척 밝은 욕실과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신 동생의 아름다운 몸. 

그리고 그 몸을 안고 있는 나. 

찰랑거리는 물소리. 

그리고 그 몸에 따뜻함을 더해주고 있는 나.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사실을 말하자면,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둘은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어. 

연인 사이는커녕 평생 서로 보지 않아야 

할지 모른다고 울며 주저앉았어. 


그런데 지금은 내게 안겨 있는 이 여자아이, 

정말 내 동생이고 내 연인일까.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어. 

동생의 몸을 뒤로 살짝 돌려서

빠알갛게 상기된 볼을 소중하게 감싸고

앙증맞게 작은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어. 

입을 맞출 때, 동생은 눈을 감았어. 

나도 눈을 감았어. 

눈을 감고... 잠깐 오늘 해가 가장 높았던 때로 돌아갔어....


........

..........

............


"그래, 알았어요. 

우리 이제 그만 제자리로 돌아가자, 오빠."


우리 둘이 제주도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들른 곳은 유명한 숲이었어. 

한적한 숲길을 걸으며 작정하고 내 마음을 말했어. 

잠자코 듣기만 하던 동생이 우뚝 멈추더니 

백팩을 발치에 마치 던지듯이 내려놨어. 


그리고 내 뒤에 펼쳐져 있는 숲을 응시하면서, 

다시 말해 내 눈을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면서

듣고만 있다가 잠깐 눈을 꼬옥 감았어.

 

그때 동생의 표정, 눈짓, 몸짓이 모두 선명해. 

어쩌면 이 여자애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지도 몰랐으니까 

하나하나 눈에 새겨뒀어. 

동생은 내 눈을 똑바로 쳐봤어. 


"그래, 알았어요. 

우리 이제 그만 제자리로 돌아가자, 오빠.

충분히 멀리 돌아 왔어. 

나 이제 괜찮으니까, 멀쩡하니까,

집에 가자." 


동생은 날 보고 한번 웃어보이고는

관광지 팜플렛, 펜, 디카를

차례대로 가방에 다시 넣었어.

 

그래, 집으로 돌아가자.... 

맞아, 둘 다 제자리로 돌아가자....


내가 그토록 원했던 대답이었는데

가슴이 이지러질 것 같았어. 


'읏, 무겁네' 하고, 과장된 몸짓으로 동생이 가방을 맸어. 

김포공항에서 여행을 시작하던 그 모습으로 돌아왔어. 

우리 둘의 여행은 이제 막 시작했을 텐데,

그랬을 텐데, 

벌써 끝나고 말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