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놀아나고 있는데 냉정하게 시각 유지하는 인간들이 더 이상하지.
나도 솔직히 내가 의사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놀아나고 있었을지 장담 못 하겠음.
나는 내가 의사이기 때문에, 내 동업자 선배 후배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니까.
2020년에도 느낀 거지만 아무리 같잖은 나라라도
한 나라 전체의 악의를 마주한다는 것은 정말로 두려운 일임.
그리고 그 악의를 뿜어내는 대상이 평소에 웃으며 잘 대해주던 환자들이나
그런 환자들의 가족이라면 더더욱.
회의가 들 수도 있겠지.
일부는 좌절해서 너흰 치료받지 말고 죽어라 절망하는것도 이해함.
그러나 내 후배와 내 세대 전공의들 대다수는 좌절하지 않았음.
오히려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선택을 통해 이 폭주를 멈추려고 할 뿐임.
앞으로 점점 궁지에 몰리는 건 한계에 봉착한 대학병원과,
선거를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러버린 채 뾰족한 묘안도 없는 정부,
그리고 굴복할 줄 알았던 전공의들, 의사 전체 14만 중 고작 1만 명의 부재로
온 나라의 의료가 마비되는 걸 지켜보며 직접 피해를 받게 될 국민들일거임.
그럴수록 선동은 더 거세지고, 의사 악마화는 더 심해지겠지.
어쩌면 지금은 내 말을 이해하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넘어갈 수 있을 거임.
마지막 순간엔 아마 사챈에서 아무도 내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을 거고.
사챈만 탓할 문제는 아님. 오히려 사챈은 다른 커뮤니티보다 잘 버텼다고 생각함.
어디까지 이성을 유지하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