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윽..컥.."


"이제 좀 불 마음이 생겼나?"


동경계림부 경무청 고등계 형사 노덕술의 말에, 천장에 발이 묶여 거꾸로 뒤집힌 사이토 마코토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륵..커억.."


그가 고개를 내젓는 탓에, 노덕술이 그의 코에 부어넣은 시뻘건 고춧물이 콧물과 함께 튀어나와 사방을 적셨다.


"...진짜 독한 새끼구만, 이거. 다른 새끼들은 이 정도만 하면 알아서 질질 쳐 부는데 이 새낀 대체 뭐지?"


노덕술은 그의 생에 가장 독한 강적을 만난 기분이었다.


지난 주에 왜주 도독 윤치호를 암살하려 했던 범인이 드디어 잡혀서 동경으로 압송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그저 단순히 이번에도 그의 신박한 고문 기술을 쓰면 알아서 배후를 불리라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이놈은 그러지 않았다.


손발톱과 머리카락을 뽑고, 이빨을 뽑고, 천장에 매달고 사정없이 구타하고, 심지어 뜨거운 고춧물을 부어도, 더러운 삼한 놈이라며 당당하게 욕지거리를 내뱉을 뻔 배후에 대해 입을 열지는 않았다.


"하... 골때리네 이거."


노덕술은 한쪽 손으로 머리를 쥐어짜며, 다른 한 손에 쥐고 있던 주전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놈을 어찌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