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진지하게 얘기하면 오히려 이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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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증원한 애들이 아무리 빨라도 전문의를 단다는 전제 하에 

의료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려면 최소 10년이 걸림.

이것도 유급 및 국시 탈락, 그리고 수련 바로 하고 병역 안 치른다는 전제 하에서임.


10년이란 시간동안 의료 공백이 심해지고 전문의 배출이 사실상 거의 끊김.

올해 수련받지 않는 전공의들 숫자만 봐도 답 나오고, 결과적으로 이건 내년, 내후년까지

지속적으로 대학병원의 공동화를 만들 거임, 그 얘기는 대학병원에서 수련받은 뒤

지금 전문의들이 있는 필드로 나와 경쟁해야 할 미래의 전문의들이 나오지 않는단 의미임.


즉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앞으로 10년간은 오히려 전문의가 더 귀해지는 일이 벌어짐.

왜냐면 배출은 거의 안 되는데, 기존 전문의들의 은퇴는 예정대로 계속 진행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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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10년 후엔 지금의 양산형 2천명 증원 졸업생들이 쏟아져나온다고 치자.


첫째로 이들이 과연 전공의 과정을 누구에게 수련받느냐가 문제임.

10년 후에 대학병원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해보면 어렵잖게 이해를 할 수 있음.

이미 대학교수들은 지쳐서 다 은퇴해버렸거나, 마구 증원되어서 이들을 가르칠만한

실력도, 의지도 없는 이들만 남아있을거임.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거라 생각하기 힘듬.

(그나마도 충분한 교수가 남아있을지도 의문이다)


둘째로 이들이 과연 그 어려운 수련과정을 통과할 '동기'를 찾을 수 있을까가 문제지.

이미 10년 후면 의료는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져서 전문의를 굳이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

딴다고 해도 그걸로 벌어먹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음.

그러므로 지금 증원된 의대생 출신들은 아마 빠르게 의사 면허만 따고 돈 잘 벌리는
일본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 의사면허를 따고 탈조를 계획하는 게 더 합리적임.


셋째로, 이들이 쏟아져나온다고 해도 10년간 누적된 전문의 부족 현상이 하루아침에 해결되지는 않음.

이게 사실 제일 중요한데, 첫째 둘째 전제가 다 틀렸다고 가정하고 쏟아져나오는 의대 졸업생들이

지금 대란 일어나기 전처럼 병원 수련을 받는 비율이 높아서 전문의가 나온다고 쳐도 이미 지난 10년간

전문의 배출이 거의 끊기다시피 한 한국 의료 환경에서 전문의의 몸값은 갑자기 떨어지지 않음.

다만 전문의 몸값을 제대로 유지받는 건 '양산형' '2천명 세대' 의사들이 아니라 기존 의사들이겠지.

의사도 실력 없고 경험 없으면 페이는 천지차이고 대접도 전혀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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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현재의 의사들 중 나처럼 15년 정도만 의사하고

해외로 런 칠 사람은 오히려 개인적인 이득만 생각했을 때 이 사태를 반기는 게 맞음.

눈에 불을 켜고 저항해야 할 건 오히려 지금 의대 예과생들이나, 앞으로 의대를 갈 사람들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반대하고 비판하는 이유는, 우선 정책적으로도 아닌 건 아닌 거고, 
나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접근성과 숙달된 의료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양질의 전문의를 배출하던 한국의 의료환경 그 자체가 
이렇게 한 개인의 아집으로 망가지는 꼴을 보기 싫은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다는 거지.


그래서 내가 이 사태 초반에 지금 진지하게 한국 의료를 생각해주는 사람들,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오히려 전공의들이라고 했던 거야.



근데 씨발 얘기하면 뭐 하냐 꼭 내가 아니라 다른 놈이 한 달 후에

똑같은 글 써놓으면 거기에다가만 오오 이러고 있는데.

병신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