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제발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주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대사가 처절한 수준을 넘어 비굴하게 보일 만큼 고개를 깊게 숙이며 애원했다.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무너지면, 저들의 다음 목표는 당연히 어디겠습니까! 제발, 제발...."


사우디아라비아와는 거의 불구대천의 원수와 마찬가지인 이란의 전권대사가 사우디의 외무장관에게 이렇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 옛날, 호라즘을 무너뜨리고, 바그다드를 함락하고 칼리프를 밟아 죽인, 그들이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이 몽골의 진격에 호응한 하자라인들의 봉기에 무너졌을 때, 이란은 비록 놀라기는 했으나 아프가니스탄을 돕지 않고 그저 방관했다.


대체 무슨 요술을 부렸는지는 몰라도, 단 10년 만에 중국을 무너뜨린 저들과 맞붙는다는 것은 자살행위라 여겼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시금 13세기의 참상이 재현되었을 때도, 그저 비판 성명만 조금 발표하고 말았지 결코 저들과 적대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저들을 끌어들여 이라크 동남부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영원한 숙적인 사우디를 무너뜨릴 생각도 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안일하고,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애초에 몽골이 그들과 협력할 생각이 없었고, 그들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다는 것을 미리 파악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자라인 7만과 몽골군 6만으로 구성된 침략군이, 투르크메니스탄과 아프간 방면에서의 이란 국경 수비대를 전멸시키며 순식간에 호라산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기습적인 공격을 받은 이란군은 패전에 패전을 이어가며 수도 테헤란까지 밀렸고, 몽골군은 도시를 고립시키고 항복을 요구했다.


간신히 타브리즈로 피신한 라흐바르는 지하드를 선포하고 반격을 시도했으나, 이미 초반의 기습공격에 대다수의 전력이 반토막난 이란군이 중국과의 전쟁에서 경험을 쌓은 몽골군을 이길 리가 만무했다.


그렇게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한 이란군은 점점 사기가 떨어져갔고, 심지어 혁명수비대에서조차 후퇴 불가 명령을 무시하고 이를 막는 장교를 살해한 뒤 몽골군에게 항복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쟁이 시작된 지 단 반년만에 이란은 타브리즈 일대 북서부 지역과 후제스탄, 파키스탄과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일부 주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통제권을 상실했고, 이제는 거의 숨통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몰려 있었다.


"제발...제발...귀측이 우리 나라에 여러 가지로 유감스러운 일이 많았던 것은 알고 있고, 저희가 염치없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테헤란이 함락된 후에도 이란은 수니파 국가들에도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나, 계속해서 대패가 이어지자 다급해진 나머지 수니파 국가들은 물론 심지어 이스라엘에까지 지원을 요청했다. 


물론 이스라엘은 요청을 거부했으나, 그만큼 이란은 절박했다.


그토록 으르렁대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원을 요청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일단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지, 누구의 지원을 받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


그러나, 이 사우디의 외교대신은 그저 무표정으로 이란 대사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더러 입가를 꽉 억누르는 티가 나는 것이, 내심 이란 대사를 비웃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제발...제발...부탁드립니다...어떻게든 전후에 값을 지불할테니...제발...."


이란 대사는 초조해진 나머지, 결국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까지 했다.


"우선."


쫑긋. 


계속 입을 닫고 있던 사우디 외무장관의 입이 마침내 열리자, 이란 대사는 절박한 표정으로 사우디 외무장관을 바라보았다.


"참전은 아무래도 어려울 듯 합니다. 우선 저희의 내부의 사정이 심상찮게 흘러가기도 하고, 또, 귀측에는 유감스러운 말이지만, 저희는 굳이 저 몽골을 적으로 돌려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아...아아아...."


사우디 외무장관의 말에, 이란 대사는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팔을 축 늘어놓았다.


"그러나."


그러나, 외무장관이 다시금 말을 덧붙이자, 이란 대사는 그 절망스러워하던 태도를 어디에 버렸는지 바로 자세를 잡으며 외무장관의 말을 경청했다.


"물자와 무기의 지원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선 퇴역 직전인 병기들은 거의 다 제공해드릴 수 있을듯 하니, 그것들부터 최대한 제공해 드리지요.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식량의 지원은 그렇게 많이는 못 드릴것 같습니다. 물론 당연히, 공식적인 지원은 아닐 겁니다."


"아, 아아..!"


본래 아랍 국가들의 공식적인 광범위한 지원을 받아내어, 몽골군에게 부담을 느끼게끔 해 몽골군을 철군시키려던 이란의 계획과는 한창 어긋나는 일이었으나,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어디던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크흐흑.."


이란 대사는, 감정이 복받친 나머지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자고로, 공동의 적이 있으면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도 서로 힘을 합치게 되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