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요양등처행중서성우승(상) 홍중희는 삼가 황제 폐하(원 무종)께 글을 올립니다. 


본디 삼한은 우리 세조 황제(쿠빌라이 칸)께서 종실과 풍속의 존치를 인정받은 땅으로, 단지 그러한 것만이 아니라 세조 황제께 고려의 전왕(충렬왕)에게 공주를 하사받아 부마로 삼게 하시는 등의 크나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또한 탐라(제주)와 동녕(고려 서북면)을 다시금 고려의 영역으로 붙이기까지 하셨고, 삼한이 세조 황제께 받은 크나큰 은혜의 더 오랜 사례로는 삼한이 합단(카다안)의 침략을 받아 온 강토가 불타고 인민이 무참히 도륙되는 것을 가엽게 여기시어 세토칸으로 하여금 토벌군을 원조하시어 그 잔적을 깨부수고 삼한의 안녕을 되찾은 적이 있으니, 세조 황제께서 삼한에게 내려주신 그 은혜는 삼한이 만분지일도 감히 보답할 수 없을만큼 큽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삼한의 풍습이 매우 어지러워졌는데, 고려심왕(충선왕)이 고려의 국왕으로써 심왕의 지위를 겸직한 것을 지나치게 기뻐하여 위세를 부림이 감히 황제와 같은 급에 이르렀고, 일국(한 나라, 고려를 말함)의 국왕으로써 그 나라를 다스리지 않고 대도(원의 수도, 현 베이징)에서 서신으로 나라를 통치하니 고려의 인민은 고려심왕에게 바치는 물자를 바치느라 일년 농사를 제대로 짓지도 못하고, 고려의 재정은 그 물자를 감당하기 매우 버거워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다 하옵니다.


이렇듯 삼한의 인민이 책임감 없는 군왕을 만나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는데, 차라리 삼한을 내지의 한 성으로 병탄하는 것만 못하다 하겠습니다.


고려심왕이 인민과 나라를 내팽겨치고 그저 대도에서만 지내니, 이미 고려심왕은 고려의 군주로써 그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입니다.


하여 감히 청컨대, 삼한의 국체를 폐하고 삼한에 행성(원의 지방행정기구)을 설치하고 관리를 파견하여 고려 인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고려의 재정에 숨구멍을 뚫어주소서.


황제 폐하께서 그리하신다면 삼한의 인민은 기꺼이 황제 폐하의 크나큰 은혜에 감복하여 감사하지 않는 자가 없을 것입니다.




어떻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