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삼한등처행중서성 한민국 삼한군대원수 이신태는 삼가 고개를 숙이며 황제 폐하께 표문을 올립니다.


신이 생각하건대, 우리 나라가 지난번 황제 폐하의 명을 거절하고 명을 집행코자 하는 군사를 공격한 것은 나라가 백 번 멸망하고도 감히 갚지 못할 큰 죄를 지은 것입니다.


그러나 황제 폐하께서는 군사를 일으키시어 저희 나라의 간신을 제거하시고 우리 나라의 죄를 징치하셨으나, 저희 나라의 명맥을 끊지 않고 그것이 유지되게 은혜를 베푸셨으니 감히 성스러운 은혜를 망극히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전두호를 비롯한 은혜를 모르는 간악한 무리들이 다시 일어나 황제 폐하의 신하를 붙잡아 가두고 상국에 반항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황제 폐하의 성스러운 은혜를 저희 나라의 모든 인민이 모르는 바가 아니라지만 이러한 자들이 있다는 것에 실로 벌거벗은 채로 내쫓아진 탕아와 같은 수치를 느끼고 이를 용서해주신 황제 폐하의 크나큰 은혜가 크심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삼한의 신민이 황제 폐하께 봉사할 기회가 부족한 탓이니, 황제 폐하께서 삼한의 국체를 완전히 폐지하시고 삼한을 내지와 같은 행정구역으로 편입하여 삼한의 신민을 내지의 신민과 같이 대우하신다면 삼한의 신민이 어찌 황제 폐하의 은혜를 갚으려 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동쪽의 일본을 정벌하는 물자를 성스러운 정벌군에게 제공하는 데에는 일개 번국으로써 그 한계가 명확한 바가 있습니다. 삼한이 몽골의 한 행정구역으로 편입된다면 그 인력과 물자를 성심껏 성스러운 군대에 제공케 할 수 있다고 사료되오니, 오늘의 계책은 마땅히 삼한을 완전히 내지에 편입시키는 것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여 감히 청하건대, 삼한의 국체를 폐하시고 삼한을 몽골의 다른 행중서성과 같은 행정구역으로 완전히 편입하여 주소서. 


그리하면 삼한의 장정은 일본을 정벌케 하는 데에 모두 기꺼이 나갈 것이고, 삼한의 아녀자들은 폐하의 후방에서 물자를 생산하며 성스러운 군대에 제공할 것이며, 전두호와 같은 간악한 무기를 황제의 군대가 처리할 수 있음이니, 이러한 계책을 따름은 몽골은 물론 삼한에 대대로 복록을 내려질 것이니, 신은 단지 황제 폐하의 결정만을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