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시작하기 전에, 정치적으로 모든걸 해석해서 저출산의 원인을 상대 정당에게 떠넘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쉽겠지만, 이건 사회와 문화만을 포커스로 접근한 글이지 나는 특정 정치세력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 않음.



#1. 유교적 가부장제의 문화를 기준으로, 좋은 남편감은 혼자 한 가족 전체가 풍요로운 삶을 살수 있도록 하는 능력있는 남성이었음. 그리고 좋은 남편감이 선호하는 좋은 부인감은, 유교문화 아래에서 다른 남자 손도 안 잡아본, 어리고 매력적인 여성이었음.


#2. 그런데 시대가 급격하게 바뀌고 외국 물이 들어오면서, 그 유교문화를 배척하고 무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짐. 그때 제일 먼저 퍼진 것이 자유연애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 결과 가부장제적 가치관에서 매력있는 여성의 숫자가 확 줄어듬.


#3. 그런데 문제의 첫번째 원인은, 여자들에게 있어 좋은 남편감의 기준이 가부장제적 시대와 현 시대에서 딱히 다르지가 않았다는 거임. 일부일처제를 기준으로, 여성이 가정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가고 지킬수 있는 능력이 되는 남성을 선호하는건 가부장제가 생기기 한참 전부터 유전자에 새겨져있는 본능이니까.


#4. 그래서 좋은 남편감이 되는 남자들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그들에게 있어) 좋은 부인감이 되는 여자는 싹 사라졌고, 이렇게 밸런스가 깨진게 문제의 두번째 원인이 됨.


#5. 만약 그 1티어 남자들이 자기들에게 있어 좋은 부인감의 기준을 낮추고 거기 남아있는 여자들 중에 누군가를 골라서 결혼을 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안 생겼을 거임. 하지만 그 남자들은 자기 기준을 만족 못하는 여자랑 결혼하기를 선택하지 않았음. 대신 다른 선택을 했음.


#6. 그 선택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문제가 시작됨. 왜냐면 그 선택이 '결혼할만한 여자가 없으니, 그냥 결혼 하지말고 자기 기준에는 좀 못미치지만 나름 여자로서의 매력이 있는 여자들과 폭넓게 연애만 하면서 독신으로 지내자' 라는 거거든.


#7.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면, 상당수의 여자로부터 결혼상대로 선망받는 남자들이 예전같으면 얼른 결혼시장에서 빠져서, 여자들 입장에서도 그 남자들을 얼른 포기하고 그 아래 수준의 남자들 중 현실적으로 자기 남편이 될만한 결혼상대를 고르고 자기네도 결혼시장을 탈출할수 있었다는거지. 근데 그 과정이 꼬여버렸다는 거야.


#8.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면, 1티어 여자는 유교문화가 사라지면서, 또한 그걸 선도하는 미디어의 영향으로 공백, 2티어 여자는 1티어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1티어 남자의 연애대상으로서 만나고 헤어지고만 반복할 뿐. 2티어 남자는 2티어 여자가 저러고 있으니, 1티어 남자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네 아래의 3티어 여자와 연애만 하고 결혼은 안함. 3티어 남자는 똑같이 4티어 여자랑 연애만 하고 결혼은 안함 .... 이렇게 무한반복.


#9. 근데 남자도 여자도 맨 아래 티어가 있겠지? 여자 맨 아래티어는 자기 바로위 티어의 남자랑 연애만 하고 결혼은 못한다 쳐. 그러면 맨 아래티어의 남자는 자기 아래 티어의 여자가 없잖아. 그러면 다른 남자들이 냈던 답에 도달하지 못하고 세상을 미워하게 됨. 나는 그게 문제로서 발생하기 시작한 시기가 2010년대고, 그런 남자의 상징이 되는 존재가 일베라고 생각함.


#10. 근데 이런 상황 속에서,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이성을 등쳐먹는다는 꼼수를 찾아내서 꿀을 빨고있는 존재가 있었음. #6의 현실을 잘 모르던 1티어 남자를 반반한 외모만 가지고 어떻게 잘 꼬여내는데 성공한 여자들이 동탄에 둥지를 트기 시작했지. 우리가 다들 잘 알고 있는 퐁퐁부인들의 등장이야.


#11. 하지만 그 퐁퐁부인들도 설거지론의 등장으로 꼼수가 어느정도 막혀버린 것이 현실.


#12. 보통의 사회는 이럴때 자정을 이뤄내는데 성공하는데, 어떻게 자정을 이뤄내는데 성공하냐면, 1티어의 남자를 원하는 여자들이, 그 남자들이 원하는 1티어의 여성상을 알아보고, 그걸 하나의 가치관으로서 새로 잡고 그걸 만족하는 여자들이 그 남자들을 낚아채면서, 2티어 여자들이 이미 결혼한 1티어 남자를 단념하고 2티어 남자를 선택, 3티어 여자들이 이미 결혼한 2티어 남자를 단념하고 3티어 남자를 선택하는 식으로 쭉쭉 진행이 되지.


#13. 그런 자정작용이 대표적으로 일어났던 사례가 일본임. 일본에서도 페미니즘이 득세하던 버블 시대가 있었고, 그 세대의 여자는 마케이누 세대가 되었지. 거기서도 자유연애의 유행과 함께 1티어 여자의 공백이 생겼었는데, 거기에 대한 자정작용으로 1티어 남자를 얻기 위한 여자의 욕망이 만들어낸 개념이 이른바 '여자력' 이라는 하나의 스테이터스인거임. 상위 티어의 남자를 얻는데 필요한 스탯이란 거. 당연한 얘기지만 문란한 과거는 그 '여자력'을 떨어트리는 주요 요소가 되었지.


#14. 근데 한국에서는 유난히 그런 자정작용이 일어나는게 더딤. 거기에는 여러 집단이 각자의 이유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임. 제일 큰 영향은 역시 나이든 여성들의 가스라이팅이지. 유교문화가 사라지며 찾아내기 어려워진 1티어 여성의 공백을 채우고자, 현재 결혼상대로 선망받는 1티어 남성들이 선택한 1티어 여성은 20대 초반의, '다른 남자와 이것저것 해 볼 시간적 여유가 아직 없던' 여성임.


#15. 근데 이른바 '결혼적령기'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여성들은 자기네가 그 어린 아이들만 경쟁상대에서 배제하면 1티어 남성과 결혼할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는지, 어린 아이들과 심지어 사회 전체를 상대로 가스라이팅을 시작하지. "어릴 때 결혼하면 이상한 남자와 결혼한다" 라는 고정적 인식을 심어주면서, "어릴 때 다양한 남자와 만나봐야 남자 보는 눈이 생긴다" 라는 근거없는 이야기를 소중한 동생에게의 조언인 양 해주는 것.


#16. 근데 마침 바로 그 여성들을 자기네 최대 고객으로 삼고있던 방송국에선, 바로 그 사람들의 가스라이팅에 동조해주는 것이 시청률과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아는듯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하지. 예를 들면 어린 나이에 안정성 없고 낮은 티어의 남자와의 관계에서 아이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들만을 조명하면서, 어릴때 결혼하거나 아이를 만드는 것의 부정적인 사례만 확증편향으로 깐깐하게 골라서 보여주는 고딩엄빠 같은 프로그램이라던가.


#17. 그리고 SNS 역시 상당한 역할을 하는데, 이쪽은 #8에서 언급했던 가벼운 만남을 실제로 가능케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줬지. SNS를 통로로 하여, 여자들은 예전에는 못했을 '자기 윗 티어 남자와의 가벼운 만남'을 굉장히 쉽게 하고 있으니까.


#18. 이런 부분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한국은 세계의 다른 어느 국가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장기적 출산률 침체를 일으키면서 그 해결 역시 묘연해지고 있는 거야.




거의 20년간에 걸쳐서 일어난 사회적 변화인만큼 너무 많은 부분을 다루려고 하면 가독성이 떨어질거 같아서 쓰기가 쉽지 않더라. 큰 이슈가 되었다기보다는 실제로 출산률에 영향을 줬을법한 부분들만 쏙쏙 뺴서 얘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다들 이해하기 편할만한 설명이 되었을지 잘 모르겠네.


혹시나 내 얘기에서 오류로 보이거나 교정을 검토해야 할거같다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지적 환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