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몽골국 삼한등처행중서성 한민국 경기로 서울부 여의도 국회의사당.



몽한전쟁 종전 이래, 한국의 모든 정부 조직은 몽골의 지방행정조직인 삼한등처행중서성 휘하의 일개 속국을 통치하는 일개 부서 수준으로 그 위상이 격하되었다.


한국의 통령은 독립국 국민이 선출하는 독립적인 국가원수에서 몽골 황제가 임명하는 부윤, 유수, 군수, 현감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한국 대법원에서 내리는 판결은 삼한등처행중서성 좌, 우승상의 말 한마디면 바로 뒤엎어지고 폐기처리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가 아니게 되었다. 


또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면책 특권 역시 강제로 폐지되어, 국회의 국회의원들은 더 이상 독립적인 입법부라고 할 수도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현실을 드러내놓고 반발하는 의원들이 많이 나왔으나, 그들 모두가 가족과 더불어 다 같이 광화문 광장에 목이 내걸린 이후로는 불평을 내뱉는 의원이 없었다.


그만한 의기를 가진 의원들부터 목이 잘려나가는 꼴을 본 대다수의 의원들이 입을 다무는 것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도 시세에 민감한 자들이었기에, 그들은 그저 입을 다물며 몽골에서 주는 달콤한 꿀 몇 방울을 받아먹으며 입을 다무는 것을 선택했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모두가 그랬을 터였다.



"이건 말도 안됩니다! 이 나라의 국체를 폐지하고, 이 땅을 완전히 몽골의 행정구역으로 편입한다니요!"


한 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손을 크게 흔들며 울부짖었다.


"황제 폐하께서도 조칙을 내리시어 나라의 국체를 잇게 하셨는데, 어찌 이제 와서 당신들이 황제 폐하의 조서를 무시하고 멋대로 이 나라를 병합하려 든단 말입니까!"


다른 몇 몇 의원들 역시, 그 의원들과 같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의장석을 차지하고 있는 삼한등처행중서성 우승상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300명의 의원들 중 100명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들 중 60명 이상의 의원들이 쩌렁쩌렁 외쳐대는 소리는 국회의사당 전체를 울리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우승상은 그들을 그저 동물원 우리에 갇힌 맹수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비웃을 뿐이었다.


"거 조용히 하십시다, 의원으로서 품위를 지키셔야지요."


"당신 같으면 이 상황에서 진정할 수 있습니까? 나라가 망할 상황인데 진정하는 놈이 오히려 더 미친놈이지요!"


"아, 예예,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정해진 일을 억지로 막고자 한다면 그게 더 미친 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이게 뭐가 어떻게 정해졌다는 겁니까? 당신이 황제 폐하의 조서를 무시하고 멋대로 우리 나라를 병합하려는 것이 어찌...!"


"시끄럽고, 이거나 한번 보시오."


의원의 말은 끝마쳐지지 못했다. 우승상이 국회의사당의 큰 화면을 키면서, 한 문서를 가득히 띄웠기 때문이다.


"...어?"


의원들이 화면을 바라본 그 순간, 그들은 하나같이 넋이 나간 채로 멍청한 소리를 내며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보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가장 큰 글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Эрхэмсэг ноён Солонгосыг хавсаргах тухай зарлиг]


이를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대황제 폐하의 삼한 병합에 관한 칙령]


였다.


황제가, 삼한의 명맥만은 이어주겠다고 한 황제가, 어느새 그 약속을 뒤집고 삼한을 완전히 멸하기로 정한 것이다.


"..이..이게, 이게 무슨..."


"보고도 모르시오? 황제 폐하께오서, 더 이상 당신네 나라를 남겨둘 필요가 없어졌으니, 이제 내지로 통합하시겠다고 조칙을 내리셨소.


이제 토번과 청해, 사천과 운남, 우한을 수복하고 남경과 상해도 점령하였으니, 굳이 거추장스럽게 이상 이 나라를 남겨둘 필요가 없다는 거요."


"아..아아.."


의원들은 하나같이 다 끝났다는 채로, 망연자실한 상태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단 한명은 주저앉지 않으며 계속 당당한 채로 서 있었다.


이에 우승상이 그 의원을 쳐다보았고, 그에 맞게 다른 의원들의 시선도 계속 서 있는 그 의원에게 쏠렸다.


"참 태연하시구려, 지금 이 상황에서도 아직 돌파구가 있으리라 생각하시는 거요?"


우승상이 그리 묻자, 그 의원은 더없이 태연하고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의원이 말을 내뱉자, 의사당에는 침묵과 정적, 그리고 의문 가득한 시선이 그 의원에게 다시금 쏠렸다.


설명을 요구하는 그 시선에, 의원은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듯 다시 말을 꺼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본래 한 안건을 결정할 때에는, 아무리 우승상 각하라 해도 우리 통령 각하와 우리 국회의 결정이 필요한 법입니다. 헌데 현재 통령은 부재한 상황이니, 우선 이것에서 지금의 안건을 결정하고자 하는 것은 법을 어기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설령 통령이 부재하지 아니하고,  이것에 찬성한다 해도, 우리 의원의 과반수가 참석조차 하지 않은 현 상태에서는 안건을 결정하는 요인이 불충족되었으니, 이 안건은 법에 따라 당연히 가결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의원의 설명이 끝나자, 이것에 나름 솔깃했던 의원들이 많았던 것인지, 주저앉았던 의원들은 다시 슬슬 일어서거나 혹은 무언가 압박하는 시선을 우승상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승상은 그저 실실 웃기만 할 뿐이었다.


"무어라 말이라도 해 보십시오, 반박할 것이 없으시니 그리 입을 다무시는 겁니끼?"


의원이 그렇게 비웃자, 그제서야 우승상이 굳었던 입을 떼기 시작했다.


"우선,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소."


우승상은 브이자로 오른손의 손가락 2개를 펴고는, 오른손 중지를 내리며 말을 이어갔다.


"첫째, 통령이 부재한다 한들, 그것이 안건을 결정하지 못하는 불충족요건으로써 작용하지는 않소, 헌법에 따르면, '황제 폐하의 파면이나 체직 조치, 혹은 일신상의 사유로 통령이 정무를 수행하지 못하거나 부재할 시에는 상위행정기구인 등처행중서성의 우승상이 통령의 권한을 임시적으로 위임받는다. 기간은 황제 폐하께서 새롭게 통령을 임명하실 때까지로 한다.' 라고 하니, 그 통령의 권한은 내가 위임받았소.


그리고 나는 통령 권한대행으로써 이 자리에서 삼한의 국체를 폐지하고 완전히 내지의 행중서성과 같게 하는 것에 찬성하는 바요."


"...실례하오나, 제가 어제 살펴본 헌법에는 그러한 구절이 없던 것으로 압니다."


"맞소, 방금 내가 추가했으니, 어제는 없었지."


너무도 태연한 그 말에, 무심코 의원은 분노를 터트렸다.


"어디서 그따위 망발을 하십니까! 무슨 자격으로 헌법에 제멋대로 조항을 추가하니 마니 하며 헌법을 모욕한-"


"그리고 둘째."


그러거나 말거나, 우승상은 의원의 말을 끊으며 말을 이어갔다.


"과반수가 참석하지 않았다니, 그게 무슨 헛소리요? 의원 300명 모두가 참석했건만."


"그게 무슨 헛소리-"


-쾅


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의사당의 문이 갑작스럽게 열리며 쾅 하는 소리에 묻혔기 때문이었다.


의원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소리가 난 곳으로 몰렸고, 곧 그들의 눈동자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의원들이, 하나같이 만신창이가 된 채로 피를 흘리며 몽골 병사들에 의해 질질 끌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아니! 이게 무슨.."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몽골 병사들은 의원들을 무시한 채 온 몸에 타박상이 가득한 채로 정신을 잃은 의원들을 좌석에 아무렇게나 앉혀놓았고, 그렇게 다른 200명의 의원들은 정신을 잃은 채로 몸을 뒤로 젖히거나 앞으로 고개를 숙이며 내팽개졌다.


순간적인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의원들이 우승상을 바라보자, 우승상은 태연하게 그들을 향해 말했다.


"의원분들께서 출석을 거부하시니, 약간의 실력행사를 통해 의회에 출석케 한 것 뿐입니다. 어쨌건, 이로써 300명의 의원 전체가 참석하였으니, 충분히 안건을 결정할 수 있지요.


그리고 참석하지 의원 분들께서는, 당연히 모두 찬성표를 던지셨소."


우승상은 200명의 의원들이 참석을 거부하자, 병력을 동원해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각 의원들을 기절시키고 강제로 그들을 의사당으로 끌고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기절해 있는 틈을 타, 병합의 찬반 유무를 묻는 용지에 지장을 묻혀 찬에 찍게 했고, 그렇게 200개의 병합 찬성표가 만들어졌다.


이쯤되면 의원들은 그저 허탈함과 황당함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헌법 조항을 즉석으로 추가하고, 의원들이 출석을 거부하자 군대를 동원해 강제로 때려눕히며 그들을 의사당으로 끌고 왔다.


하도 화가 난다면 도리어 성을 내지 않는다던가, 지금의 의원들의 심정이 정확히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