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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게임업계에서 M&A/전략팀으로 일하고 있음. 이런 일은 게임업계에서 생각보다 흔한 일임.


1. 하이브는 걸그룹이 필요했어. 상장사니 당연히 BTS 하나로는 안된다 생각 했을거야.


2. 근데 민희진이 시장에 나오니까 방시혁은 바로 접근 해서 스카우팅을 하려고 했을거고. 게임 업계로 말하면 민희진은 AAA게임을 만들수 있는 몇 안되는 PD인거지. 민희진 정도 되는 급의 PD가 FA로 나왔다고 하면 영입 쟁탈전이 펼쳐지는건 당연하지


3. 그 시점에 민희진도 사실 고민 했을거야. 창업할까? 아님 하이브에 들어갈까? 민희진은 후자를 골랐음. 그 과정에서 방시혁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는 약속이 있었겠지.


4. 그런데 방시혁 입장에서 입사시키고 보니... 민희진이 다루기가 쉽지 않은 사람인거임. 제 멋대로고. 그래서 머리가 아파. 그래도 실력은 인정. 이런 상황 이었을거임.


5. 그러던 차에 업계에서 인수 가능한 매물(걸그룹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이 보이는 거지... 쏘스뮤직 이라고. 그래서 얼른 인수했어.


6. 게임업계도, 음악업계도, 엔터산업이며, 엔터산업은 흥행산업임. 어떤 애들이 성공할지 모른다는거지. 그래서 방시혁은 걸그룹을 낼 수 있다고 하면 모든 카드를 다 가지고 싶었을거야. 이건 게임업계에서도 흔한 전략임. 일례로 유명 게임업체 N모사가 대한민국의 모든 FPS게임 개발사에 투자하겠며 지분 투자를 했던 적이 있고.


7. 게임 회사에 자꾸 비유를 하는건 흥행 산업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방시혁의 사촌형이 방준혁 넷마블 사장, 지금 하이브 대표 박지원은 넥슨 출신. 즉, 하이브가 다른 엔터사에 비해 선진적인 경영을 한다고 지금까지 보여져왔던건, 상대적으로 게임회사에서 경영 노하우를 이식하려고 엄청 노력했기 때문.


8. 실제로 방시혁은 하이브를 상장시키기 이전부터 '게임회사 근무경력 우대'를 채용에서 유난히 강조했었음. 사실 나도 헤드헌팅을 받았었고.


9. 방시혁 입장에서는 본사 내 개발팀, 자회사 개발팀 두 가지 카드를 갖었다고 생각했을거야. 하나가 망해도 다른 하나가 성공하면 되는거니까.


10. 근데 민희진이 보니까 좀 빡치는거지. 여자 직장인이 제일 싫어하는게 밥그릇 건드는 거라. 민희진 입장에서는 방시혁이 Plan B를 갖는거 자체가 싫었을거야


11. 그러면서 쏘스뮤직을 보니... 상대적으로 재네들은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는거 같고... 하이브는 쏘스뮤직의 걸그룹(=르세라핌)을 더 미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랬겠지. 심지어 쏘스뮤직 대표/창업자에 비해 자기는 보상도 적은거 같고


12. 박지원은 게임회사 출신답게... 포트폴리오에 기반한 플레이가 하고 싶었고, 잘 안 되는 프로젝트를 빠르게 정리하는 방법, 즉 좋게 말해서 멀티레이블...인데 그냥 쉽게 말하면 각 프로젝트(그룹)를 자회사로 만들어 지주회사 밑에 별도의 사업회사로 두는 전략을 가져 갔음


13. 민희진은 지분 20%를 가진채 자회사인 어도어를 이끌게 되었고... 뉴진스가 대박을 친거지. 민희진이 처음에 하이브 소속으로 들어갔다가 어도어로 나온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어도어에 대표로 입사한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14. 사실 이조차도 게임회사에서 매우 흔히 보여지는 사례임. 모회사 퍼블리싱, 자회사 개발사 구조에서 자회사 대표한테 지분 10~20% 정도 넘겨주는건 흔히 있는 일이거든 왜? 그래야 게임 성공을 위해 개발사 대표가 열심히 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15. 안 그래도 다루기 어려운 민희진인데, 뉴진스가 대박을 치고 나니 애를 누가 컨트롤 가능하겠어? 애가 방시혁 말이라고 듣겠어? 방시혁 입장에서는 당장 돈 벌어줘서 고맙긴 한데... 민희진이 컨트롤 안되는게 엄청 부담 스러웠겠지


16. 뉴진스가 인기를 얻으면 얻을수록 하이브는 당황스러운게, 하이브 입장에서는 여러 포트폴리오(그룹)을 다 고려 해서 방송, 홍보 일정 등을 짜야 하는데... 민희진은 뉴진스만 생각하네? 둘 사이는 점점 안 좋아지는거지. 


17. 이조차도 게임 회사에서 흔히 있는 일인데, 퍼블리셔가 새 게임 출시 하면 기존 게임 마케팅 비용 줄인다고 둘이 싸우는 일이 비일 비재 하거든


18. 이렇게 양쪽이 사이가 안 좋아 지면서 양쪽은 각자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먼지 서로 알아봤을거야. 난 당연히 하이브가 먼저 움직였을거라 생각하는데... 보통 이런건 모회사 법무/전략에서 먼저 검토 하거든.


19. 하이브 법무팀/전략팀에서 계약서를 다시 꺼내서 살펴보니... 아마 충격과 공포 그 자체 였을거야.


20. 하이브가 민희진을 위해 어도어를 만들어줄 때는 민희진이 협상에 우위에 있을 때 였을거고... 그래서 이사회를 전부 민희진 사람으로 구성하게 내버려 뒀을거야. 그래서 민희진을 그냥 짜르려고 하면 주총을 소집 해야 하는데... 주총 소집은 이사만 가능하네? 아예 방법이 없는거지


21. 민희진 보고 그냥 나가라고 한다? 그럴려고 보니 민희진이 가진 풋옵션이 또 문제네?


22. 스타 PD가 나가는데... 하이브에 풋옵션 행사하고 2천억 현금까지 가지고 나간다~ 라고 생각하면... 지금 주가 빠지는건 장난 수준일거임


23. 민희진도 자기가 가진 카드가 먼지 이래 저래 알아봤겠지. 주위 사람 조언도 듣고... 머 그 중에는 나같은 일 하는 사람들이 있었을거고


24. 그 중에 어떤 사람들이 소위 MBO도 가능하다~라고 했을거야. 사모펀드 같은 곳에서 외부 투자를 받아오면, 하이브 지분은 희석되고, 반대로 내 우호지분은 늘어나고, 그게 잘 되면 하이브한테서 어도어를 사올 수도 있을거야~라는 말들을 들었을거야. 그런 말들이 민희진과 그 밑에 애들 카톡 대화인거라고 보여지고


25. 여튼 하이브가 민희진을 내보낼라고 이리 저리 알아보는데... 보통 임원 쫓아낼 때 제일 많이 하는게 법카 개인용도로 쓴거 잡아내서 지랄하는 거거든? 근데 민희진은 법카도 안썼어. 이것도 안되네?


26. 그래서 게임 회사 출신 박지원이 소위 경영권 찬탈~어쩌구 프레임을 짜고 나온거지. 2010년대 초반에 NC-넥슨이 서로 힘을 합쳤다가 갈라져서 경영권 분쟁이 난적 있었는데 그때 CEO가 박지원이었지.


27. 사람은 자기 경험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지라, 박지원은 자기 나름의 짱구를 굴려봤을 때... 이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생각 했을거고 그러면서 여론전을 시작한거야. 왜? 상법으로도, 주주간 계약으로도 민희진을 내쫓을 명분이 없거든.


28. 즉, 하이브 입장에서는 민희진이 모든 카드를 다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찬탈 이런 언플 말고는 카드가 없었던거지


29. 박지원 생각에는... 경영권 찬탈로 언론전 펼치고 이걸로 소송을 걸면 민희진이 이래 저래 나갈 수 밖에 없을거고. 뉴진스 애들이야 어차피 계약 기간 동안 묶여 있을수밖에 없고.


30. 경영권 찬탈 어쩌고로 몰아가면... 민희진 입장에서 풋옵션 행사하는 것도 눈치가 보이게 되겠지. 그 카톡 내용 기억나지? 풋옵션 행사하고 어쩌고 하던.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 으로 보여질 수 있으니까.


31. 사실 게임업계에서 보통 이 정도 하면... 게임 회사 PD들은 물러나거든. 그냥 더러워서 내가 나간다~이런 식으로. 게임 PD들은 보통 공돌이라 이런류의 싸움을 할 자신이 없어서 피하거든.


32. 근데 민희진은 기자회견을 해서 정면으로 들이박아버렸네? 사실 박지원 입장에서는 엄청 당황했을거임. 앞서서 말했듯이 민희진이 정면으로 들이박는다는 시나리오는 상상도 못했던 시나리오거든.


33. 심지어 민희진이 예전부터 뉴진스맘 포지션으로 인터뷰를 해서 이젠 멋대로 민희진을 짜르기도 애매하게 되어 버린거지. 민희진은 버리더라도 뉴진스는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언플을 시작한건데, 이번 기자회견으로 인해서 뉴진스=민희진의 창작물 포지션이 더 공고해 졌으니...


34. 나는 결과적으로 법정에 간다 해도 민희진이 이길거라 봄


35. 일단 경영권이라는게... 주주에게 있는 권리가 아니라 이사회에 있는 권리거든


36. 우리나라 상법에서 경영권을 인정하고 있지도 않지만...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회사를 맘대로 운영할 수 있는 권리는 이사회에 있지 주주에 있진 않음(그렇기 때문에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감옥가는 것도 이사가 가지 주주가 가는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경영권 찬탈 계획 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됨. 이미 이사회는 전부 민희진 사람이고, 그 조건에 동의했던 것도 하이브인데?


37. 설사 경영권 찬탈계획을 세웠다고 치더라도 민희진은 행동으로 옮긴게 없거든. 경영권 찬탈을 위해서는 하이브 지분율을 낮춰야 하는데... 그걸 위해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위해 이사회를 연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배임죄는 실제로 실행에 옮겨야 처벌이 가능하고, 아직까지 그랬다는 증거는 없음.


38. 또한 위에서도 언급 했듯이 MBO 자체는 절대 불법이 아니며, 최대주주와 협상을 위해 MBO를 고민 해봤다~라는 것 정도로 죄가 되진 않음


39. 하이브/어도어 주주 입장에서 보면... 민희진이 회사에 피해를 준게 없어~ 돈만 많이 벌어다 준거지 ㅎㅎㅎ


40. 그래서 난 결과적으로 법정 싸움도 민희진이 이길거라고 보는거지


41. 총평하면 나는 박지원 대표가 게임 회사에서 하던 전략을 그대로 펼치다가 자충수를 뒀다고 생각하는거지. 앞서서 말했듯이 게임 업계 애들은 나름 순진해서 저렇게 쥐고 흔들면 물러나버리는데, 민희진이 여기서 정면으로 들이박는다는 선택을 할줄은 상상도 못했을거.


42. 마지막으로 게임회사 애길 하자면, 이런 식으로 나가서 창업한 PD가 대박을 터트린 사례가 L사의 K PD이고... 반대로 나가서 실패한 사례는 일일히 열거하기면 입아픈 수준으로 많어.


43. 민희진이 나와서 K PD처럼 초대박을 칠지, 아니면 하이브라는 회사의 지원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그냥 자기 과대 망상에 빠져 있는 미친년이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한가지 말할수 있는 사실은 지금 엔터쪽 투자 관심 있는 모든 VC, PE들은 민희진이 언제 시장에 풀리냐만 보고 있을거라 생각함. 안 그래도 스타 프로듀서가 없어서 난리인데 민희진이 매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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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희진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13. 어도어를 세울 때 처음에는 지분 100%를 하이브로 한다는 계약이었음. 그래야 하이브 소속 연습생들 보내준다고 했었다고. 지분 20%를 넘겨받은건 뉴진스 데뷔 후 작년에.

21. 풋옵션으로 묶여있는 지분 중 5%는 하이브 외 제3자에게는 팔수 없으며, 하이브에게 팔려고 해도 하이브가 동의해줘야 팔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