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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어짐


[모두 전쟁터로 나갑시다! 나가서, 대황제 폐하의 은혜에 보답하여 한 몸 바칩시다!]


정동병무도감 소속 선전 공무원들의 시끄러운 소리는 종학이 아버지인 이 참지정사의 집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이 참지정사에게는 저 소리가 마치 힘찬 응원소리와 같이 즐거운 소리로 들렸으나, 그의 앞에 앉아 있는 그의 첫째 아들인 이종수는 그렇지 아니한 모양이었습니다.


하기사, 동생 놈이 돌아온답시고 집으로 오라는 아비같지도 않은 아비의 말에 반강제로 집에 끌려왔으니 기분이 좋다면 그것이 더 이상하기도 했지요.


"종수 이 자슥아, 어디서 얼굴을 그따위로 찌푸려대노?!"


"..아이고 예, 예, 죄송합니다. 아버지."


그 시끄러운 소리를 드는 것은 몇 날 며칠 밤을 새기까지 한 종학이의 형에겐 영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종학이의 형님인 이종수는 대놓고 얼굴을 찌푸렸는데, 그것이 애비같지도 않은 애비인 이 참지정사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습니다.


이 참지정사는 그렇지 않아도 막내 아들놈과는 단 하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던 첫째 아들놈을 향해 얼굴을 찌푸리고 태연히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싫다는 감정을 대놓고 드러냈습니다. 


종수 역시 그런 애비를 향해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로 대충 받아치며, 건성건성 대답할 뿐 그 이상의 반응을 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쯧."


'하여간 버릇없는 새끼.'


이 참지정사 역시 그런 아들놈의 반응에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릴 뿐이었습니다.


이 참지정사는 마지막 남은 돗대를 담뱃갑에서 꺼내들고는, 어제 산 비싼 최고급 라이터의 불을 켜며 불을 내고 돗대에 불을 가져다대었습니다.


그때에, 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이 참지정사와 종수의 시선이 문 쪽으로 쏠렸고,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표정은 완전히 상반되게 변하였습니다.


이 집 막내인 종학이가, 캐리어를 들고서 어색한 얼굴을 하고 현관에 서 있었기 때문이지요.


"오오! 종학이 아니냐! 어쩐 일이더냐?"


종학이를 아끼다 못해 애지중지하는 이 참지정사는 기꺼운 표정을 지으며 피우려던 담배를 내려놓았습니다. 종학이는 담배 냄새를 영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종수가 아비에게 담배를 집에서 피우지 말아 달라고 하면 깔끔히 무시하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행동이었습니다.


"새끼, 대도(베이징)에서 공부나 하지 여긴 왜 쳐 왔어?


"....할 게 있어서 왔어."


"뭐, 놀아제끼기? 하기야 십몇년간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했으면 놀 때도 되긴 했지."


종학의 형님인 종수는 종학의 귀향이 달갑잖다는 기색을 그대로 드러내며, 대놓고 빈정대는 말투로 종학이를 향해 냉소를 지었습니다.


종학이는 이런 형님의 반응에 그저 씁쓸하게 웃음을 지으며, 무미건조한 말투로 형님에게 조용히 답할 뿐 그 태도를 지적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비의 실체를 알기 전의 자신이 형님에게 행한 행동을 생각하면, 도저히 그럴 자격이 되지는 아니하였으니까요.


이제 와서 다시 사이를 좁히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온 것을 알고 있었지만, 종학이는 도저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야 이 새끼야, 니는 동생한테 무슨 그따위로 쳐 말하고 지랄이고? 하나뿐인 동생놈이 오랜만에 왔는데 형님으로써 반갑다고 인사해주진 못할 망정 뭐? 새끼야? 내가 니놈을 그따구로 가르쳤나?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