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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하 1편, 여기서 이어짐)



대몽골국 삼한등처행중서성 경상로 대구부.


대몽골국이 일본에 대한 3차 원정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연후에, 삼한등처행중서성에는 영북행성(몽골 본토), 요양행성(만주), 중서성(하북, 산서, 산동, 내몽골 일부) 등의 몽골군 정예 부대들이 속속들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이 부대들은 중국과의 전쟁에서 크나큰 전과를 거두며 대승을 거두어 경험도 많고 전투력 또한 타 본토군(영북, 중서성, 요양행성 등에 주둔하는 몽골인 출신 부대), 토번군(티베트인으로 구성된 부대), 고창군(위구르인으로 구성된 부대)보다 우월하였고, 강남군(하남강북행성, 호광행성, 강절행성, 강서행성, 운남행성 등에서 징집한 구 중화인민공화국 출신 한족들로 이루어진 부대)을 비롯해 타 민족으로 이루어진 징집군(구 중앙아시아 5개국, 중동 국가들, 아프간)들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이었습지요.


그러나 전투를 치르는 병력과는 별개로, 점령지를 관리해야 하는 병력 또한 필요한 것도 필요하였으니, 대몽골국 중서성(행정구역 말고 국사를 관장하는 기구)에서는 일본과 가까운 삼한행성에 총 15만 정도의 병력을 징집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에 따라 삼한행성에서는 중서성의 명령을 따라 구 대한민국 병무청의 기능과 비슷한 삼한인을 징집하는 임시기관인 정동병무도감(征東兵務都監)을 설치하였습니다.


이 정동병무도감은 구 대한민국 시절 병무청의 역할을 담당하였으나, 그 방식은 더더욱 거칠고 공격적이라 감히 병무청의 그것과 비견될 바가 아니었습니다.


[간악한 왜구를 토벌하는 성스러운 정벌전에 참전하자!]


[대황제 폐하의 은혜에 보답해 이 한몸 바쳐 왜적을 토벌하자!]


[신민이여, 토적의 위대한 길 앞에 선봉이 되어라]


구 대한민국 시절이었다면 보지도 못했을 벌건 바탕에 흰 글씨로 써져 있는 공격적인 선전문구들이 거리 곳곳에 내걸려 있는 것은 물론,


"모두 전쟁터로 나갑시다! 나가서, 대황제 폐하의 은혜에 보답하여 한 몸 바칩시다!"


"대황제 폐하를 모욕한 간악한 왜적들을 징치하고, 토적의 선봉에 서서 왜적을 토벌한 명예를 세웁시다!"


"전쟁터로 갑시다! 왜적을 모두 쓸어버리고, 일왕을 대황제 폐하의 앞에 무릎꿇리게 하여 대죄를 청하게 하십시다!"


붉은 완장을 찬 공무원들이 여기저기서 확성기로 큰 소리를 내지르며 공격적인 선동을 해대며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고막이 고통스러워진 시민들의 눈사리를 찌푸리게 하기도 했습지요.


물론 그런다 한들, 시민들은 감히 그들에게 욕지거리를 할 수도 없었지만 말입니다.


일본 원정을 위해 몽골의 군대가 들어온 것도 있었고, 삼한행성에서의 봉기가 진압된 이후, 그 억누르는 강도가 더 심해진 것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규모 평화 시위(전국적)는 수백수십 번, 소규모(지역적) 평화 시위는 셀 수조차 없었지요.


그러나 대몽골국에게는 그 모든 것도 통하지 않았고, 삼한행성에서 도시민들을 열악한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자 그것이 계기가 되어 마침내 그들은 더 견딜 수 없어 몽골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성공할 것 같았습니다.


온 삼한이 물밀듯이 들고 일어난 시민들의 분노로 휩싸였고, 강제로 이주된 지역 대부분이 시민군의 손에 들어갔었으니 말이지요.


몽골인들은 군대가 집중된 몇몇 대도시에서만 치안을 간신히 유지할 수 있었으며,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통제권을 상실했었습니다.


그야말로, 바라고 바라던 독립이 눈 앞까지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몽골인들이 요양행성(만주)의 10만 대군을 이끌고 내려오기까지는, 분명 그랬을 터였지요.


중국과의 전쟁에서 활약한 경험 많은 최정예 본토 부대들의 거침없는 무자비한 공격에, 시민군들은 마치 사마귀가 철 바퀴에 짓이겨지듯 무너져갔습니다.


그렇게 삼한 전체를 뒤흔들었던 대규모 봉기는,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피어오르고서 그 끝을 다했지요.


겉으로 보기에 시민들은 이제 몽골의 '따사한 봄 같은' 통치를 받아들이고 '불한당' 같은 패들에게 더는 동조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으나, 실상이 어떨지는 모르지요.


일제가 병합 초기 의병을 진압한 후 이렇다 할 반일 세력의 준동이 없어 이제 조선의 사람들이 자기네 통치를 완전히 받아들였다 판단하였지만, 3.1 운동으로 그 예상이 완전히 산산조각난 사례도 있으니 말이지요.


지금 자라나는 세대들은 삼한행성에서 발행하는 새로운 교과서에 그것이 실리지 않아 그것을 배우지 못할 테지만, 적어도 지금 남은 3천여만 삼한인들은 그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풀어주는 것 없이 억누르기만 하면 그것이 폭발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적어도 지금의 몽골인들은 직접 목도하기 전에는 그것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


[모두 전쟁터로 나갑시다! 나가서, 대황제 폐하의 은혜에 보답하여 한 몸 바칩시다!]


정동병무도감 소속 선전 공무원들의 시끄러운 소리는 종학이 아버지인 이 참지정사의 집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이 참지정사에게는 저 소리가 마치 힘찬 응원소리와 같이 즐거운 소리로 들렸으나, 그의 앞에 앉아 있는 그의 첫째 아들인 이종수는 그렇지 아니한 모양이었습니다.


하기사, 동생 놈이 돌아온답시고 집으로 오라는 아비같지도 않은 아비의 말에 반강제로 집에 끌려왔으니 기분이 좋다면 그것이 더 이상하기도 했지요.


"종수 이 자슥아, 어디서 얼굴을 그따위로 찌푸려대노?!"


"..아이고 예, 예, 죄송합니다. 아버지."


그 시끄러운 소리를 드는 것은 몇 날 며칠 밤을 새기까지 한 종학이의 형에겐 영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종학이의 형님인 이종수는 대놓고 얼굴을 찌푸렸는데, 그것이 애비같지도 않은 애비인 이 참지정사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습니다.


이 참지정사는 그렇지 않아도 막내 아들놈과는 단 하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던 첫째 아들놈을 향해 얼굴을 찌푸리고 태연히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싫다는 감정을 대놓고 드러냈습니다. 


종수 역시 그런 애비를 향해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로 대충 받아치며, 건성건성 대답할 뿐 그 이상의 반응을 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쯧."


'하여간 버릇없는 새끼.'


이 참지정사 역시 그런 아들놈의 반응에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릴 뿐이었습니다.


이 참지정사는 마지막 남은 돗대를 담뱃갑에서 꺼내들고는, 어제 산 비싼 최고급 라이터의 불을 켜며 불을 내고 돗대에 불을 가져다대었습니다.


그때에, 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이 참지정사와 종수의 시선이 문 쪽으로 쏠렸고,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표정은 완전히 상반되게 변하였습니다.


이 집 막내인 종학이가, 캐리어를 들고서 어색한 얼굴을 하고 현관에 서 있었기 때문이지요.


"오오! 종학이 아니냐! 어쩐 일이더냐?"


종학이를 아끼다 못해 애지중지하는 이 참지정사는 기꺼운 표정을 지으며 피우려던 담배를 내려놓았습니다. 종학이는 담배 냄새를 영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종수가 아비에게 담배를 집에서 피우지 말아 달라고 하면 깔끔히 무시하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행동이었습니다.


"새끼, 대도(베이징)에서 공부나 하지 여긴 왜 쳐 왔어?


"....할 게 있어서 왔어."


"뭐, 놀아제끼기? 하기야 십몇년간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했으면 놀 때도 되긴 했지."


종학의 형님인 종수는 종학의 귀향이 달갑잖다는 기색을 그대로 드러내며, 대놓고 빈정대는 말투로 종학이를 향해 냉소를 지었습니다.


종학이는 이런 형님의 반응에 그저 씁쓸하게 웃음을 지으며, 무미건조한 말투로 형님에게 조용히 답할 뿐 그 태도를 지적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비의 실체를 알기 전의 자신이 형님에게 행한 행동을 생각하면, 도저히 그럴 자격이 되지는 아니하였으니까요.


이제 와서 다시 사이를 좁히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온 것을 알고 있었지만, 종학이는 도저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야 이 새끼야, 니는 동생한테 무슨 그따위로 쳐 말하고 지랄이고? 하나뿐인 동생놈이 오랜만에 왔는데 형님으로써 반갑다고 인사해주진 못할 망정 뭐? 새끼야? 내가 니놈을 그따구로 가르쳤나? 어?!"


"아이고 아버지! 좀 진정하세요!"


이 참지정사의 초 치는 재능만큼은 과연 천하제일입니다.


아비의 욕지거리에 얼굴을 찌푸린 형님이 아비를 노려보고, 동시에 아비 역시 주먹을 쥐며 거칠게 일어설 기미를 보이자 종학이는 아비의 손을 붙잡으며 아비를 말렸습니다.


총애하던 종학이가 그를 말리자, 이 참지정사는 종수를 노려보며 씩씩거리면서도 손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으며 잠깐 흥분을 가라앉혔습니다.


"....."


"....."


아버지가 달려들지 않고 자리에 앉자, 자세를 취하고 다툼을 준비했던 종수도 준비 자세를 풀고 다시 자리로 되돌아가 앉았고, 그렇게 고요한 침묵이 몇 분간 지속되었지요.


"...저, 방금 제가 말한 거 있지요, 그거..좀 말해볼라 캅니다."


"뭐, 할라 칸다는 기 뭐고? 뭐 여서 쉴라꼬 왔나?"


보다못한 종학이가 먼저 터두를 열자, 이 참지정사가 부드러운 말투로 이종학이에게 말했습니다.


"...예, 저, 다름이 아니라.."


아비의 실체를 알기 전이었다면 종학이에게 그 목소리는 단지 부성애 깊은 아비의 따스함만이 느껴졌을 것이지만, 아비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두 다 알고 있는 이제는 그러한 긍정적인 것이 느껴진다기보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편함과 복잡한 감정이 느껴져 종학이의 마음을 어지럽게 할 뿐이었습니다.


그 어지러운 마음 탓인지, 종학이는 당당하게 말하려던 자신의 '할 일'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버벅거렸습니다.


"아따 거 답답하다, 종학아, 좀 시원하게 말해 도. 할일이 대체 뭐길래 그라노? 뭐, 애인이랑 놀아제낄라 카나?"


"아이, 그런거 아입니다."


"그러문 뭐꼬? 뭔데 이리 내를 궁금해서 쥑게 만들라카노? 좀 빨리 말해도오. 내 궁금해 죽것다."


답답함을 느낀 아비는 농담 섞인 부드러운 말투를 유지하면서도, 재촉하는 어투가 드러나 성급한 성미를 그대로 드러내었지요.


종학이는 눈을 꼭 감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다잡았고, 이내 눈을 다시 부릅뜨며 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보고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밖으로 내뱉었습니다.


"저, 이번 원정군에 입대할라 캅니다."


순간. 거실에는 정적이 가득 맴돌았습니다.  아비인 이 참지정사든 형인 종수든 눈을 가득히 크게 뜨고 눈을 깜빡이며 종학이를 쳐다보았고, 지금 종학이가 한 말을 똑바로 들었는지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뭐, 뭐라꼬? 니 지금 머라캤노? 이, 입대?"


침묵은 이 참지정사의 더듬거리는 말로 인해 깨어졌습니다. 이 참지정사는 놀란 표정으로 종학이를 쳐다보며 제가 들은 말을 여러 번 의심했고, 종수 역시 말을 하지 않았을 뿐 놀란 기색은 아비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예, 들으신 대롭니더. 저, 입대할라 캅니다."


"니, 니, 설마 최전선에 나가서 싸울 생각은 아니것제? 응?"


이 참지정사는 더욱더 당황하며 말을 더듬으며 빠른 속도로 내뱉었고, 이종학이는 살짝 멈칫했지만, 결국 입을 열며 이 참지정사를 향해 말했습니다.


"...예, 아부지가 예상한 대롭니더. 지는.."


"안된다, 절대 안된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안된다카이!"


"아니 아부지, 제 말좀.."


"들을 거 없다! 절대 안된다, 니 나갈라 카몬, 내는 옥상에서 뛰어내릴기라! 니 그말 당장 취소 안하문, 내는 진짜 뛰어내릴기라!"


그러나 종학의 말은 끝마쳐지지 못했습니다. 아비가 종학이 하는 말을 듣고는 흥분하여 말을 거의 절규하듯이  토해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니 뭐 잘못 먹었냐? 갑자기 웬 입대를 한다고 그라노?"


아비보다는 덜했지만 당황한 것은 종학이의 형 종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재수 없는 놈이 대체 무슨 물이 들어서 갑자기 다짜고짜 이번 원정에 참여하겠다는지, 그것도 최전선에 나가겠다는지 그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였습니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동생 놈이라지만, 이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종수의 마음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냥, 할 수 있는건 해야지."


"뭔 소리고? 좀 자세히 말해봐라 좀!"


"그래, 니 형 말이 맞다! 아니 대체 니가 뭔 바람이 불었길래 제 발로 사지로 들어갈라 카는지, 내 좀 알아야겠다 안 카나!"


다만 종학이는 그리 말할 뿐이었고,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낀 형 종수와 아비 이 참지종사는 종학이에게 달려들며 부연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종학이는 두 명을 차례로 돌아보더니, 이내 숨을 내쉬며 굳게 닫혔던 입을 열며 말을 꺼내었습니다.


"우리 민족이, 지금 거의 노예 취급 당하고 있는거 아시지예?"


"...알긴 알다만, 그게 니가 입대할라 카는거하고 뭔 상관이 있노?"


"상관이 있으니까 말했다 아입니까. 


우리 나라 사람들(한국인) 병합 이전에도 안 그래도 반항한 게 존나 많은데, 이후에는 진짜 대대적으로 일어나서 얼마전엔 반란까지 일으켰다 아입니까. 그거 때문에 지금 몽골 정계는 우리 민족을 거의 말살시키려 시도하고 있다고요."


무심코 한국인들을 '우리 나라'로 부른 종학이었으나, 아비든 형님이든 그것을 머릿속에서 자우고 잠자코 종학이의 말을 경청하였습니다.


"이런 말 하기엔 좀 뭐하지만, 지금 미국도 내전으로 조져지고 자기네 앞마당에 눌러앉고, 거의 지금 모든 나라가 각자도생 들어가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독립하는 건 진짜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런 마당에 계속 반항하는 사례만 나오면, 몽골 놈들이 우리 민족을 진짜 지도에서 지워버릴수도 있습니다.


몽골 놈들은 진짜 그러고도 남아요. 저 새끼들이 중국에서 수억 명을 죽였고, 여기 에선 2천만을 죽였는데 겨우 3천만을 못 죽이겠냐고요."


"아니, 니는 왜 그런 걸 걱정하노? 우리는 이미 몽골에 붙었다 안 카나."


과연 최고의 매국노인 이 참지정사 다운 말입니다.


"저것들이 우리까지 예외로 둘 리가 없지 않습니까. 토시구팽 모르십니꺼? 우리 민족이 싸그리 절멸당하는 와중에 우리가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요. 몽골 놈들이 운남에서 배신한 바이족(운남성의 소수민족 중 하나)들 족칠 때 지네한테 빌붙은 놈들은 걍 놔뒀답니까?"


설명하는 말을 할 때 사례가 있으면 그 신뢰성은 더 높아지는 법입니다.


몽골의 정복전쟁 동안 중국에서 수억 명이, 북한에서는 평양 시민 300만과 김씨 정권의 마지막 집권자가,


그리고 이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5천만 중 2천만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몽골인들은 자기네에게 반항하는 자들을 죽이는 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고, 그 실행력 또한 충분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세상은 지금 완전히 각자도생 그 자체인 꼬라지라, 누구도 직접적으로 제제할 수도 없고 제제할 마음도 없습니다.


규탄 성명쯤이야 내놓을 수 있겠지만, 행동 없는 비판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거기에 최근 중앙아시아, 중동 원정에서도 거의 사상자가 수천만을 훌쩍 넘은 상태에서, 종학이는 진지하게 한민족의 절멸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부지, 원래 띨빵한 새끼가 한번 똑똑한 짓 하문, 그땐 좀 달리 보는 거 아닙니까. 계속 반항만 하다가 예쁜 짓 한번 하면, 그러면 점마들도 우릴 다 쥑이진 않을 겁니다.


제가 먼저 나서서 그걸 하겠단 겁니다.


설령 틀어져도, 우리 가문 정도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직접 전쟁터에 나섰는데, 이거까지 족치면 그때는 모두가 등을 다 돌리지요."


"....."


"아버지, 부탁드립니더. 허락해 주이소. 제가 나서야 우리 가문도 살수 있고, 어쩌면 우리 민족도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더. 일단 살아남아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종학이는 아버지인 이 참지정사의 손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습니다. 잠깐 종학이를 착잡하게 바라보던 이 참지정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니가 정 그라문, 내가 말리지도 못하겠다. 알았다. 허락할게. 대신에, 니, 절대 다치거나 뒤져서는 안된다. 알겠제? 니, 다쳤다는 말 한마디라도 들려오문 바로 여기로 돌아오게 할기다."


"감사합니더, 감사합니더 아부지...!"


마침내 결국 허락이 떨어지자, 이종학이는 머리를 연신 숙이며 아버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삼한인의 권익을 몽골 내에서 쟁취하자는 입장이었던 그가 몽골에서의 삼한인의 완전한 독립을 외치기까지는, 그렇게 긴 시간을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