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중세 유럽의 농노들의 삶을 그린 그림을 보면, 가축화가 덜 진행돼서 그런지 가축 돼지들이 털과 송곳니를 그대로 가진 모습으로 그려졌다. 중세 도시에서는 돼지들을 풀어놓고 키웠기[3] 때문에 돼지는 툭하면 어린애를 잡아먹은 죄로 재판에 회부되고는 했다.[4]

중국에서는 '집돼지가 성내면 호랑이도 피한다' 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우화 중에는 집돼지 대장이 자기들을 잡아먹으려는 호랑이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조상 전래의 갑옷이라며 똥통에 빠져 뒹굴고서 똥갑옷을 입고 나타나는 바람에 호랑이가 포기하고 피했다는 이야기가 있다[5]하지만 만약 코끼리똥 위에서 굴렀다면 어떻게 됐을까?(...)[6]

몽골에서는 들판에서 돼지들을 기르는데, 멧돼지가 아니라고 가볍게 대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몽골 사람들도 맨손으로 웬만해서는 돼지들을 건드리지 않고 활이나 총으로 무장을 하거나 긴 장대를 들고 말을 탄채 개들과 함께 돼지를 잡거나 몬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어느 여행자가 몽골에서 초원위를 걷다가 돼지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멧돼지가 아닌 그냥 집돼지를 들에다 풀어놓고 기르니 신기하고 귀엽게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돼지가 갑자기 여행자에게 달려와서 그 여행자는 놀라 서둘러 돌을 던져 맞혔으나, 돼지는 결국 여행자를 들이박아 넘어뜨리고는 여행자의 다리를 물었다고 한다. 다행히 지나던 몽골인 양치기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는 개들을 데리고 와서 그 여행자는 겨우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여행자는 자신을 구해준 양치기에게 고마워하면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나요?"라고 질문하자, 양치기가 "웬만해서는 몽골인은 맨손으로 돼지에게 덤비지 않죠." 라고 답변했을 정도다.

실제로 대부분의 돼지들이 성질이 난폭하고 주인에게도 달려드는 편이다. 새끼돼지들도 손으로 들어올리거나 잡으려고 들면 십중팔구는 악을 쓰고 울어대며 난리를 피우는데 성체 돼지라면 완전히 구제불능 수준[7]. 괜히 위에서 말한 집돼지가 성내면 호랑이도 겁먹고 피한다는 속담이 생긴 게 아니다. 돼지 농장주들 왈 매가 약인 동물이라고.

집돼지도 화나면 아주 무서운 동물이다. 돼지 농장에 잘못 들어갔다가 시체가 돼지 뱃속에서 발견됐다는 거짓말같은 실화도 있다. 돼지가 돌격시에는 엄청난 충격량을 자랑하며, 이빨 또한 사람의 것과 유사해서 살 정도는 가볍게 씹는다. 돼지는 둔기로는 지방층이 두꺼워서 잘 타격을 입지 않고, 날병기도 잘 안 박힌다. 채찍이 가장 좋은 무기인데, 돼지 피부는 인간 피부와 비슷하게 약해서 채찍으로 몇번만 통증을 줘도 돼지가 쉽사리 공격하지 못한다.

돼지들은 서열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때문에 서열이 낮거나 힘이 약한 돼지가 괴롭힘을 당하거나 다리에 상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 스톨(창살)식 사육환경에서는 서로를 방해할 일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지만, 방목형 사육환경이나 군사식 사육 환경에서는 지들끼리 부대끼며 서로 싸우거나 서열이 낮은 돼지들이 상해를 입는 일이 발생한다.

돼지는 목뼈의 구조상 하늘을 볼 수 없다.

돼지 꼬리는 말려있는 모양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고정된 것이 아니라 등을 쓸어주면 금시에 풀렸다가 다시 말린다.

의외로 지능이 굉장히 높은데, 나 고양이 이상이라고 한다. 미국 에모리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고 다른 개체와 모의전투를 하거나 놀기도 하며, 협동작업을 하거나 공감하는 능력을 보이기도 한다. 가장 놀라운 것은 조이스틱을 사용해 화면의 커서를 움직이는 것을 인식한 것인데, 돼지를 제외하면 침팬지 정도만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아마 그래서 조지 오웰이 동물농장에서 돼지를 농장 동물들 가운데 제일가는 지성을 갖춘 동물로 묘사하지 않았을까 싶다. 돼지는 과연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