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오늘도 돌고 있다


트럼프 시대의 막이 내린지 두달여가 지났다


트럼프가 완전한 극우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는 극우주의를 포함함으로써 미국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고


결과적으로는 최악이었지만 미국 역사에 남을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한때 독일에서 제 3당, 스웨덴에서 제 2당까지 올라오며 돌풍을 몰고왔던 극우주의는


코로나 시대 이후 다시 종언을 고하는 듯했다


근데 과연 그럴까?


한때 지지율 7퍼센트대 까지 떨어졌던 독일의 AfD는 다시 12~13% 지지율을 회복하며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왔고


스웨덴 민주당도 코로나 전 지지율 25퍼센트 가량으로 1위까지 가본 적 있으나 그 이후 추락은 했어도 아직 제3당으로써의 위치는 건재하다


그 외 각 유럽 정당의 극우세는 여전히 우세한 곳이 많고


무엇보다 지금 현재 프랑스 차기 대선 주자인 에마뉘엘 마크롱과 장 마리 르펜의 양자구도에서


일부 여론 조사에선 극우 정치인 르펜이 앞서나가는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극우주의가 돌아오고 있다


먼저 극우주의가 코로나 이후 약세를 띄게 된 이유부터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극우주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단순한 조직체가 아니다


나치, 파시즘, 독재, 제국주의 등등의 단어가 떠올랐다면 당신은 아직 20세기 사람이라는 반증이다


21세기의 극우주의는 오히려 빅텐트에 가깝다


전통적인 극우주의에 아나키즘, 큐어니스트, 자국 우선주의, 종교주의, 반 세계화 운동, 반환경주의, 반중(反中)연합 등이 어우러진 복합적 연합체이고


소수지만 자유주의자들도 섞여 있다


이들이 전부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종교주의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과학이 인류를 망친다는 음모론자들이 다수 있기도 하고 아나키스트들도 있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방역 체계에 크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초기의 대처 자체는 극우주의자들에게 크게 불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지지율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현 정권도 똑같이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다 싶어서 극우주의자들에게 역공을 성공한 기성 정치인들이


시간 지나고 보니까 그냥 극우주의자들에게 방역을 맡기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는 결론이다


무엇보다 기존 정치권력의 한계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많은 반성을 했다


한때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만큼 인류는 하나의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주의 창백하고 푸른 점"의 일부를 차지하기 위한 몇천년의 싸움은 하루아침에 화해하라고 해서 화해가 되는 부분이 아니었다


일단 기존의 정치 체계는 한계를 드러냈다


가장 진보적이었던 혁명인 공산주의는 소련의 붕괴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영원히 성장할 줄 알았던 자본주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자본에 대한 회의감을 인류에게 심어주었고


가장 완벽해 보였던 사회주의는 정치 권력이 무능할 때 자국 산업의 붕괴와 난민 사태라는 약점을 보여주었다


기존 정치 체제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안티테제인 시진핑, 푸틴이라는 괴물이 등장했고


미국마저 트럼프라는 인물을 배출해냈다


극우주의가 부상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선동과 홍보를 잘 해서가 아니다


인류는 기존 사회정치 체계의 한계점을 명확히 보았고, 새로운 흐름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이미 지쳤다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오히려 기존 정치 체제보다 더 보수적이었던 체계에서 답을 찾은 것이다


반대 진영인 극좌주의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극좌주의는 매너리즘에 빠졌다


그들이 주도하는 세계화, PC주의, 페미니즘, 환경주의 등등의 이데올로기는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뚜렷한 확신을 주지 못한 채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걸 감추기 위해 그들이 주장하는 막가파식 논리와 일단 한번 좝숴봐의 "정치 소비자"들을 향한 강매는


오히려 인류를 질리게 만들었다


극우주의는 단순히 유행을 탄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겹쳐서 생긴 결과물일 뿐이다


관건은 2022년 프랑스 대선이 르펜에게 손을 올려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금 인류는 극우주의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다


기성 정치권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류의 발전은 항상 소수의 주장으로 시작됐다


지금은 어떤 과도기를 걷고 있을지는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지구는 앞으로도 계속 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