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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이원집정부제 국가지만, 동거 정부 출현시마다 권력 배분에 갈등을 겪은 끝에 2002년부터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5년으로 일치시키고 총선을 대선 2달 후에 치루도록 개헌을 했음. 프랑스 헌법상 여대야소가 되면 일반적인 대통령 중심제 국가보다도 대통령이 더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되는데 그래서 현재는 프랑스를 사실상 대통령제 국가로 보는 시선도 있음.


어쨌든 프랑스 대선은 한국보다 1달 늦게 치뤄짐. 당연히 한국 대선보다도 세계적으로는 더 주목을 받고 있고. 프랑스 대선은 잘 알려져있듯이 결선투표를 함. 1차 투표에서 과반 후보가 안 나오면 상위 2명이 2주 후 결선투표에서 맞붙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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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서양권의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정치적으로 우경화가 계속 진행중임. 코로나 사태는 민간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의료 관련 이슈들을 부각시켰기 때문에 주로 경제적 개입주의와 큰 정부를 지향하는 좌파에게 유리한 이슈가 되었고 미국, 캐나다, 독일 등의 다른 서양권 국가에서는 좌파가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서양권 국가는 아니지만 일본에서도 자민당 내에서도 온건파에 속하던 사람이 '소득 재분배'를 기치로 내걸고 총리가 되었음.


거기에 추가로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환경 이슈도 한몫 했음. 독일-베네룩스 홍수라던가, 미국-캐나다 서부의 가뭄과 폭염이라던가 등.


하지만 프랑스는 이런 추세와 다른 길을 가고 있음. 왜일까?



먼저 이민자와 테러리즘 이슈가 팬더믹 도중에도 살아남았음. 현재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 이민과 관련된 이슈들은 팬더믹과 기후변화, 그리고 중동의 상대적 안정화 때문에 묻힌 상태지만, 프랑스는 2020년에 니스 칼부림 테러과 사뮈엘 파티 살해사건이 일어나며 프랑스 사회에 계속 경각심을 불어넣어줬음.


원래도 프랑스는 이민, 특히 이슬람 이민자가 많은 나라였음. 이들은 프랑스 백인 사회와 융합되지 못한 채 도시 한구석에 슬럼을 형성하고 있음. 설상가상으로 이런 일련의 테러들로 인해  난민들에 대한 공포가 기존 이민자들을 대상으로도 번졌음. 입소스의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평균적으로 자국의 무슬림 비율이 28%에 달한다고 믿었지만, 실제 비율은 약 9%였음에도 불구하고.



두번째로 프랑스는 기후 관련 이슈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한발짝 떨어져있음. 프랑스는 전체 전력의 80% 가까이를 원자력을 통해서 생산하는 세계적인 원자력 발전 강국으로 손꼽히는데 이는 이미 화석연료 사용량이 낮다는 이야기도 됨. 또한, 프랑스는 작년 독일을 덮친 이상기후 등에서도 자유로웠으니 아직까지는 국민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줄만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것임.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우익 후보들이 좌익 담론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상태임. 마크롱은 LGBT 이슈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회적 이슈에 있어서 여전히 진보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음. 공화당의 페크레스는 스스로를 환경주의자라고 선언했다. 마린 르펜은 극우로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경제적으로는 크게 좌선회하여 대놓고 부자 증세와 복지 확충을 외치고 있음.



이 상황에서 좌익 세력은 뭉치기는 커녕 분열되어있는 상태로 현재 프랑스 좌익 진영은 약 6명의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고, 이들 중 가장 지지율이 높은 장-뤽 멜랑숑의 지지율은 10% 언저리임. 단일화론이 제기되긴 했는데 입장차가 다들 커서 이루어질 가능성은 굉장히 낮음.


그렇다면 주요 후보를 소개하겠음.



1. 에마뉘엘 마크롱, 재선을 노리는 중도 성향의 현직 대통령.


프랑스의 여당이자 마크롱이 소속된 앙 마르슈는 2017년 총선 이후로 쭉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작년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전패했고 재작년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마찬가지, 총선 직후 350석으로 출발했던 하원 의석은 소속 의원들의 탈당으로 어느새 280석까지 감소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전국민 4분의 1의 지지를 받으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으며 2017년 혜성처럼 떠올랐을 당시보다 살짝 높음. 지난 5년 동안 지지율 폭락과 상승을 거듭해온 그는 현재 약 30대% 후반의 긍정 평가를, 50%대 후반의 부정 평가를 기록 중임.



마크롱이 2017년 처음 떠올랐을때, 마크롱은 기존 프랑스 정치를 혁파하고 새로운 정치적 질서를 만들겠다며 신자유주의적 경제관과 좌파적 사회관을 내세우며 기성 정치권에 질린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손쉽게 대통령 자리를 차지했음.


마크롱의 이런 정치관은 프랑스의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역시나 변해왔음. 그는 처음에는 무슬림과 이민자들에게 나름 유화적이었으나, 상술한 사건들 이후로 훨씬 강경하게 변했음. 오늘날 그는 이슬람주의 네트워크들을 적극적으로 퇴치하고 있고, 그의 내무부장관은 TV 토론에서 극우 후보 마린 르펜보다 더 우파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음.


마크롱의 경제관도 살짝 변했음. 긴축 정책과 서민 증세를 시도하다 노란 조끼 시위와 같은 역풍을 맞이한 이후, 그는 노동 개혁 등에 있어서 조심스러워졌으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터지자 마크롱은 경제를 위해 막대한 돈을 거리낌없이 지출했음.



현재 마크롱은 1차와 2차 투표 가상대결 모두에서 넉넉한 격차를 유지하며 승기를 잡고 있음. 그의 임기 동안 프랑스의 경제는 지난 15년간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고, 코로나 팬더믹에 맞서는 강력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도 구축하며 적잖은 인기를 누리고 있음. 무엇보다도 다양한 유권자들에게 차선이자 차악이라는 선거전에서는 매우 좋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음.


물론 변수는 얼마든지 있음. 최근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프랑스 코로나 확진자가 2천만명을 돌파하고, 일일 확진자도 수십만명씩 나오는 상황인데 만약 오미크론으로 프랑스의 경제 회복이 더뎌지거나 한다면, 그에게는 치명타로 작용할 수도 있음.


마크롱 특유의 성깔 때문에 돌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는데, 지난달 마크롱 대통령은 백신 미접종자들을 화나게 만들거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을 만들어냈는데, 프랑스어 원문은 "지랄맞게 만들어주겠다"에 가깝고, 마크롱은 그밖에도 수차례 꼰대끼를 보여주거나 민생과 동떨어진 망언들을 한 전적이 있음.



2. 마린 르펜, 극우 명문가의 공주


현대 프랑스 극우 세력의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은 두가지로 유명함. 하나는 그의 애꾸눈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온갖 망언들임. 그는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반쯤 부정하고 공개적으로 인종 차별을 지지하면서 상당한 코어 지지층을 확보했지만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들에게 외면당했었음.


그의 딸 마린 르펜은 2011년 국민전선의 당대표에 등극했음. 당권을 장악한 이후 그녀는 (자신이 보기에도) 극단적인 주장들과 인사들(그 인사들 중에는 당의 창설자이자 본인의 아버지인 장 마리 르펜도 있었음)을 전부 쳐내며 당을 상대적으로 정상화시켰는데, 마린 르펜은 그 덕분에 2012년 대선에서는 19%로 3위, 2017년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21%, 2차에서 33%를 받으며 선전했음.



르펜은 최근 들어서는 경제 공약들만 보면 좌파 후보라고 착각할 정도로 상당히 좌경화되었는데, 부자 증세와 복지 확대는 기본이고, 보호 무역 지지, 연금 수령 연령 60세로 인하(현재는 62세)에 더해 심지어 대기업들이 법인세를 중소기업에 비해 너무 낮게 낸다며 비난하는 발언까지 하고 있음.


사실 이런 르펜의 성향은 알고보면 그녀의 반-이민자, 국수주의적 가치관과 연결되어있음. 경제적 자유주의와 이민은 전부 세계화라는 큰 틀 안에 속해있어 르펜과 같은 대안 우파들은 세계화가 자신들의 사회를 파괴한다고 믿으며, 따라서 세계화의 주된 산물인 이민자와 거대 자본, 개입주의와 자유무역을 혐오함.


르펜의 주 지지층은 저소득층, 3040, 블루칼라 이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으며, 르펜의 경제관은 또한 그녀가 강성 좌파들에게 확장성을 가지는 요인이 되었음. 르펜의 반-엘리트, 반-세계화, 포퓰리즘 성향은 강성 좌익이 주장하는 것과 통하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최근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극좌에 가까운 장뤽 멜랑숑 지지자들의 40% 이상이 르펜과 마크롱의 대결에서 르펜을 지지하겠다고 밝혔음.



마린 르펜은 그밖에도 NATO 탈퇴, 아프리카와 우크라이나 등에 대한 개입 중단을 외치고 있음. 그녀는 전반적으로 미국과 멀리하는 한편 러시아에 조금 더 유화적인 입장인데, 푸틴의 러시아가 대안 우파 세력의 롤 모델이라는 사실이 고립주의 성향과 맞물린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한때 유로화 폐기와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했었지만 현재는 유럽연합 내부에서 유럽연합을 개혁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했음.


물론 가장 유명한건 그녀의 반-난민, 반-이민자 성향일텐데 르펜의 이슬람, 이민자에 대한 공격은 그녀의 지지층을 열광하게 만드는 한편, 아슬아슬하게 인종, 종교 차별이라고 낙인 찍기 어려운 수준으로, 그녀는 난민 지원 축소와 이민 기준 대폭 강화, '기독교 정체성에 기반한 세속주의'에 따른 이슬람주의 통제를 원하고 있음.



이런 노력 덕에 5년 전보다 그녀에 대한 호감도는 프랑스 국민들 사이에서 훨씬 높아졌으며 그녀를 극우로 보는 사람도 여론조사 기준 40%에 불과함. 하지만 5년 전에 비해서 결선투표로 가는 길은 오히려 순탄치 않아졌는데 성가신 경쟁자가 둘이나 나타났기 때문임.



3. 발레리 페크레스, 프랑스판 '철의 여인'


프랑스의 전통적인 우파 정당 공화당 경선에서 깜짝 승리를 거둔 일드프랑스(파리 광역권)의 광역의회 의장, 즉 주총리에 해당함. 프랑스는 주지사를 직선으로 뽑지 않기 때문에 주 총리가 사실상 지방정부의 1인자라 봐도 무방함. 공화당은 전통적인 우파 정당임에도 지난 대선에서 창당 이후 최초로 결선 투표에 진출하지 못했으며 2019년 유럽연합 의회 선거에서는 4위를 기록하며 대패하는 수모를 겪었음.


오랫동안 마크롱과 르펜 사이에 낀채 고전하던 공화당은 페크레스의 선출 이후 다시 결선 진출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된 상태임. 페크레스는 스스로를 2/3 메르켈+1/3 대처라고 말하고 있음. 베테랑 정치인인 그녀는 마크롱과 극우 세력에게 흩어진 보수 유권자들을 공화당의 깃발 아래에 규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녀의 레시피는 융합 정책.



페크레스는 극우 세력의 주력 아젠다인 이민자 관련 이슈에서 매우 강경하게 나오고 있음. 과거 하원의원 시절에는 프랑스판 애국자법을 만들자고 주장한 이력이 있었는데, 이에 더해서 이민자 쿼터제, 불법 이민자 혜택 폐지, 이민 심사 강화, 경찰력 증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상태임.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 정책도 마련되어있고, 페크레스의 유럽연합에 대한 태도도 극우파의 의견을 부분 수용한 상태임. 그녀는 최근 유럽연합의 법이 국민국가들의 그것보다 위에 있으면 안된다고 발언했고, 유럽연합의 깃발이 프랑스의 그것보다 먼저 와서는 안된다고 말했음. 최근에는 독일과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이 프랑스의 국익을 침해한다는 발언도 했음.



반면 환경과 경제 정책에서는 중도좌파, 중도우파적인 색채를 내보이며 마크롱 지지자들을 끌어오려 하고 있음. 스스로를 환경주의자라고 선언한 페크레스는 유럽연합 탄소세 도입, 친환경적 인센티브 제공, 2050년까지 탄소중립, 자연환경 적극 보호 등의 스탠스로 일부 일반 좌파들에게도 어느 정도 소구력을 발휘하려 하는 중임.


또한 페크레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천명했는데, 프랑스의 높은 정부 부채와 개혁이 필요한 연금 제도를 지적하면서 마크롱이 연금 개혁을 하지 않고 정부 지출을 늘린것을 비난하며 페크레스는 실업 수당 축소, 공무원 20만명 감축하고, 연금 수령 연령을 65세로 향상, 규제 철폐, 최근 프랑스가 시도하는 정책인 주 35시간제도 폐지, 주 40시간제 환원 등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음.



그녀의 최대 장점은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 일드프랑스 주민들의 대부분은 그녀의 정책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따라서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도 현재 유일하게 마크롱과 엇비슷하게 나오는 후보이며, 추가로 공화당의 탄탄한 지역 조직력이 페크레스가 가진 장점들임.


페크레스의 최대 단점은 불리한 포지션. 페크레스는 중도 성향의 마크롱과 극우 성향의 르펜, 제무르 사이에 끼여 자신만의 색깔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이들의 지지자들을 끌어오는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고, 현재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페크레스의 지지율은 결코 안심할만한 수치가 아닌 상태임.



4. 에릭 제무르, 프랑스 극우의 뉴페이스


아이러니하게도 제무르의 부모님은 이민자였음. 프랑스 국적을 가지긴 했으나 알제리에서 살고 있었고, 유대인이었음. 그들은 제무르를 낳기 6년 전에 프랑스에 정착했음.


하지만 30년간 극우 작가, 저널리스트, 논객으로 활동하며 명성을 쌓은  현재의 제무르의 모습과 비교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사실이며, 이번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매일같이 이민자들을 비난하고 있음. 현재 제무르는 주요 후보들 중에서 제일 오른쪽에 있다고 평가받고 있음.


제무르가 순식간에 유력 주자로 부상한데에는 기존 르펜 지지층의 이탈이 컸음. 르펜 부녀와 국민전선의 전통적 지지층이던 장~노년 극우층은 대안 우파가 주류를 이루는 청~중년 극우층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는데, 이들은 르펜의 중도화 전략을 껄끄러워하고 그녀의 경제관도 그닥 동의를 못하며 그녀가 기성 정치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상대적으로 우파적인 경제관을 소유하고 르펜을 중도로 보이게 할만한 반동주의자에 정치권과 거리가 먼 제무르는 이들의 입맛에 알맞는 후보가 되었음.



제무르는 르펜과 비슷하면서도 더욱 극단적인 인물임. 반PC, 반주류, 반EU, 반이민은 공통점이지만 제무르가 그 강도에 있어서 훨씬 강함.


그는 가부장제를 옹호하고 동성혼을 반대하며 사형제 부활과 거의 모든 이민의 중단을 원하고 있으며 이슬람 전체를 이슬람 극단주의과 동일시하며 진심으로 혐오하고, 프랑스 아이들에게 외국적 이름을 주는걸 법으로 막겠다고 하고 있으며. 또한 이민자들이 프랑스의 인구를 전부 대체할거라는 음모론도 믿고 있음. 제무르는 비시 프랑스가 홀로코스트를 막으려고 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린 적도 있음.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프랑스를 나치에서 해방시켰지만 동시에 미국의 식민지로 만들었다는 발언은 덤이며, 경제관은 트럼프와 비슷함. 그는 법인세를 비롯한 전반적인 세금 인하, 연금 수령 연령 64세로 인상,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 전략 자원 수출 금지 등 여러모로 18세기 유럽의 중상주의와도 흡사한 경제관의 소유자임. 하지만 그의 경제관은 내용이 부실하고 두루뭉술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음.



제무르가 선거판에서 지닌 장점은 그가 정치적 아웃사이더라는 사실, 고학력에서 비롯된 지식인 이미지, 뛰어난 언변, 그리고 적극적인 지지층임. 또한 그의 주 지지층인 장노년층 극우 유권자들은 부유하며, 투표를 할 여유 시간이 많음.


하지만 제무르 켐페인은 태생적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음. 제무르는 지나치게 극단적이기 때문에 유권자의 30%를 차지하는 극우층 사이에서도 거부감이 크고, 마크롱과의 양자대결에서는 지지율이 40%도 안 나오고 있음. 이민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슈들에서 경쟁자들보다 취약하다는 것과, 그가 차린 신당 '재정복!' (Reconquête!)의 세력과 조직력이 빈약하다는 것도 치명적 단점.


에릭 제무르는 현재 프랑스의 정치판의 혼돈에 기름을 붓고 있는 남자지만 태생적 한계 때문에 그가 올해 4월 엘리제 궁전에 입성할 가능성은 주요 우익 후보들 중 제일 희박해보임. 과연 제무르는 정치인으로써 이번 대선 이후에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그런 원 히트 원더로 끝날 것인가?



5. 장-뤽 멜랑숑, 불굴의 붉은 반군


멜랑숑은 이번 대선에서 유일하게 1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는 좌파 후보임.


물론 그는 온건함과 거리가 먼 강성 좌파~극좌 성향의 남자임. '불굴하는 프랑스' 소속인 멜랑숑은 르펜과 똑같이 이번이 3번째이며, 이번 대선이 마지막 대선 도전일 것이라 천명한 상태임.


장-뤽 멜랑숑은 수십년동안 사회주의 활동을 해온 유명한 좌익 운동가로, 주요 아젠다는 부의 재분배와 노동 권익 향상, 나토 탈퇴와 EU 주요 조약들 무력화, 복지 강화와 환경 보호 운동임. 멜랑숑의 주 지지기반은 저소득층, 청년.



하지만 좌익 세력의 분열로 그는 여전히 지지율 10% 초반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 결선투표로 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대 극후반의 득표율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대선에 나온 좌파 성향 후보만 5명. 이대로 간다면 5위가 유력해보임.


물론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멜랑숑은 대선 막판에 지지율 급상승을 경험한 적이 있고, 이번에도 밴드웨건 효과로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음. 결국 현재 상황만 본다면 좌파가 그나마 선전할 방법은 멜랑숑으로 뭉치는 것이니까.


그 밖에도 다양한 후보들이 있으나, 결국에는 상술한 다섯 후보들만이 유의미한 성적을 낼 것으로 보임.



현재는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이 거의 확실시 되어보임. 페크레스와 잠시동안 양자대결에서 접전이었으나 현재는 다른 모든 주요 후보를 대상으로 한 양자대결에서 여유롭게 우위를 점하는 중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확실한 변수들과 관전 포인트는 있음.



1. 경제 문제

프랑스는 작년에 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코로나 이전의 경제 규모를 거의 되찾았으나. 세계적 인플레이션의 추세는 프랑스도 피하지 못하여 치솟는 집값과 에너지 가격, 그리고 소비자 물가 때문에 민생이 점점 피폐해지고 있음. 만약 남은 두 달 동안 이런 민생 지표들이 더욱 악화된다면, 마크롱의 지지층 중 일부는 다른 후보들로 이탈할 가능성이 존재함.



2. 극우 지지층의 분열

양측은 수차례 단일화 논의를 진행했으나 사실상 현재는 완전히 파토난 상태임. 제무르는 르펜 측 인사들의 전향을 받아들이고 그녀가 추방한 극단적 인사들을 불러모으며 세력을 불리고 있음. 자칫했다간 프랑스의 극우층은 그 어느 때보다 전성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 분열로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하는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음.



3. 좌익 세력의 결집 성공?

장-뤽 멜랑숑은 상술했다시피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막판 스퍼트를 경험했음. 하지만 그때는 공산당의 지지가 있었고 녹색당 또한 사회당 후보를 지지했던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관건은 멜랑숑이 자신의 카리스마와 아젠다만으로 좌파 세력의 전략 투표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됨. 극히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최근 상승세에 있는 공산당 후보 파비앙 루셀이 늙은 멜랑숑 대신 좌익을 통합할 가능성도 있음.



4.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마크롱은 유럽은 미국 없이 알아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푸틴과의 대화에 나섰다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5미터 거리두기 정상회담을 하면서 각종 합성사진이 만들어지는 굴욕을 겪었음.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극좌와 극우의 친러, 고립주의, 반-나토 아젠다가 흥할수도 있으며 정반대로 나토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흥할수도 있음.


푸틴의 행동이 프랑스 대선 정국에 정확히 어떤 결과를 끼칠지는 아무도 모를 것임.


이번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한국 대통령 선거 한달 후에 열림. 두 나라 모두 국가적, 세계적 혼란의 시기 속에서 결정적인 대통령 선거를 치루게 되었음. 유럽의 거인이자 세계적 강대국인 프랑스. 과연 프랑스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갈 대통령은 누가 될 것인가? 그리고 프랑스 정치판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