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탈당하시겠어요?“…생존경쟁 국힘 의원들의 복잡한 계산법


지지율 간당간당, 윤 탈당카드 조금씩 수면 위로
총선은 생존경쟁, 셈법 복잡해진 국민의힘
선거 앞두고 대통령 내보내는 불명예 퇴진의 추억
朴은 출당, MB는 퇴임 후 탈당, 文은 유지



“대통령에게 탈당을 주문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지난 13일 대구서 열린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기자간담회 도중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정 위원장은 “(탈당 요구는) 없다”고 일축했지만, 다가오는 총선이 생존경쟁이 돼버린 의원들로서는 윤 대통령의 탈당카드를 무시할 처지가 아니다. 지금처럼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다면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선전 중인 당 지지율까지도 깎아 먹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은 자의든, 타의든 대부분이 총선과 대선 등 큰 선거를 앞두고 탈당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이 살아야 대통령도 산다는 전략이다. 과연 윤 대통령은 탈당카드를 받아들일 것인가.


◆지지율만 보면 탈당, 국민의힘 당권도 변수
 
“대통령 탈당은 자신의 선택이라기보단, 당의 선택이다.”
 
28일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 이렇게 내다봤다. 그는 “대통령들의 탈당은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거국적인 차원에서 하는 당의 결정”이라며 “총선이 가시거리에 들어오면 본격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탈당 계산법은 간단명료하다. 바로 지지율이다. 윤 대통령의 존재가 당이 총선 승리로 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탈당이라는 카드는 필요 없다. 하지만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날 기준 윤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은 30%대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부정평가도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성인 1001명을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지난주보다 3%포인트 오른 30%로 나타났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3%포인트 떨어진 62%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당장 총선에서 직을 걸어야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셈법은 좀 더 복잡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3%의 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35%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동력을 얻어야하는 윤 대통령 뿐만 아니라, 다음 총선이 생존경쟁인 국민의힘 의원들로서도 윤 대통령의 탈당카드는 무시하기 힘들다. 대구와 경북 등 공천이 곧 본선인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과 PK(부산·경남) 지역,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휘청인 강원도 등에선 비관론이 더 앞서기 때문이다.


곧 다가올 당권경쟁도 변수다. 현재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한 반윤계 세력이 개혁보수를 내걸고 당권을 장악할 경우 윤 대통령의 탈당 압박은 보다 빨라질 수 있다. 현재 비상대책위원회를 장악한 친윤계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입을 닫고 있지만 이들 또한 본선행 티켓을 두고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으로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출당을 요구했을 당시, “정치적 패륜 행위”라고 반발했던 조원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탈당을 권하기 전에 윤 대통령이 먼저 스스로 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되면 임기 이제 3년밖에 안 남았다. 3년 동안 이 정치판에 휩쓸려서 국정운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윤 대통령이 그럴 거라고 보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창당한 것 같은 상황들이 올 수가 있다”고 했다.
 
◆朴은 출당, MB는 퇴임 후 탈당, 文은 유지
 
역대 대통령 중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탈당을 하지 않은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그 외의 대통령들은 모두 측근 비리와 당권경쟁에서의 패배 등 여러 이유로 여당을 나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빨리 여당을 탈당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은 16개의 광역단체장 가운데 1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했다. 계속된 선거 연패 행진에 당은 책임을 노 전 대통령에게 돌렸고 여당은 노 전 대통령 탈당 요구와 함께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탈당 요구에 시달리던 노 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사흘 앞둔 2007년 2월 22일 탈당을 선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한 지 만 4년이 지난 2002년 5월 5일 여당을 탈당했다. 최규선 게이트 등 잇따른 측근 비리에 정권이 위기에 처하자 대선을 앞둔 여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임기 마지막 해인 1997년 한보 게이트에 연루된 차남 김현철씨가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자 탈당 압박을 받았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로 정권은 휘청였다. 결국 여당과 이회창 전 총재는 김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고, 1997년 11월7일 탈당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대선을 앞둔 1992년 민주자유당을 탈당했다. 표면상으로는 대선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당권경쟁에서 밀려 한 강제 탈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른바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체육부 장관을 후계자로 지목하려 했지만 이에 반발한 김 전 대통령이 집단 탈당카드를 꺼내 들었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이 당권을 잡자 노 전 대통령은 민자당 총재에서 물러났고 탈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탈당이 아닌 출당 조치로 불명예 퇴진했다. 여당이 출당 조처를 내렸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친박계가 장악했던 새누리당은 홍준표 현 대구시장이 당권을 장악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홍 시장은 대선을 앞두고 2017년 11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 제명을 발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탈당 없이 임기를 마쳤다. 임기 말 이 전 대통령과 대립해 온 친박계가 탈당을 요구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탈당 요구를 거부했다. 친이계 의원들을 믿은 것이다. 하지만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이 심화하면서 친이계 의원들이 탈당하자 함께 당적을 정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탈당하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야권에서 문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지만 문 전 대통령은 책임정치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은 당적을 가져야 한다며 탈당하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문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여당이 아니라 야당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국정 지지도가 40% 안팎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여당은 당적 유지를, 오히려 야당은 선거 중립을 이유로 탈당을 요구했다.

김건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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