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보는 국제경제질서의 미래

: 한국경제의 '반등'은 가능한가? :


"한국이나 일본 모두 현재 상황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한국은 위기에 대한 건강한 감각이 있다는 점을 나는 강조하고 싶다."


Interviewee

타츠** **요우 교수

히토쓰바시대학 경제학과 졸업

오사카대학 객원교수

규슈대학 경제학부 교수

고이즈미 내각 총무성 경제전략회의 연구원

동일본대재해부흥구상회의·부흥추진위원회 위원



Q

아베 총리가 사임했다. 일본경제, 특히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해 한마디 부탁한다. 


교수님

고이즈미 정권 때의 '성역없는 구조개혁'과 이른바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일련의 정책으로 일본경제는 본궤도에 돌아왔다. 고이즈미 때는 정부지출에 한도를 두고 규제완화와 불량채권 처리로 경제를 활성화해 세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리는 묘안으로 돌파해야 했다. 장기불황을 겪은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증세 없는 성장이 현실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소비세를 올리고도 과감한 통화정책(양적완화-엔저)과 재정정책으로 불황을 타개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나는 고이즈미 씨에게도 자문했고 간 씨와 노다 씨에게도 자문했지만 솔직히 말해, 아베 씨나 스가 수상에게 실례가 될 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고무적인 경제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일 실질GDP 성장률이 2%이고 물가상승률이 2%라면 명목GDP 성장률은 4%가 된다. 그 정도라면 세출과 세입의 격차를 줄이기가 한결 쉬워져 추후의 재정건전화에 도움이 된다. 고이즈미 때부터 일본이 이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코로나 역풍을 계기로 인위적인 경기부양의 한계가 돌출되었다. 아베노믹스로 기업 실적 회복은 성공했지만 임금 인상과 소비-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지 못했다. 재정의 절반을 국채로 메우면서까지 많은 돈을 뿌려 성장을 촉진한 대규모 정책이었지만 지표는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 코로나 역풍으로 인한 주가 하락, 올림픽 취소, 긴급사태 등 단기적인 수요 하락이 미칠 영향이 너무 크다.


또 아베 씨가 '마지막 화살'으로 내세운 성장전략은 관광업이나 농업까지 성장동력으로 삼았고, 도시를 재생했다는 등 실현되어서 좋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 같은 것은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쳤다. 실패 또는 미완성이라고 평하고 싶다.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결국 구조개혁의 실패이다. 단기적으로 수요가 부족할 때 썼어야 할 정책인 양적완화와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 매몰되어 종신고용 등 경직된 노동시스템을 바꾸지 못했고, 디지털화를 서두르지 않았다. 생산성은 G7 최악이다.


스가 수상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의존하지 말고 구조개혁을 통해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 초장기간 이어진 관저 정치로 인해 의회 무력화, 자민당 의원들의 침묵, 관료의 정치 종속 등이 굳어졌는데 스가 수상은 그 한가운데 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구조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할 동력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 지 매우 우려스럽다.



Q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사실상 좌초됐다. 국내외 상황이 극도로 나빠지는 가운데 과감한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을 쓰기도 힘들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일본에서 보았다. 다음 정권은 이 위기를 돌파할 의지와 능력을 가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교수님

일본은 규제 철폐와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성장동력을 만든다. 성장이 최우선이고 성장을 통해서만 국가부채와 고용의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다는 관점은 변하지 않았다. 복지와 사회안전망 문제에 관해서는 '자조'라는 기본 철학으로 일관하며, 정부가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나는 일본인이고 한국을 완벽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한국경제는 한국인이 평가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인의 관점에서 한국경제를 평가해도 괜찮겠나?


Q

좋다.


교수님

문 대통령은 복지와 사회안전망 문제에 지극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나는, 그동안은 한국의 소득격차 문제나 빈곤 문제가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러나 성장전략 부재 문제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성장동력 육성에 진력해도 모자랄 심각한 위기라고 보았다. 미국경제는 꾸준히 성장동력을 기르고 있고 시장을 중심으로 혁신이 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10년 전 정부의 정책이 정치 문제로 현재의 경제성장을 약화시키지는 않는다. 박근혜 씨가 '디지털 경제'를 비롯한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구조개혁을 이루었어야 했지만 솔직히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2020년 이후 중기적 성장에 기여할 만한 요소를 찾아내야 했다.


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것은 일관된 근거에 기초한 강력한 정책추진이었다. 정치 문제로 여러 대립이 생기더라고 경제가 위험해지기 전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부동산 규제와 일본 문제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등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책추진 능력을 소모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바보같은 정치게임이고, 치명적인 것이다. 


20년간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회 전체의 무기력증이었다. 아베노믹스는 국민의 디플레 심리부터 바꾸고 나섰다. 아베노믹스는 경제학이 아니라 심리학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일관된 근거'는 고사하고 강력한 정책추진 능력부터 잃었다. 수십 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도 번번이 실패하면서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밑의 장관들도 도덕성 논란이나 스캔들에 휘말렸는데 그때마다 대통령은 정책실현의 연속성과 실천력을 보장하는 대신 청와대 궁궐에 숨거나 편가르기로 일관했다.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이나 '포용국가' 같은 '정치주도' 정책이 상식적인 경제정책이라고 생각했으면 과감한 돌파력으로 시장이 정부의 실천력에 대한 신뢰를 보이도록 해야 했다. 정책에 문제가 생기거나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때 대중과 마주하지도 못하면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던 것인가? 일본이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복지와 사회안전망에 대해 집착하면서 규제완화가 사회안정성을 파괴한다는 비현실적인 인식에 기초한 포퓰리즘은 구조개혁은 물론 거시경제 관리 전반을 망쳤다. 단기적으로 거시경제의 수요관리가 안될 때는 케인스주의적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장기적 제구력과 성장전략을 위해서는 시장원리와 규제 해결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건 상식의 문제다. 혁신을 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 방향도 잘못 잡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선의로 그랬다면 정신이 나간(원문은 脳がない......。) 것이고, 악의로 그랬다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싶다.


고이즈미나 아베 같은 과감한 정책추진이나 새로운 성장전략은 찾아볼 수 없다. 경제는 결국 기대가 중요한 것이다. 곧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10여년 전에 한국 사람들은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기대를 가질 수 있는가? 기업 실적이 반등하지 않고 세율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기대를 가질 수 없다. 실제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고이즈미는 "고통이 따른다 하더라도 그것을 뛰어넘어 개혁하자"고 명확히 말했다. 포퓰리즘을 배척하는 것은 리더의 스타일이다.


한국이나 일본은 중국과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는 상황이다. 중국경제 침체가 동아시아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매우 부정적이지만 중국과 거리를 두기보다 중국에 밀착했다.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괜찮지만 일단 경제성장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이제껏 성장에 감추어졌던 모든 사회적 문제들과 모순들이 돌출되고 있다. 불량채권이나 부동산 버블 등 은행 및 금융 분야에 문제가 많으므로 성장률이 저하되고 정치사회적 불안정이 심화될 수 있다.


정세를 고려했을 때 2025~2030년까지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사회적 불안정은 지역 내의 안정성에 다른 종류의 충격을 가할 것이고, 그런 불안정한 상황, 통치의 공백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나는 이 점을 심히 우려한다. 예컨대 경제의 나쁜 부부을 감추기 위해 중국 정부가 역내 국가들, 특히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대해 강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든다면 영토분쟁과 관련한 압력이나 북한 문제에 대한 태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아주 상대하기 어려운 나라다. 그래서 중국에 밀착하는 것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중국경제가 비관적인 반면 미국경제는 우려스럽지 않다. 미국경제가 여전히 강력하며 건전한 경제기반을 갖췄기 때문에 코로나 국면을 극복한 뒤에는 안정적으로 회복될 것이다. 건강하고 유연한 기업지배구조와 사회적 혁신의 방향이 있고, 이미 올바른 정책방향성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미국경제의 동향에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하지만 유럽경제에 대해서는 매우 비관적이다. 유럽은 유로화와 관련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유로화는 매우 모순적인 시스템이다. 통화는 통합됐지만 재정정책은 통합되지 않았다. 이는 큰 문제이며 영국을 제외하면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EU의 정치적 전망도 좋지 않다.


사실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혁신에 대해 아이디어를 가진 것은 관료들이나 전문가들이다. 안타깝게도 정치지도층이 이들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정치지도층이 혁신의 지혜를 갖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치주도'란 정치인이 머리가 좋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앞서 말한 것 같이 한국 정부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고 이를 개선할 의지도 능력도 찾아볼 수 없다. 저출산 문제도 매우 심각하지만 정책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 광풍 이후에 한국경제의 전망은 매우 불안하다.


하지만 한국은 위기에 대한 건강한 감각이 있다는 점을 나는 강조하고 싶다. 일단 방향을 잡으면 일본에 비해 빠르고 효율적인 개혁 진행이 가능하다. 기업개혁과 투명한 기업지배 구조를 만들기 위한 금융개혁을 1998년 단 3개월 만에 단행한 것이 나에게는 인상적이었다. 일단 한국의 다음 정권이라도 새로운 성장전략을 찾고,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개혁에 나서기로 한다면 한국에 그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수두룩하다. 단 지금은 그런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Q

이런 전망( https://arca.live/b/society/6759688 )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교수님

새롭지는 않다고 할까... 그런 전망이 앞서 말한 한국의 새로운 성장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중의 완전한 디커플링이 현실화된다면 그런 전망이 설득력이 있다. 나는 일본과 한국이 거기까지 가는 데에는 코로나도 있고 해서 시간이 꽤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동남아시아로 옮겨간다는 전망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나와 친분이 있는 한국 여당 인사(교수님이 게이오대학 출신이신데, 교수님의 은사님이 만든 동창회에는 100여명의 한국 인사와 지인들이 있습니다. 한국의 학계, 관계, 정계, 언론계 등에 폭넓은 인맥을 가지신 분입니다.)에게는 늘 하던 이야기고, 이낙연 씨나 김부겸 씨 같은 거물급 인사가 이런 이니셔티브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다.


'BRICS'라는 말이 등장한 이후 인구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긍정적 힘이 주목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최근에는 ASEAN도 주목받고 있다. ASEAN 10개국의 인구 6억 명은 EU의 5억 명을 상회한다. 하지만 이런 나라들이 더욱 발전하려면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일본과 한국에 대한 기대가 크다. 거꾸로 말하면 그것이 일본과 한국의 활로이기도 하다. 글로벌 환경에서 변화를 비관하지 말고 거기에 적극 관여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너의 전망을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과 한국으로서는 매우 유익한 제안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협조가 잘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무얼 하든 준비가 되어 있다. 한국 정부가 그런 제안을 받아들여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채널 정화를 위한 <일본학자와의 대담> 재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