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지역정당 소리까지 들었던 구 민주당 수준으로 쪼그라든...

억세고 못 박혀 굳은 두 손 우리의 무기다
나약한 노예의 근성 모두 쓸어 버리자
무너진 폐허의 땅에 평등의 꽃 피울 때
우리의 붉은 새 태양은 지평선에 떠 온다

일본도 아베노믹스 후기 들어서면서 문제가 많이 돌출됐죠. 양적완화를 했어도 만성적 수요부족(GDP 갭)이 해결되지 않아 주가나 엔화가치 상승으로는 디플레 극복이 불가능했고, 그걸 돌파하기 위한 내수 진작과 수출 확대가 제자리걸음이라...

일본이 수출 확대가 안되는 이유.
1) 미·중 마찰과 같이 대외환경 악화가 반복되는 과정에서도 일본 수출 기업들이 수익 확보 관점에서 엔화 가치 하락에 맞춰 엔화 표시 수출가격을 낮추지 않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2) 일본 기업들의 해외 현지생산이 확대되면서, 해외 진출 초기에는 중간재와 자본재를 일본에서 조달함에 따라 수출량이 증가하였으나 차츰 현지 조달이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수출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3) 일본 내 모회사와 해외 자회사 간 수출 공급망을 통한 수출량(2)이 일본 전체 수출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경직된 수출 공급망 구조가 수출량 확대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보충) 타국보다 빠른 백신 접종에 의한 코로나 유행 종식과 양적완화가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엔화약세→주가상승→기업의 수익성 개선→투자 확대 및 임금인상→소비확대→디플레이션 탈피'라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와 그 결과를 보면(물론 재정정책이나 성장전략의 패착도 같이 보아야겠습니다만)인위적 경기부양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일본의 경상수지 구조는 2005년부터 제1차 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무역수지 흑자를 초과함으로써 재화·서비스 수출보다 대외직접투자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었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07년 24.9조 엔을 정점으로 2014년에는 3.9조 엔으로까지 하락합니다. 무역수지는 2011년부터 적자로 전환하여 2015년에는 6,289억 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日本銀行, 「国際収支統計」) 이런 구조 때문에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로 주가가 급등하자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을 중심으로 기업의 실적이 크게 성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디플레에 있어서 아베노믹스는 그 목표에 근접하지도 못했습니다. 14년의 소비세 인상 때 4개월간 CPI 상승률이 치솟은 것을 빼고는 '2% 물가상승' 목표는 이루지 못했고, 국내 수요의 회복이 뚜렷이 보인 것은 좋았지만 그마저도 2016년 이후에는 디플레로 돌아왔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일본 경제의 선순환 구조에서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가 상승과 엔고만으로는 부족하고,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줄곧 지적되었던 만성적인 수요 부족, 즉 GDP 갭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입니다. 

아베노믹스 효과로 기업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었으나, 기업들은 설비투자보다는 내부유보를 선호했고(해외기업 매수 M&A 자금 확보 때문에 내부유보금이 거의 100조엔 가까이 늘었습니다),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외부자금(금융기관 차입)보다는 내부자금을 선호했습니다. 게다가 가계부문의 '실질임금 소득'도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에 소비와 투자 모두 부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에다 인구감소 시대에 접어든 일본 경제에서는 무엇보다 내수를 진작시키고 수출을 확대하는 ‘구조적’ 노력이 절실하죠.

논리적으로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책은 재정지출 확대 보다는 국내 소비의 원천인 소득을 높이는 것입니다. 아베 총리가 집권 직후부터 여러 번 게이단렌 등을 향해 공개적으로 임금 인상을 압박했던 것도 이 때문이지만, 일본 노동시장에서 임금수준이 낮은 비정규직 비중이 약 40%에 이르고(확실치는 않지만 그쯤 됩니다), 기업들이 경기가 호황일 때에도 정규직 근로자의 기본급을 늘리기보다는 수당 지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임금수준을 사실상 억제하다 보니 정부의 노력이 허사로 끝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베 내각이 써 왔던 정책들이(일본은행이 국채를 직접 대량 매입함으로써 재정 적자를 보전) 정부의 모럴 해저드나 시장경제의 위기(민간금융자산을 국가가 대량 보유하므로), 그리고 재정위기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니 재정건전화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분출하기도 했습니다. 부족한 세수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부작용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에 소비세 추가 인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기동적 재정정책'을 보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재정건전화 정책은 수차례에 걸쳐 유보하였기 때문입니다. 이것 또한 비판받을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수출량이 늘지 않는 것도 그 한계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처럼 디플레가 장기화되면 수출 가격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양적완화 결과로 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지속되면 수출 가격이 하락하여 수출 물량이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1) 미·중 마찰과 같이 대외환경 악화가 반복되는 과정에서도 일본 수출 기업들이 수익 확보 관점에서 엔화 가치 하락에 맞춰 엔화 표시 수출가격을 낮추지 않는 경향이 있다.
2) 일본 기업들의 해외 현지생산이 확대되면서, 해외 진출 초기에는 중간재와 자본재를 일본에서 조달함에 따라 수출량이 증가하였으나 차츰 현지 조달이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수출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3) 일본 내 모회사와 해외 자회사 간 수출 공급망을 통한 수출량(2)이 일본 전체 수출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경직된 수출 공급망 구조가 수출량 확대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위에 정리한 세 가지 이유로 양적완화와 엔화 약세에도 실질 수출량이 확대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012년 대비 2019년의 수출물량지수가 6% 정도 떨어졌다.

한편 저출산 문제는 날로 심각해져서 작년 출생자 수는 역대 최저였고, 도쿄 집중도 개선이나 여성, 고령자 노동 참여 확대 등 핵심 정책도 미해결로 남은 채 아베 총리가 떠나게 됩니다. 새 내각은 아무래도 코로나 대책의 시행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아베가 남겨둔 성장전략에 대한 논의는 뒤로 밀리게 됩니다. 백신의 개발로 내년 겨울, 내후년 봄부터는 완전한 경제 회복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 시점에서 일본경제는 동일본대지진과 리먼 사태를 겪었던 2012년 4월과 비슷한 상태로 리셋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 얘기하셔서 하는 이야기인데, 일본의 소재 부품 분야에서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한 수준입니다. 수출규제 품목만 봐도 세계시장을 거의 석권한 수준이죠; 소재 부품이야 원래 막강했던 분야고, 잃어버린 20년의 상징이 <제조업 경쟁력 약화> 였는데 이게 어디서부터 반등했는지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