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산유국이었다. 그러나 석유 산업은 지난 20년 동안 우고 차베스(Hugo Chavez) 대통령과 그의 후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의 통치하에서 쇠퇴했다. 확인 매장량 기준으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사우디 아라비아보다도 높을 것이다. 그러나 생산량 기준으로 보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은 완전히 몰락하여 77년내 최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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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는 국영 석유회사 내부/외부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무너뜨리고 석유회사를 개인용 현금인출기로 둔갑시켰다. 당에 충성하는 자들이 석유 엔지니어들을 밀어내고 요직을 차지했다. 투자 규칙과 안전 기준은 무시되었으며, 오로지 중요한 것은 선거자금 조달이었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석유 생산량은 계속 감소했다. 이상하게도, 한창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데도 생산량 감소가 발생했다. 자유시장경제하의 어떤 산유국도 이런 희한한 결과를 낸 적이 없다. 많은 이들이 트럼프의 제재를 탓하지만 트럼프가 집권하기 전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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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2018년까지 베네수엘라는 46820건의 유출 사고가 있었으며, 총 85만6천 배럴의 원유가 유출되었다. 올해 7월부터 8월까지 2만6천 배럴의 원유가 유출되어 210마일이 넘는 해안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의 유출은 지난 1년간 두번째로 큰 사고였다. 그리고 며칠전에는 베네수엘라 영해에 있는 거대한 유조선 FSO 나바리마(FSO Nabarima)가 유지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침몰하기 직전 상태라는 소식이 나왔다. 만약 이 유조선이 침몰하면 유출 규모는 1989년 엑손 발데즈(Exxon Valdez) 사고의 5배가 넘을 것이다.

2014년 중반부터 2016년까지 유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2015년에도 이미 생산량이 너무나 많이 감소한 상태에서 유가 하락에 의한 경제 쇠퇴는 다른 산유국들보다 훨씬 심했다. 그 이후로 베네수엘라 경제는 계속 역성장했고 결국 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리아에 비교할 정도의 심각한 인도적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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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에서 정책을 변경하는 이유는 선거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베네수엘라의 집권당은 공정한 선거 자체를 포기해 버렸으며 오로지 정권 유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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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따라 마두로는 올해 국회의원 선거를 치뤄야 한다. 정부는 공정한 선거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선거법을 변경했다. 현재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힘을 희석하기 위해 의석수를 167석에서 277석으로 증가시켰다. 또한 야권의 지도부를 친정부 인사들로 교체시켰다. 마두로는 100여명의 정치범들을 석방했는데, 친절한 양보인 동시에 야권의 분열을 유지하는 수단이었다. 야권은 총선에 참가하자는 쪽과 총선 자체를 거부하고 기권하자는 쪽으로 갈라졌다.

당연히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선거가 부정선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야권에 총선을 거부하라고 부추길 수도 있겠으나, 문제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할 경우 미국은 본의 아니게 베네수엘라 정부를 돕는 셈이 될 수도 있다.

원유 유출 사고에도 미국이 영향을 준 부분이 있다. 유출은 석유 산업의 쇠퇴 때문이지만 지속적인 사고 발생은 미국의 제재조치와도 연결되어 있다. 베네수엘라 원유는 미국의 정유소에서 가솔린으로 정제될 수 없다. 따라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내에 유일한, 하자 투성이인 정유소를 계속 가동하는 중이다. 유출 사고는 계속 이어졌고 원유가 강과 호수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권의 무능한 권위주의 통치에 대하여 베네수엘라 야권이나 미국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응을 비난하기는 쉽다. 실제로 그런 측면에 있기도 하지만, 주된 원인은 아니다. 베네수엘라가 권위주의 국가로 추락한 이유는 지난 7월에 대규모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난 이유와 같다. 바로 책임과 의무를 포기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https://www.nytimes.com/2020/09/07/opinion/venezuela-oil-spill-madur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