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판결문에서 적은 이유가 대략 이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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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명이 대한민국이라는 것, 대한민국의 국어가 한국어라는 것, 국문이 한글이라는 것 등의 조항은 헌법으로 담을 필요도 없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으로 규정되어있지 않다. 이러한 것은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적 헌법사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핵심적 헌법사항을 관습헌법이라 하며, 관습헌법이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관습법의 성립에서 요구되는 일반적 성립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기본적 헌법사항에 관하여 어떠한 관행 내지 관례가 존재하고

둘째. 그 관행은 국민이 그 존재를 인식하고 사라지지 않을 관행이라고 인정할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반복 내지 계속되어야 하며(반복·계속성)

셋째, 관행은 지속성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서 그 중간에 반대되는 관행이 이루어져서는 아니되고(항상성)

넷째, 관행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모호한 것이 아닌 명확한 내용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명료성)

다섯째, 이러한 관행이 헌법관습으로서 국민들의 승인 내지 확신 또는 폭넓은 컨센서스를 얻어 국민이 강제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어야 한다.(국민적 합의)


1. 우리 민족 최초의 통일국가인 고려시대 서울이 남경으로 지정되어 개성, 평양과 함께 3대 행정거점으로 꼽혀 고려 왕들의 행차가 잦았으며, 큰 시가지가 형성되었다.

2. 조선 개국 후 태조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여 극초기를 제외한 조선 500년 내내 수도로 기능하였다. 당시 조선의 최고 법전 경국대전에서도 역시 한성을 수도로 명시하였다.

3. 일제 식민지가 된 조선이었지만 그럼에도 한성은 경성으로 이름이 바뀐 채 식민지 조선의 행정중심지 역할을 담당하였다. 독립운동 면에서도 1919년 민족 대표들이 독립 선서를 발표한 곳이 경성이었으며, 세계 곳곳에 있었던 여러 곳의 임시정부들이 서로 소통의 필요성을 느꼈을때 소통을 담당하던 통합조직이 경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던 등 식민지 시절에도 우리 민중은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4. 이러한 점이 겹쳐 광복 후 미군정기 당시 미군정법령에서 서울을 '조선의 수도'로 명시하였으며, 특별시로 독립시켰다. 남조선 과도입법의회에서 당시 발의한 법률에서는 '서울시는 특별시로 하여 중앙정부가 직속하게 함'이라 명시하는 등 수도의 특별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5. 현대 대한민국에서는 헌법에 수도가 명시되어있지는 않으나 '서울특별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 '지방자치법'에서 서울을 수도로 지속적으로 언급해오고 있다. 이는 현대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법적 확신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것 역시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형성되어온 계속적 관행(계속성)이며,

이러한 관행이 깨지지 않고 변함없이 오랜기간 실효적으로 지속(항상성)되어왔고,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견해 차이를 보일수 없는 명백한 사실(명료성)이며,

이것이 오랫동안 굳혀져왔기 때문에(국민적 합의)


비슷한 조건을 충족하는 국명, 한국어, 한글과 동일하게 국가 구성의 근본이 되는 핵심적 헌법사항에 들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핵심적 헌법사항의 경우 행정부나 입법부, 사법부가 독단적으로 개정하기에는 그 중대성이 크므로, 이러한 사항을 개정하고 싶다면 헌법 개정에 국민투표를 요하는 것처럼 국민투표로 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