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 들어 그런 썰이 많더라

오랫동안 사귀었고 결혼까지 준비했는데 상견례 자리에서 보니까 양가 부모님이 사촌관계였고 혼인 당사자들은 알고 보니 육촌관계여서 결혼이 파토 났다는 이야기


성년이 된 이후에 사촌끼리 만날 일이 현저히 적어진 현대 사회에서는 육촌끼리 서로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위 썰 같은 이야기도 생각보다 아주 없는 일도 아님


이제는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사촌 이상을 혼인을 법적으로 막는 국가가 전세계에 얼마 없음

바로 옆 나라 일본도 당장 간 나오토 前 총리 부부가 원래는 사촌 관계였던 걸로 유명하지


사촌혼은 한국에서는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문화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부모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서로 형제지간으로 이어지는 육촌까지도 혼인은 조금 꺼림칙하다고 생각함

유전병 문제가 상관 없다 해도 가족간 관계가 껄끄러워짐

특히 사촌혼은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기 형제가 사돈이 되는 것이고 조부모 입장에서는 자기 손자 손녀끼리 결혼하는 게 되다 보니 이건 개족보 소리 들을 만도 하지


그러나 이것을 문화적으로 터부시하는 것과 법률로서 막아 놓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함

어찌 됐건 이 문제는 당사자들 문제지, 국가가 나서서 개입할 사안이 전혀 아니기 때문임


게다가 우리나라는 연결고리를 찾으려면 고조부모까지 올라가야 하는 8촌까지 혼인이 금지되어 있는데

이게 전근대에 고조부모 슬하의 자손들끼리는 가족으로 인식하던 게 법으로 박혀서 이렇게 된 거임

본래는 4대봉사라고 해서 제주(祭主) 기준으로 4대 위의 조상, 즉 고조부모까지 제사를 모시는 게 관례였는데,

같은 고조부모의 제사를 모시는 사람끼리는 가족이라는 관념이 박혀 있었고, 그 범위가 8촌까지였던 거임

사대봉사를 꼭 지켰던 전근대에는 고조부모의 제사를 지내고자 1년에 한 번은 본인 고조부모의 종손의 집에 갔기 때문에 아무리 8촌이 아니라 그 밑에 10촌, 12촌끼리도 서로 얼굴은 아는 사이일 수 있었던 거임


이거는 말짱 옛날 얘기고, 지금은 8촌과 나를 잇는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음

조부모 기준으로도 8촌의 조부모와 나의 조부모는 사촌관계이니 사실상 당신들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양쪽 조부모들끼리도 평생 몇 번 볼까 말까한 사이인데 그 손자들끼리는 오죽하겠노

현실이 이러한데 사촌혼을 허용하는 것은 고사하고 사람들이 집성촌에 살던 때랑 똑같이 8촌이라는 너무 넓은 법위까지 혼인을 금지시켰다는 건 문제라고 봄


반면에 육촌의 경우는 조부모와 조부모의 형제들이 모두 생존해 계시면 집안 행사 같은 자리에서 간혹 만날 기회가 있기도 하고

부모님들끼리도 조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에는 사촌과의 연락이 어느 정도 계속 유지가 되기 때문에 육촌 당사자들끼리는 왕래가 없다 하더라도 그 윗대는 어느 정도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완전한 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봄

당장 누구 결혼식이나 환갑이 있으면 거기서 최대한 많이 모이는 범위가 육촌까지니까

다만 근래에 들어서는 집안 행사를 열면 직계 가족만 모아서 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친척들이 대거 모일 자리도 없어졌고, 그러다 보니 육촌을 만날 일이 더 없어지면서 육촌을 거의 남으로 인식하고 있음


동성동본도 혼인을 막을 정도로 근친혼에 엄격하던 한국 사회가 지금은 육촌혼까지는 허용하자는 공감대가 일어나고 있음

이런 법이 있다는 것도 조금 의아한 일이긴 하지만 그 법을 없애는 게 힘들다고 하면 8촌까지 금지시켰던 조항을 사촌이나 육촌까지 혼인금지로 범위를 좀 축소시켜야 된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