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 출마 예정인 30여명의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 대부분이 수도권 험지는 기피하고 기존의 서울 인연도 끊은 채 연고 없는 영남 텃밭으로만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9일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인요한 혁신위원회에서 주장하는 ‘영남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로 생긴 빈 자리에 ‘용핵관’들이 오는 것 아니냐”는 말이 실제 나올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강명구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은 자유한국당 영등포갑 당협위원장, 서울시당 청년위원장을 지내고 2018년 지방선거 서울시의원 출마, 21대 총선에서도 영등포갑 예비후보로 출마했지만 서울에서의 정치 경력을 뒤로하고 내년 총선에 고향인 경북 구미을로 출마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영등포갑 당협위원장 출신이 영남을 찾아가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퇴직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인 김인규(34)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실 행정관은 서울 태생임에도 출신 학교나 별다른 연고가 없는 부산 서·동구에 출마할 예정이다. 9선을 한 YS가 7선을 한 지역구에 사실상 할아버지 이름을 앞세워 출마하는 것이다. 지역 일각에서는 “공정을 내세우는 청년 정치와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서울 마포갑에서 18대 의원을 지내고 마포갑 당협위원장으로 19·20·21대 총선에서 모두 마포갑에 출마했었지만 내년 총선에서는 고향인 충남 홍성·예산으로 출마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중량감 있는 용산 참모들은 앞장서 수도권 험지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철규 전 사무총장이 직접 수도권 험지로 분류되는 수원 출마 제안을 하며 김예령 당 대변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을 수원에 배치해 ‘여성 트리오’ 컨셉으로 수원 벨트를 이끌어 달라는 구상을 밝혔지만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 수석은 과거 ‘천당 위에 분당’으로 불린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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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국민 60여 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주진우 법률비서관(부산 수영), 이병훈 정무수석실 행정관(경북 포항남·울릉), 김찬영 전 법률비서실 행정관(경북 구미을), 임종득 전 안보실 2차장(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조지연 국정기획실 행정관(경북 경산) 등도 대부분 영남 지역구에만 몰리고 있다.


반면 서울 출마는 이승환 전 정무수석실 행정관(중랑을), 권오현 전 공직비서관실 행정관(중·성동갑), 여명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동대문갑) 등 3040 정치 신인들이 전부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전희경 정무수석실 정무1비서관(경기 의정부갑), 김기흥 전 부대변인(인천 연수을) 등 손에 꼽히는 정도다.


여권에서는 “중량감 있는 대통령실 참모 중에 내년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 험지에서 희생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최근 일각에서 “영남 중진 의원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거기에 누구 제외되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나라와 대통령을 사랑하면 다 (험지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국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