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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엔저가 좀 과한 감이 없지 않으면서도 과한 엔저+우러전쟁 영향으로 국제 인플레 사태 터지는 와중에도 현재까지 일본이 겪는 경제적 부작용은 상대적으로는 별로 크지 않아 보임.


실질임금이 하락한다 그러는데, 그나마 지금은 명목임금이라도 상승하고 있지, 한창 상태 안좋을때는 명목, 실질임금 둘 다 후퇴하는 흐름까지 나타났던 것에 비하면 당연히 명목임금이라도 오르는 지금이 최소한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더 낫다고 볼 수 있음.


그럼 기시다 지지율은 왜 그렇게 꼬라박았냐 그럴텐데, 이거야 뭐 통일교 이슈, 마이넘버카드 이슈, 우유부단 이미지, 말바꾸기, 증세 등등의 문제가 큰거임.


일본 야당이 ㅄ인것도 감안은 해야겠지만, 경제 문제가 원인이면 야당 지지율이 올라갔어야 하는데(2008년 대침체->2009년 민주당 정권교체 사례처럼) 여조상으로 그런것도 아니고, 실제 선거결과도 그럼. 눈에 띄는 자민당 비토현상이나 정권교체 흐름, 내지는 야당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음. 그냥 기시다가 인기가 드럽게 없는거.


'어? 일본은 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매요? 엔고 오면 좋은거 아니에요?'


이론상으로는 맞는 말임. 근데 일본 경제의 역사를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았음.


80년대 중반까지 1달러당 360엔인가 했을거임. 그러다가 플라자 합의로 150엔으로 절상됐고 몇년간은 계속 호황을 누리는듯 했지만 속에서는 썩어가다가 결국 터진게 버블 붕괴의 중요한 이유가 되었음.


그런데, 버블 붕괴로 일본인들이 지갑을 닫자 이런 관계가 더 빼박으로 박혀버림.


90년대 이후로 일본이 엔고를 맞았던게 2번 정도 있었는데, 그게 94년 무라야마가 집권한 사회당 정권, 그리고 또 한번이 민주당 집권기였던 2009~12년임.


전자는 1달러당 80엔까지 갔었고, 후자는 1달러당 75엔까지 갔었음. 후자 때는 아마 일본이 1인당 gdp 5만달러까지 찍어봤을거.


문제는 이 두번 모두 수출 기업들이 개작살남.


물론 경제논리상 엔고가 오면 일본인들이 소비를 많이 해서 내수를 진작시켜주는 상황이 와야겠지만, 정작 실제 닥쳐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음. 엔고가 오니 그래도 해외여행은 많이 갔지. 문제는 해외에서 돈을 쓴거지 국내에서 쓴게 아니잖음.


이로써 90년대 이후 엔고의 딜레마가 완성됨.


1. 자민당 정부가 붕괴된 뒤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필연적으로 엔고가 옴. 야당의 경제정책상 어느정도 이것은 필연적인 것.

2. 엔고가 오면 수출기업들 떡락. 이것도 경제논리상 당연.

3. 그렇다고 일본인들이 경제논리처럼 내수 소비를 활발히 한것도 아님. 기껏해야 해외여행이나 자주 가는 수준.

4. 엔고가 오면 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특징 중 하나인 막대한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이 상승. 일본 정부도 처음엔 빚을 줄여보려다가 결국 GG치고 아베 시절부터는 부채의 총량을 줄이는건 포기하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이라도 줄여보자라는 식으로 가고 있는데 이게 엔저일때는 어느정도 먹혀드는데 엔고가 오면 오히려 더 상승함.

5. 일본 정부가 30년동안 해결하려 애를 썼던 디플레이션. 답이 없던 인플레 수치가 아베 때 잠깐 소생 기미를 보였고 그리고 우러전 이후에 국외 영향이 크든 어찌됐건 인플레이션의 시기가 찾아온 상황임. 일본 정부는 이 인플레이션을 외국과는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으며 지금의 인플레도 최소한 디플레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일본 정부의 기준에서)보다는 낫다고 여기고 있음. 일본 정부는 엔고 시대가 오면 다시 디플레로 떨어질걸 거의 상수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과도한 엔저도 최소한 엔고보다는 낫다고 자평하고 있는거고.


90년대 이후 일본 경제가 수치적으로 나름 훈풍이었던 3번의 시기는 전부 자민당 정권 + 엔저 상황이었음


1. 2000년대 초중반 고이즈미 시기

2. 2010년대 중후반 아베 정권 시기 소비세 인상전

3. 현재의 기시다 정권 (3분기 실질성장률이 0%대로 다시 떨어졌는데, 경제기관들은 2분기 큰 폭의 성장으로 인한 일시적인 기저효과로 분석중이고 4분기는 다시 양전할걸로 예측중)


결국 일본 경제의 딜레마는 개인 소비가 엔고일때도 그다지 늘어나지 않는다는게 핵심이고 오히려 엔고일때 기업 경기가 재앙을 맞으니까 개인 소비자들도 해외여행 이외에는 지갑을 더 닫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게 핵심임.


엔저일때는 기업실적 증가. 지표상 GDP 성장에 기여, 일본여행 입국자 증가, 인플레이션에 유리한 영향,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 하락 등 여러 장점이라도 있지만 엔고일때는 반대로 기업실적 폭락, 디플레이션에 양(+)적인 영향,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 상승 등 단점밖에 없으며, 유일하게 노려볼만한 장점인 내수 소비 증가도 전혀 신통이 없이 해외여행만 늘어나고 끝이니 당연히 장점을 1도 찾아볼 수 없는 엔고보다는 지금처럼 과도한 엔저가 문제점이 있더라도 장점도 많아 좋을 수 밖에 없다는거임.


결론은 엔고일때 개인 소비가 그다지 안늘어나는 일본 경제의 딜레마를 해결 못하는 이상은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엔저가 당연히 좋을 수 밖에 없음.


그리고 솔직히 엔고일때 개인 소비가 유의미하게 늘어난다고 해도 그게 엔저일때 기업 실적이 증가하는거보다 일본 GDP에 더 큰 기여를 한다고 볼 수 있을지도 부정적임.


물론 이것은 자민당 입장에서 바라본 시선이며, 입헌민주당 등의 야당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