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기초생활수급자 제도가 있다면, 일본에는 생활보호대상자 제도가 있음. 사실 여러 정황상 한국의 기초생활수급자 제도가 일본의 생활보호대상자 제도를 벤치마킹해왔을 가능성이 높음.


근데 의외의 차이가 하나 있는데, 바로 대학생 가구구성원에 대한 기준임.


한국의 경우에는 대학생 가구구성원의 경우 기초생활보장제도에 편입이 됨.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대학생 가구구성원은 생활보호대상자 제도에 편입이 되지 않음. 근로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


실제로 몇년 전에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가 이런 차이를 찾아내고 후생노동성(한국의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포지션)에 답변을 요구했더니 후생노동성에서 온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고 함.


'생활보호대상자 제도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일반 가정 출신 자녀들도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족하기 때문에 형평성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이런 것을 정치학에서는 '값비싼 취향'이라고 부른다고 함. 공동체의 자원을 분배할 때 누군가 값비싼 취향을 가지고 있다면 효용(행복)의 평등을 위해 그에게 더 많은 보조를 해야 하는가? 학자들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답변에 '아니오'라고 답할 것임. 하지만 문제는 어디까지가 값비싼 취향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논의가 각각 갈린다는 것.


가장 와닿기 쉬운 사례가 있다면, 얼마 전 기초생활수급자 아이들이 돈가스를 먹었다는 사실을 듣고 화를 냈던 사례였다고 볼수 있는데 수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아이들의 편을 들어줬음. 그에게 돈가스='값비싼 취향'이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돈가스≠'값비싼 취향'이었다는 것.


반면 실업급여를 받아서 샤넬백을 사고 해외여행을 가는 사례가 보도되자, 찬반 양론이 갈렸지만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좀 더 높았는데 이는 샤넬백, 해외여행='값비싼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다만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해서 가깝고 저가항공도 많은 일본이나 대만같은 가까운 해외를 한두번 간 정도는 안 잡는다고 함. 물론 유럽이나 미국 여행을 갔다거나, 가까운 해외라도 그게 여러번이면 소명 요청이 들어올 확률이 높아진다고.)


이를 한국에서는 사회 통념적으로 '대학 진학'을 값비싼 취향으로 보지 않는 반면, 일본에서는 이를 값비싼 취향으로 본다는 분석, 거기서 더 나아가 한국의 '평등지향' 문화와 일본의 '분수' 문화가 반영된 결과물 아니냐는 분석을 하기도 하는 반면, 그냥 단지 일본의 생활보호대상자 제도가 대학진학률이 현저히 낮았던 70년대에 일찍이 생겨났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분석도 있음(한국은 90년대 중반에 신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보호대상자 가정 출신의 대학(전문대 포함) 진학률은 일반 가정 출신의 절반 가량으로 생각보다 낮지는 않다고. 사실 생활보호대상자 가정 출신이라도 그냥 자녀가 세대분리를 한 후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으로 학자금과 생활비를 버는 방법은 있기 때문임. 단, 이 과정에서 세대분리가 필수라는 사실 때문에 이를 두고 비판하는 논지도 있는듯(사실 가장 적은 돈으로 대학교를 다닐수 있는 방법이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가까운 국공립대로 진학하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