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제 후구상'을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이 27일 야권 단독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의결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오후 국토위 법안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전세사기 특별법의 조속한 심사를 위해 안건조정위를 소집, 의결했다.


야당의 '선구제 후구상' 방식에 반대한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원 명단 제출을 거부한 가운데 회의에는 안건조정위원인 맹성규·이학영·조오섭 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4명만 참석했다.


안건조정위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대통령령이 정한 공공기관이 보증금 변환 채권을 매입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우선 구제하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최우선 변제기준인 30%를 기준으로 하며 그 이상의 채권을 매입하도록 했다. 신탁사기 피해의 경우 명도 소송을 1년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 사업자로부터 신탁사기 관련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달았다.


또 특별법상 피해자 요건인 보증금 기준을 기존 3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외국인을 피해자 범위에 포함시켰다. 안건조정위 위원장인 맹성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여당에서 동의해준 조문을 그대로 남았다"며 "피해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해선 "정부여당에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렇게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숙려 기간 등을 통해 정부여당이 (대안을) 제출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여야 합의에 의해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같은당 조오섭 의원은 "특별법 제정 당시 핵심은 선구제 후구상이었으나 정부여당의 반대로 실현시키지 못했다"며 "정부여당에선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비판하는데 채권 매입 과정에서 가치 평가가 이뤄지고, 나중에 채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회수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정부 예산이 거의 안 들어간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전세사기 피해 대책은 지금 대한민국 민생의 현안"이라며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고 청년들에게 희망을 줘야하는데 그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선구제 후구상은 이념적으로 안 맞는다는 이유로 민생에 들이대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법은) 최대 쟁점을 줄여서 최소한의 보증금 회수 방안 이외에도 국민의힘이 반대하기 어려운 내용들로 구성했기 때문에 거부권은 있을 수 없다"면서 "만약 절박한 민생 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앞으로 이 정부는 민생얘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건조정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설치되는 기구로 최장 90일까지 법안 심사가 가능하다. 총 6명으로 구성되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어 야당 의원들만으로 의결정족수를 충족할 수 있다.


안건조정위를 통과한 특별법은 국토위 전체회의로 넘겨진다. 야당은 이날 오후 4시에 전체회의를 열어 전세사기 특별법을 처리할 방침이다. 김민기 국토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인데다 수적 우위도 점하고 있는 만큼 전체회의에서도 야당 주도의 법안 처리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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