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때 유망했지만 지금은 퇴물이 되어 역사속으로 사라진 아나키즘에 대해서 배워볼까요


챕터 42

오늘의 문제 : 아나키즘은 왜 같은 좌파이면서 좌파계의 거물인 공산주의와 척을 지게 되었을까요?


답은, 두 이념은 서로 사회문제에 대해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바가 달랐기 때문이지

공산주의는 사회문제의 근원으로 "자본"을 찍었지만, 아나키즘은 사회문제의 근원으로 "권력"을 찍었다


공산주의는 자본이 만악의 근원이라 생각했다. 봉건주의 왕정제가 끝나고도 여전히 사회는 평등하지 않았다. 공산주의자들은 경제적 불평등, 부와 재산이 적폐처럼 쌓이기 때문에, 자본가, 또는 부르주아라 불리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자들이 새 시대의 실질적 귀족노릇을 하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덜 해결된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아나키스트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의 궁극적인 문제점은 바로 "권력의 불평등"이라고 본 것이다.고대 신정제의 제사장들과 그들이 부리는 전쟁노예들, 봉건제의 귀족들과 농노들, 그리고 정치거물들과 일반노동자들까지. 그들의 간극 사이엔 권력이 있었고, 무력은 실체화한 권력이자 계층분리의 수단이다. 공산주의 역시 다음시대의 권력자들인 혁명가문들과 당간부들, 친위대들, 그리고 피지배계층인 일반인민들과 반동분자들로 나뉘어 또다른 역사를 반복할 것임이 뻔했다.


하지만 공산주의의 중심인 소련이 거창하게 망한것과 다르게, 아나키즘은 소리소문없이 먼지처럼 사라졌다. 권력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의 시민의식 전체가 극도로 상향되어야 하고, 완벽에 가까운 수준의 권력 상호견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거기다 수준높은 과학력은 덤) 조건을 충분히 이루지 못하면 탈권력화를 사회에 강제해야 하는데, 그러면 오히려 아나키스트들 자신들이 새로운 권력자가 되버리기 때문.


이렇게 아나키즘은 흩어지고, 일부는 사민주의자로 회귀해 사회구조적 결함을 먼저 점진적으로 고쳐나가는데 신경쓰거나, 아니면 자유주의자로 전향하여 우선적으로 경제적 권력을 얻은 다음 그 권력을 써서 사회의 탈권력화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입니다 여러분


(기근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음. 기근은 식량생산의 문제고, 이는 사회구조적 문제라기 보단 기술적 문제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