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해병들의 지시에 따라 이 북리더 해병은 복원된 해병수양록의 나머지 페이지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그 시절 선임 해병들의 전우애 교육 시간에 있었던 훈련과정 중 일부를 재현한 것이다..."


해병성채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이 북리더 해병의 목소리에 아쎄이들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며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자, 여기 기합찬 전우애를 위해 극한의 훈련으로 몸을 단련한 두 명의 오도해병이 조교로 나와있다. 한 명은 '전 우애포신이기합' 해병이고, 다른 한 명은 '전 우애구멍이짜세' 해병이다. 이 두 해병은 각각 해병이라면 모름지기 갖추어야 마땅할 몸을 가지고 있다. 먼저 '전 우애포신이기합' 해병의 포신을 살펴보겠다. 

 

"보아라, 이것이 전 우애포신이기합 해병의 포신이다. 아쎄이! 탈의 후 포신 예열 실시!"


"실시!"


 우렁찬 기합소리와 합께 전 우애포신이기합 해병은 손도 대지 않고 몸을 굽히지도 않으면서 그대로 포신을 꿈틀꿀틀 움직여 각개빤스를 벗어내렸다. 각개빤스 속 포신이 마치 장어가 몸을 비틀듯 자유자재로 휘고 굽더니 그대로 각개빤스 허리춤을 잡고 휙 내려버린 것이다. 여간 기합스럽지 아니하다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탈의를 마친 전 우애포신이기합 해병은 곧바로 포신 예열을 시작하였다. 물론 포신에 손은 일절 대지 않고 전우애구멍과 아랫배에 힘을 빡! 하고 주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위협적인 자태의 포신을 세워놓았다. 마치 무반동총을 거꾸로 박아놓은 듯한 우람하고 듬직한 포신이 포각을 이리저리 까딱까딱 재고 있었다. 이윽고 전 우애포신이기합 해병은 선임 조교의 지시에 따라 오도해병의 포신으로 가능한 기본적인 움직임에 대한 시범을 보여주었다. 


"포신 급속 가열 실시!"


"악!"


"포신 급속 냉각 실시!"


"악! 악!"


"포신 후퇴 전진 실시!"


"악! 악악!!"


전 우애포신이기합 해병의 포신이 순식간에 사망과 부활을 반복하는 기적을 보여주다가도 포신의 길이를 늘였다 줄였다 하며 기계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북북서!"


"악!"


"남동!"


"악!"


포신의 각도를 마치 방위계가 움직이듯 선임의 지시에 따라 정확하게 방향을 가리키는 짜세스런 모습도 보여주었으며,


"아쎄이! 파동권 실시!"  


"↘→ 악!"


"진공선풍각 실시!"


"↓↙←↓↙← 악!" 


기본적인 필살기부터 초필살기까지 온갖 커맨드를 어려움 없이 절도 있는 자세로 시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는 분명 해병조이스틱을 극한의 경지까지 단련한 것이리라. 진정한 오도해병에게 포신이란 단순히 단단하고 우람하게 우뚝 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닌 것이라 말할 수 있어봄직 하겠으니, 


(중략)



 다음은 전 우애구멍이짜세 해병의 전우애구멍을 보도록 하겠다. 진정한 오도기합짜세 해병이라면 전우애를 나눔에 있어 전 우애구멍이짜세 해병 수준의 전우애구멍을 갖추어야 바람직할 것이다. 


"아쎄이! 전우애 자세 실시!"


"악!"


전 우애구멍이짜세 해병이 칼같이 정확한 동작으로 전우애 자세를 갖추었고, 이내 벽돌같은 둔부 사이에 숨겨진 기합스런 전우애 구멍을 드러냈다. 그것은 뭐랄까.. 기열 싸제 민간인들이 애교와 앙탈이 섞인 태도로 뽀뽀를 갈구할 때 나올법한 힘껏 오므린 입술, 그 입술에 해병짜장색 위장을 덧칠해놓은 구멍이었다. 금방이라도 짜장을 발사할 준비에 들어간 것만 같아 보이는 모양새가 이를 보고 있는 아쎄이로 하여금 한껏 긴장하여 어께와 다리가 굳어버릴 것만 같은 오묘한 상태의 구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