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궁전 속 황금으로 장식된 옥좌 위에는, 이 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룬 군주가 당당하게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의 나라를 침공한 동쪽의 군대를 깨뜨리고, 십여년간의 공세 끝에 마침내 그 동쪽의 나라를 멸망시키고 그 땅을 고스란히 이 나라의 땅으로 삼았다. 


이후에는 마와라안나훌을 장악하고, 그 어떤 나라의 공격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았던 왕조를 마침내 완전히 무너뜨렸다. 


한 때 가장 광대한 국토와 발전된 학풍을 소유했었으나 지금은 몰락해 틀 무더기만 남은 나라를 계속 압박했고, 동쪽으로도 계속 진격하여 그들의 옛 주인을 멸망시킨 나라와도 국경을 접하게 되었다.


지금 이 나라가 누리고 있는 이 태평성대는 오로지 이 군주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렇도록 화려한 업적을 이루었으니, 그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다시피 했고, 그토록 콧대가 높던 귀족들도 이 군주에게는 스스로 경외심과 존경심을 느낄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러한 것을 즐기지 않던 이 군주도 최근에는 그가 혐오하던 귀족들처럼 콧대가 높아지고, 자신감에 가득찬, 당당함을 넘은 오만한 걸음걸이로 걸어가기가 일쑤였다.


그렇게 이 위대한 군주가 오늘도 자신을 향한 경외의 표현을 즐기고 있었을 때, 그의 자존심을 건드려 버린 일 하나가 일어났다.


"폐하, 오트라르 아미르가 장계를 올렸습니다."


"장계를? 대관절 무슨 일이기에 장계까지 올렸단 말인가?"


"워낙 황당한 일이기에 감히 그 스스로 처리할 수 없어, 온 세상에서 가장 총명하신 폐하의 처분을 여쭙고자 한다 하옵니다."


보고를 올린 신하는 더없이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이 위대한 군주에게 오트라르 아미르의 장계를 올렸다.


위대한 군주는 장계를 받아들었고, 그것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오트라르 아미르 가이르는 삼가 술탄 폐하께 장계를 올립니다. 615년 8월 14일에 동방에서 450명 규모의 교역을 청하는 대규모 사절단이 신의 영지로 찾아와 서로 통하며 각자의 물품을 교환하자 하였습니다. 신은 그들을 환대하고자 직접 그들을 맞이하러 나갔는데, 그들 중 신과 안면이 있던 자가 예의를 차리지 않고 신의 이름을 함부로 불렀습니다. 그러자 그 사절단들이 안면이 있던 자에게 동조하듯이, 자기네 추장의 위세를 믿고 신을 대하기가 매우 거만해져, 더는 유하게 대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갔습니다. 이에 신이 그들을 가두었는데, 평민이 윗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불렀을 경우에는 그를 죽이고 그 재산을 모조리 빼앗아야 마땅하나 이들은 외국인이니 처분을 어찌해야 할지 알지 못하였습니다. 하니 신은 총명하신 술탄 폐하께서 지혜를 내려주시어 신의 번뇌를 없애 주시기를 간곡히 청하는 바입니다.....'


위대한 군주의 표정은 장계를 읽으면 읽을수록 분노로 일그러져갔다. 위대한 군주는 장계를 반쯤까지 읽다가, 이내 분노하여 장계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가이르가 비록 짐의 신료라 하나, 사사로이는 짐의 모후의 친척이요, 짐이게도 상당히 가까운 종친이다. 그런데 이들은 그가 그들을 기껍게 환대해 주었음에도 대우하는 것이 마치 자신의 친구를 대하듯 하였으니 매우 괘씸하고 예의를 모르는 이들이다!"


이윽고, 위대한 군주가 마침내 명령을 내렸다.


"이들을 모두 죽여라! 가능한 끔찍한 방식으로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여 그들이 스스로의 무례함을 뼈저리게 깨닫으며 죽게 하라!


또한 이들이 가져온 물품과 자금을 모두 압수하고 그것을 가이르에게 하사하여, 그가 당한 모욕을 씻어주도록 하라!"


"삼가 성스러운 전교를 받들겠나이다."


장계를 가지고 온 신하는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서서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멈추었다. 위대한 군주가 그에게 하명하였기 때문이었다.


"아, 잠깐. 나가지 말아보게."


"예, 술탄 폐하."


신하는 나가려던 것을 멈추고, 술탄이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 궁금해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위대한 군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사절단이 보낸 추장의 이름이 무엇인지, 혹시 나와 있는가? 대관절 어떠한 작자이길래 그 사절단이 그 추장의 위세를 믿고 그따위 짓을 하였는지 궁금하구나."


"신이 듣기로는..."


신하가 잠시 생각하는 듯이 뜸을 들이더니, 이윽고 그 추장의 이름을 말하였다.


"칭기즈-카안이라 하였습니다."



난 그 사실을 몰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