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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들 영창 간 썰
우리 부대엔 탁구대가 있었음. 당구다이도 원래 있었는데 옛날에 누가 맛세 찍다가 천장 뽀개서 행보관이 개빡쳐가지고 부숴버렸다더라. 암튼 그래서 다들 쉴 때 헬스같이 빡센 건 싫고, 컴이나 오락기 하기도 좀 그런 사람들한텐 탁구가 인기있었음.

그 중 나 자대배치 받아 오고 얼마 안 지나 왕고라인에 들어선 말년 둘이 있었는데, 주말에 둘이 탁구 치고 있더라? 지나가다 봤는데 둘이 상의 벗고있고 뭔일인가 하니까 미친놈들이 벗기기 탁구를 하는거임ㅋㄱㅋㅋㅋㅋ
미친 또라이들이네 하면서 나도 앉아서 구경하는데 한 쪽 바지까지 벗고 팬티차림으로 탁구치다가 당직사관이 올라온거임. 그냥 스근스근하게 올라왔다가 그 꼬라지 보고 야마돌아서 샤우팅 지르고 둘 진술서 쓰게 함ㅋㅋㅋㅋㅋ
그 간부 별명이 짬찌헤이터인데, 이병 일초랑은 말도 안 섞으려하고 비슷한 일 있어도 짬찌는 ㅈㄴ 갈구면서 상병장한텐 주의만 주는 정도로 짬 찬 애들 좋아하는 간부였어서 이번에도 혼은 크게 내도 그 정도로 넘어갈 줄 알았는데, 영창 보냈더라. 성군기 위반으로ㅋㅋㅋㅋㅋ 그래서 말년에 포상 쌓아둔거 다 날아가고 피눈물 흘리다가 집 감ㅋㅋㅋ


선임 영창 가는 거 직관한 썰
이것도 이병인지 일병인지 짬찌 때 얘긴데 중대장이 한 번 바껴서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였음. 그러다 조금 두발통제가 강화됐었는데, 상말인가 병초인가 한 명이 바로 며칠 뒤에 휴가라서 좀 버티고 있었음. 근데 행보관이 락온 걸고 포커싱 한 건지 딱잡아서 깎으라고, 안깍으면 휴가 못 보낸다고 으름장 지으니 개꼴받았는지 뒤돌아 가던 행보관 뒤통수에 뻐큐 날리는데 그걸 뒤에서 중대장이 보고있었음.
난 그걸 그 옆에서 보면서 헙..하고있었고

선임 일단 휴가는 갔다왔고, 갔다오자마자 바로 징계위원회, 그리고 바로 영창 갔다옴. 심지어는 갔다 오자마자 또 짐싸길래 뭔일인가 했더니 다른부대로 전출 당했다 함. 그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는데 아무튼 딱하더라


"자네가 행보관인가?"
바로 윗 썰에서 얘기한 것처럼 중대장이 한 번 바꼈음. 보통 같은 간부더라도 장교랑 부사관 간에는 알게모르게 알력이 좀 있기도 하잖어? 근데 그 중대장은 모든 간부들은 물론 병사들까지도 인정하고 좋아했고, 떠날 때도 우리소대 부소대장 중사가 너넨 진짜 어디가도 저런 중대장 다신 못 볼거다 했을 정도. 나도 오래 본 건 아니여서 잘은 몰랐지만, 그 짧은 기간동안에도 사람이 좋다는 건 보일 정도였으니ㅇㅇ
암튼 그 중대장이 가고 새로 온 중대장이... 그 중등병이 문제였음

일단 미리 얘기하자면, 진짜 '자네가 행보관인가?'를 시전한건 아니었음.
그 중대장은 이번 우리 부대가 첫 임관인, ㄹㅇ 나보다 짬찌였던 중등병이었는데, 바로 앞에 떠난 그 개쩌는 중대장이 마침 사관학교 선임이었다 함. 심지어 그 선임은 일도 그렇고 사교도 그렇고 ㅈㄴ A급이다보니 우리들 추측으로는 열등감 있는게 아닌가 했을 정도로 사람이 딱딱하더라. 그리고 임관 2일차. 사건이 터짐.

당시 우리부대는 군번이 꼬인건지 상꺽 이상의 수가 신병~상초의 수보다 많았음. 곧 갈 놈들이 한다스다보니 두발 조금 풀어두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못봐줄 정도는 아니었음. 꽉잡지만은 않는다 정도? 근데 그 중등병은 그게 조금 맘에 안들었나봐. 행보관한테 그러더라구 "여기 부대는 다들 머리가 이렇게 기나?"
지통실에 있던 CCTV보는 상황병, 멍때리던 당직사관, 업무보던 당직병, PX가려던 병사 둘, 싸지방 일지 적으러 온 나 전부 얼어붙음. 원래 조용하긴 했지만 그 알잖음. 싸한 조용함.
행보관이 짬으로는 원사 진작에 달았어야 했는데 여기저기 찔려서 아직 상사인 분조장이거든. 나 자대 오기 두달 전에도 말년병장한테 프린터기 집어던졌던 일이 있었을 정도. 근데 행보관도 너무 어이없고 당황했는지 "네?"만 하더라. 근데 중등병쉑 피니시펀치 날려버림. "다들 너무 길어서 군기가 없어보이네"

당직사관의 다급한 손길로 PX갈 놈 다 꺼지고, 행정병 갑자기 다른 일 보러 나가고, 나도 후딱 싸지방으로 꺼져서 어떻게 됐는진 모르는데 폭발은 안 했나보더라. 대신 부대 전체 상병장 상관없이 두발령 떨어지고, 행보관 ㅈㄴ 심기 불편한게 보였음ㅋㅋㅋㅋㅋㅋ
뭐 어쨌든 애새끼들도 아니니 나중에 둘이 얘기 하고 풀었다 하더라. 중대장은 학교에선 직급이 절대적이라고 배웠다, 첫 임관이라 현장 실무를 몰랐다 뭐 그렇다고 하고 사과했다고 전해듣긴 함


동기 유서 남기고 사라진 썰
내 동기중엔 조금 정신적으로 더 발달된 애가 있었음. 놀리거나 비하하는게 아니라 실제로. 걔랑 대화 한 번이라도 해본 모든 선임들은 '아..'하는 표정으로 다신 걔를 건들거나 얘기하지 않음. 원래 사교성 좋고, 그냥 성격이 알빠노거나 한 달 맞선임들은 몰라도 몇 달 이상 차이나는 사람들은 거의 피하더라.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몇 달 지내다가 결국 못버티고 그린캠프를 갖다 옴. 알 사람들도 꽤 있겠지만 불안정한 애들 그림캠프 보낼 때 혼자 못 보내고, 전우조로 한 명 보내야 돼서 걔도 다른 동기 A랑 같이 갔음. 그 오만 사람들이 모이는 그린캠프에서도 다른 애들의 전우조들이 그 A를 응원 많이 했다더라. 힘내라고 ㅋㅋㅋㅋㅋ. A는 되게 착한 애기도 한데 웃는 건 몰라도 화는 잘 안 내고, 스킨십도 많이 안 하는 그런 성격이었는데 갔다 오자마자 우리 동기들이랑 포옹 하더라. 보고싶었다고 ㅋㅋㅋㅋㅋ
그리고.. 사건이 터졌음

그린캠프에서 맨날 오야오야 둥가둥가 받던 애가 다시 부대 오니까 어떻겠어. 전보다 더 적응 안되지. 계속 겉돌고 사람들이 피하고 하다보니 애가 좀 정신적으로 몰렸나봐. 계속 울적해있거나 혼자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이 몇 번 보이니까 간부들도 걱정 하더라. 그래서 근무 다 빼고, 동기들이랑 맞선임들한테 걔 좀 챙겨주라고 하고, 불침번들도 그거 계속 주의 받았음. 걔 동선 잘 파악해두라고. 화장실 가서 오래 안 나오면 꼭 가보라고.
그렇게 걔가 그린캠프에서 복귀 한지 삼일 째 되던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걔가 침상에 없는거야. 엥 뭐지 하는데 왠 종이가 놓여있대? 읽어봤지
엄마 아빠 이런 아들로 태어나서 죄송해요 다음생에는... 씨발 좆됐다.
진짜 머리 하얘져가지고 애들이랑 야 이거 어떡해 보고해야돼? 어떡해 씨발 거렸음. 보고 해야되는 게 맞는 건 당연히 다 알지만 그걸 총총 뛰어가서 '동기가 유서쓰고 사라졌어용!' 할 용기가 안나잖아. 다들 씨발씨발 하다가 그래도 정신 차리고 일단 보고 하기는 했음.
난리가 났지. 그래서 아침점호고 나발이고 다 제끼고 전중대원이 걔 찾으러 연대 전체를 뒤지고 다녔음. 우리 중대 뿐만 아니라, 사라진 애가 누군지도 모르는 옆 중대 등 연대 전 인원이 연대 전부를 들쑤시고 다녔음. 기계화사단이었어서 장갑차나 전차가 좀 많았는데 그것들도 다 열어보고, 배수로도 확인하고 다 찾아다녔음. 선임 한 명 말로는 뚜껑이나 문 열 때마다 걔 목메달고 있을까봐 개무서웠다 하더라.

그리고 일단 안에서 시체는 못 찾아서 일단 중대원들 식당에 모아두고 여기저기 연락 치고 하더니 탈영 한 게 확인됐대. 그것도 좋은 건 아니지만 그나마 다행이었음. 일단 부대 내에 없다는 건 확실하니까 중대원들 해산시키고, 오전일과 제끼기 점심시간까지 일단 그냥 있으라 함.
나중에 경과 들어보니까 군복입고 탈영 했고, 택시를 타고 기차역인지 지하철역인지 가서 자기 사는 지역까지 갔다고 하더라고. 택시기사님이 연락해줘서 겨우 찾았음. 그래서 그 지역 헌병대에 연락 때렸더니 금방 찾았다는데, 찾은 위치도 얼탱이가 없음.
역 옆에 있는 찜질방에서 머리 깍고 있던 걸 발견했다더라 ㅅㅂㅋㅋㅋㅋㅋ. 머리는 왜 깍았는지, 왜 미용실도 아니고 찜질방에서 깎던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이발 완료되자마자 바로 데려갔다 함. 뭐 아무튼 그렇게 잡혔고, 영창을 보낼지 육교를 보낼지 회의했다거나, 간부들의 헌병 만난 썰 등등 들으면서 소동은 일단락 됐음.

근데 존나 웃긴 게 ㅋㅋㅋㅋ 아무튼 병사 하나가 사라졌으니까 인원은 당연히 통제 될 거 아니야? 그래서 옆 중대는 휴가 지체됐다거나 그런 얘기 들었는데, 우리 중대에 그 날 전역자가 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 지통실에 붙잡혀서 멍때리고 있다가 전역을 오후 4시에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심도 다 먹고 4시쯤에 이제 전역자 배웅 겸 한마디 하는 시간에 했던 말이 잊혀지질 않음 ㅋㅋㅋ
"어... 마지막 날까지 이렇게 잊지 못 할 추억 선물해줘서 고맙다"



썰 풀라면 몇 개 더 풀 수는 있는데, 당장 생각이 정리가 잘 안 됨.

반응 좋으면 함 정리해서 더 올려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