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0

기상


06:23

"툭...툭...아아...오늘 점호는 실외, 실회 점호입니다."


06:30

실외 점호 시작, 무려 4달 전에 의무대대에서 받은 소견서로 구보 열외에 성공한다.


06:40

누구보다도 빠르게 생활관으로 올라가 재침 및 결식을 실시한다. 아침에 30분 더 자는 게 정신 건강에 도움이 많이 된다.


07:55

오만상을 다 찌푸리며 출근, 아침일과 준비하는 후임들 사이에 껴서 바빠보이는 척 이것저것 쓸데없는 지시를 내린다.


08:00

일과 시작. 오늘 처리해야 하는 배터리는 3개, 그중 2개는 용량검사, 1개는 일반 충전이 예정되어 있다. 개꿀을 외치며 배터리 검사실의 문을 닫는다.


09:30

내가 하는 일의 전부는 타이밍 맞춰 스위치와 버튼 몇 개를 누르는 것이지만 검사기기 가동 시 옆을 비우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참으로 애석하게도 간부들은 날 데리고 다닐 수 없다. 얼마 전 주기검사에서 출고한 15호기에 결함이 떠서 난리난 사무실을 뒤로 하고 느긋하게 독서를 시작한다.


11:10

우리 비행단은 점심 시간이 2시간이다. 고장탐구에 바쁜 반장님과 나머지 간부들을 뒤로 하고 병사식당으로 출발한다. 갈굼을 피하기 위해 불쌍한 짬찌 한명을 남겨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11:20

병식 앞에 늘어선 줄을 제치고 당당하게 먼저 입장한다. 비행 지원 인원은 우선 식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반은 비행 지원과는 단 하나도 연관이 없지만 급양중대 주무관은 그걸 모른다. 들키기 전에 내가 전역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12:25

우리 비행단에는 진에어 여객기가 매일 12시 20분에 들어온다. 정글모와 팔토시를 끼고 여객기가 지나가는 유도로 옆에 앉아 비행기가 지나가는 걸 구경한다. 놀랍게도 어느 누구도 날 신경쓰지 않는다. 가끔씩 승객들이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한다.


13:30

결함 원인 파악이 끝나고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시동기-발전기를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간부들은 짬이 제일 높은 나를 데려가고 싶어하는 눈치지만 어림도 없다. 배터리 검사기기가 가동 중임을 어필하며 오전 작업 때문에 녹초가 된 후임에게 짬을 때린다. 


14:30

독서가 몹시 재밌다. 배터리 일을 맡은 이후로 책을 못해도 한 20권은 읽은 것 같다. 예전에 선임이 있었을 때는 눈치를 보면서 책을 읽었지만 지금은 그냥 책을 읽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졌다. 이제야 군대에서 반수를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16:00

아차! 책을 읽느라 마지막 용량 기록 하는 걸 까먹었다. 이렇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용량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기록지에 불량 셀이 하나 있다고 가라를 친 뒤 내일 재검사를 하겠다고 반장님한테 보고한다. 읽을 책을 더 많이 챙겨와야겠다. 입가에서 함박웃음이 떠나지를 않는다.


17:00

간부들은 야근이 생긴 모양이지만 병사 야근을 최소화하라는 대대장 방침에 따라 알빠노 모드로 들어간다.(사실 시간 외 근무 가점이 너무 많이 벌려 막은 것이다) 눈치를 사악 보다가 선임부사관남한테 재빨리 퇴근보고를 하고 번개처럼 사라진다.


18:00

짬밥이 맛이 없어 컵라면에 참치캔으로 저녁을 대신한다. 병장이 된 이후로 살이 5kg나 쪘다. 


22:30

싸지방 연등을 실시한다. 실장님 지침에 따라 싸지방 연등 이용자는 인강 구매 영수증이나 기타 공부를 한다는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난 대학생이기 때문에 군e러닝 수강을 빌미로 해당 절차가 생략되었다. 대대에 대학생이 10명도 안 되는 게 이럴 때만 도움이 된다.


24:00

넷플릭스 시청을 완료하고 생활관으로 돌아간다. 동기들은 문에 난 창문을 막아놓고 자체 보드게임 연등을 시행 중이다. 


24:10

취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