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니들은 진짜 좀 아프다 싶으면 병원 빨리 가라... 제발...




올해 1월쯤 늘 그렇듯이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었어

근데 문득 가슴이 따끔하면서 좀 아프더라

그래도 뭐 그때는 사실 인지도 안 했지


그런데 몇 주 뒤에 또 바늘로 찌르는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그때도 솔직히 별 문제 없겠지~ 싶었어


근데 저런 현상이 몇 번 반복되고

심지어는 점점 강도도 세지니까 불안해지더라

나중에는 저릿한 통증이 느껴지는데

약간 심장? 쪽이 울컥울컥 하는거 같기도 하고

겨드랑이쪽 신경이 찌릿찌릿 하기도 하고

비록 내가 생물 선택자는 아니지만 순환계랑 신경계는 안단 말이지?

아니 그런데 이게 어느 쪽 문제인지 도통 모르겠더라


그래도 건강한 수험생이 어딨다고~ 하면서 버티면서 살았는데

심혈관계 질환 같은 큰 병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드니까

진짜 이대로 가다간 죽을지도 모르겠다 싶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자습 째고 병원에 갔다


그래서 검사 받고 엑스레이? 같은 거 한참 찍고 나서

(CT인지 MRI인지 그런거 잘 모름 ㅈㅅ)

의사 선생님이랑 면담을 하게 됐지

그래서 말씀 듣는데 "씁... 혹시 가족 중에 유전력 있을 법한 분 없어요?" 물으시길래

딱히 가족력은 없을 거라고 말씀드리니까

"흠... 그럼 평소 하는 약물은요?" 이러시길래

아뇨아뇨 전혀 없습니다 답했지


약물은커녕 커피, 에너지 드링크도 안 마시고

잠도 6~7시간씩 꾸준히 자는데

심각한 표정으로 계속 물어보시니까 와 나 ㅈ됐구나 하고 쎄해지더라


보통 상황이 아니라고, 여러 수치가 망가져있다고 하시면서 마지막으로

"뭐 이상한 독성 음식 주워먹은 건 없겠죠?" 하시는데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더라

좀 촌놈이라서 어릴 때부터 산으로 바다로 자주 놀러다녔고

괜찮아 안 죽어~ㅋㅋ 이러면서 여러가지 많이 주워먹었거든

버섯 같은 진짜 위험한 거는 말고, 산수유, 보리수 같은 나무열매나

해안가에 붙어 있는 굴, 배무래기 같은 어패류는 날로 바로 뜯어 먹었단 말이지

당장 작년만 해도 두릅 캐와서 먹고 은행도 구워 먹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얘들이 다 독 있지 않나? 싶은거임


순간 주마등이 스쳐지나가는 걸 보는데

와 내가 생각해도 섭취한 스펙트럼이 어질어질하더라

그래서 그냥 아...이런저런거 먹었는데요... 하면서 인정했다...

멍하니 의사 얘기 듣는데 솔직히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이 병이 재발률이 높다는 그 한마디가 꽂히고 눈물이 터지려는 찰나


의사가 갑자기 소리 지르면서




"어린이!!! 청풍명월에 대해 이렇게 잘 알면서 은일하지 않은 것은 진세일념이다!!!! 그리고 흣튼 혜음까지!!! 원래는 용서할 수 없는 아주 큰일이지만 자진해서 단표누항하겠다니 살려주겠다!!!!"


난데없이 북창으로 들어온 학에 태워지고 기절했다가 눈 떠보니 도원경이었고

알고보니 그 의사는 편작이었고

걸렸다는 병은 천석고황 연하고질이었음


지금은 인세(人世)를 다 니젯거니 무심(無心)하고

산슈간(山水間) 바회 아래 뛰집도 지었어

원래 삼순구식(三旬九食)해서ㅠ 위빈이사(爲貧而仕)했는데

이제는 경요굴(瓊瑤屈) 은세계(隱世界)에서 빈이무원(貧而無怨)할 생각임

그 모론 남들은 욷는다 한다마는...

냅둬 야인생애(野人生涯)도 자랑할 때 있겠지~


아 태백이가 남염부주로 오라해서 이만 줄일게






P.S. 근데 이거 다 역군은인듯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