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올라온 질문이 "양끝이 막힌 선분(일반적인 선분)이랑 원이랑 뭐가 더 점 개수가 많음?" 이었음.


유한집합은 원소의 개수를, 아무리 커도 셀 수 있기 때문엔 크기 비교가 쉬움. 그런데 무한집합끼리는 어떨까?


여기서 나오는 개념이 '기수(cardinal)'다. 잠시 뒤에 서수(ordinal)라는 개념도 설명할텐데, 둘이 헷갈리고, 집합론을 공부하지 않은 고등학생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개념이다.


Cardinal(기수)은 유한집합에서는 집합의 크기, 즉 원소의 개수를 나타낸다. 그러나 무한집합에서는, 원소의 개수가 무한하기 때문에 이를 다르게 표현한다. 개념만 말하자면, 두 무한집합 X, Y에 대해서 X에서 Y로 가는 "일대일 대응"이 존재하면, X와 Y의 cardinal이 같다고 정의하게 된다.


예를 들어, A가 자연수 전체의 집합, B가 짝수 전체의 집합이라고 하자. A에는 1, 2, 3, 4, ...이 있고 B에는 2, 4, ...가 있다. B는 A의 부분집합이고, 언뜻 봐서는 A가 B보다 원소가 많아 보인다. 그러나, cardinal의 개념에서는 그렇지 않다.

A -> B로의 함수 f(x) = 2x라 정의하면, f는 일대일 대응이다. 따라서 A에서 B로의 f라는 일대일 대응이 존재하므로, A와 B의 크기가 같다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이런 일대일 대응이 "하나"라도 존재하면 된다는 것이다. f(x) = 4x로 설정하면, A -> B로 일대일 함수이지만 치역과 공역이 같지 않아 일대일 대응이 아니다. 그렇다고 |A| 와 |B|가 같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f를 찾아봐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자연수 전체의 집합 N, 정수 전체의 집합 Z, 유리수 전체의 집합 Q는 다 cardinal이 같다. 즉, 크기가 같다. 그러나, 유리수 전체의 집합 Q와 실수 전체의 집합 R의 cardinal은 다르다.

 -> 이것은 Q -> R로의 그 어떤 함수도 일대일 대응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칸토어가 "대각선 논법"을 통해 증명했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신기하니 궁금하면 찾아보자.


그러면 질문의 상황을 보자. 원 위의 점의 집합과 양끝이 막힌 선분의 집합 사이의 크기 비교, 즉 cardinal을 비교하는 것이 목적이다.

원 위의 점의 집합은 다음과 같이 표시할 수 있다. C = {(sin(t), cos(t) | 0<= t < 2pi}

길이가 1인 선분의 집합은 다음과 같이 표시할 수 있따. L = {(t, 0) | 0 <= t <=1 }

길이가 1이 아니라 임의의 양수 k라고 해도, L과 L(k) = {(t, 0) | 0 <= t<= k} 간의 일대일 대응이 존재한다.

f: (t, 0) -> (k * t, 0), L -> L(k)

원의 반지름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는 C와 L(2pi)의 크기를 비교하도록 할 것이다.


두 집합 모두 t에 의해 점이 하나로 결정되기 때문에, t만 봐도 무방하다. C 에서는 t =2pi가 미포함이고, L(2pi)에서는 t = 2pi가 포함이다. 결국에는 점이 하나 차이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C| < |L|인가?


정답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C| = |R|이고, |L| = |R|이므로 |C| = |L|이 된다.

일대일 대응도 만들 수 있다. (여기서는 0 <= t < 1 에서 0<= t <= 1로의 일대일 대응을 만들어보겠다.)


f: 2 이상의 자연수 n에 대해 t = 1/n이면 f(t) = 1/(n-1) // t 가 1/n꼴이 아니라면 f(t)=t

이렇게 되면 1/2, 1/3, 1/4, ...은 1/1(=1), 1/2, 1/3, ...로 대응되고, 나머지는 자기 자신으로 대응되므로 이 함수는 일대일 대응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이상한"결과가 생기냐? 이건 Ordinal(서수)라는 개념을 우리가 알게 모르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매우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

Ordinal(서수)라는 말은, 집합 + 순서를 나타내는 개념? 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예를 들어, 집합 {1, 2, 3, 4} 는 1 < 2< 3< 4로 4개의 순서가 있으므로 ordinal이 4이다. 자연수 전체의 집합은 {1, 2, 3, ...}의 무한집합으로, 이때의 서수를 w(오메가) 라고 한다.

두 집합의 서수가 같은 지를 확인하려면, 두 집합간의 ordered isomorphism이라는게 존재하는 지를 확인하면 된다.

이건 설명하기 너무 복잡하니 패스.


결론적으로, 우리가 [0, 1) 에서 [0, 1]로의 일대일 대응을 만들어서 두 집합의 크기가 같다는 것을 보였지만, 이 일대일 대응은 순서를 보장하지 않는다. 즉, x < y 이면 f(x) < f(y)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한이라는 개념은 깊게 팔수록 재밌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