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투구에 날숨이 공명한다.

'후욱-'

곧 있을 전투의 흥분으로 금방이라도 터질 듯 고조된 육체가 더운 숨을 뿜어낸다.

바이저를 내린다.

시야의 대부분이 암전하고 슬릿 사이로 비추는 정면의 풍경만이 남는다. 그걸로 충분했다.

검례를 취한다. 두 손으로 검자루를 쥐고 검날을 치켜들어 이마에 댄다. 전술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행위는 일종의 의식이다.

[각성]

그리고 소년은 기사가 된다.

가로막는 모든 것을 찢고 꿰뚫는 검. 그 앞에 물러섬이란 없을 터.

그러나,

"우워어어어어억 컥 그에에에엑-"

잘 쳐줘야 170cm나 될 법한 소년이 중세풍의 갑주를 걸치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뭉쳐진 거대한 괴수를 향해 날아올랐고 대충 휘둘러진 아스팔트의 주먹에 뭉개져 다시 날아갔다.

깔끔한 궤적.

우그러진 갑옷덩어리가 된 소년은 그대로 주택가의 벽에 쳐박혔다.

그 초현실적이며 시대착오적인 광경은 가히 풍차에 달려드는 돈키호테 경의 현대적 재해석이라고 볼 법했다.

"히어로 아머. 응답하라."

"커어억- 더럽게 아프다고."

"아직 여유는 있어 보이는군. 용사라는 녀석이 그렇게 자빠져 있어도 되겠나."

"두고 봐. 보란듯이 너보다 더 강해질 테니까."

"흥, 얼마든지. 멋대로 해봐라. 고작 중형 소울정크 따위에 고전하는 멍청한 녀석이라 기대되지도 않는군. 카탈로그상의 스펙은 네 쪽이 위다."

"크아아악 열받아! 언젠간 한방 먹여주겠어!"

"입을 놀릴 시간에 구역에서 서둘러 이탈해라. 방금 소요로 다수의 소울 정크가 몰려들고 있다. 추정 개체수가 200마리 정도는 가뿐히 넘는다."

"아니, 이 몸이 여기서 소울정크를 싸그리 몰살시키겠다 이말이야!
"

소년이 일어서고 처참하게 우그러진 갑주가 다시 복구되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터였다.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단 한가지 가능성이 있다.

공백 사태 이후 마치 소울 정크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탄생한 것처럼 우후죽순으로 각성한 이능력자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종류의 각성자, 소울워커.

소울 웨폰이라는 무기를 구현하여 통상적인 이능력자와는 격이 다른 출력을 보이는 그들의 전략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여, 인류는 귀중한 자원인 소울워커를 인공적으로 양산하고자 시도했고 나름의 성과를 거둔다.

하지만 인공 소울워커들에겐 몇 가지 결함이 있었고 이를 조정하기 위해 훈련을 겸한 테스트를 진행중에 있었다. 그 미완성된 인공 소울워커들을 이르기를 이름하여 2세대 소울워커.

그것이 소년의 정체였다. 특이하게도 소년의 소울 웨폰은 검 뿐만이 아닌 전신갑주 일체였다.

"히어로 아머 부활이다. 마지막에 이기는 건 항상 용사라고 찌꺼기 자식들아."

바이저 속에서 푸른 안광이 귀화처럼 일렁이고, 중세의 기사가 한번 더 재림했다.

&


"특임대 전원은 히어로 아머 구출 작전을 속행한다. 갑옷 덕분에 당장의 생명의 위협은 없으나 에너지가 고갈되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그 바보는 그냥 버려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당분간은 생명의 위협은 없겠지만 시간을 너무 지체한다면 갑옷째로 고철덩어리 소울정크가 되겠지."

"하아--------. 저런 녀석이 제 부하였다면 당장 부대에서 퇴출시켰을 것입니다."

'젠장 다 들린다고'





결말은 특임대 임무를 통해 점점 강해지지만 히어로아머의 갑주가 갖는 방어기제를 자각하고 망설이는 와중에

자신과 반대로 힘이 없는데도 앞장서다가 죽은 케인바렐한테 용기 물려받아서 용기의 소울워커로 각성하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