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워커들과 작전에 나선 이나비 하사, 이제 소울에너지의 보충을 위한 식사는 필요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나비의 몇 안 되는 소소한 취미로 남았다.


하지만 최근 나비 하사는 아랫배가 더부룩하고 속이 답답한 것을 느낌을 받았다. 화장실에 가봤던게 얼마 전이던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전엔 섭취한 음식과 열량이 부족한 소울에너지로 환원 됐겠지만 최근엔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꾸역꾸역 먹은 음식은 나비의 뱃속에 차곡차곡 쌓였던 것이다.


쌓인 것은 터지는 것이 순리. 나비의 아랫배에서 지옥이 갈라지는 듯한 꾸르륵 꾸륵 소리가 기합차게 울려퍼졌다. 


'하루님... 죄송합니다...'


작전 중 장소 이탈은 금기 중의 금기. 하지만 작전 실행시간까진 아직 시간이 있었고 나비의 뱃속에선 디아블로가 봉인석을 깨부수고 현세에 강림하려하고 있었으니, 내면의 마음에 충실하기로 한 나비에게 사소한 일탈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크으... 제발 조금만 빨리...'


안짱다리로 종종걸음을 걸으며 수풀이 우거진 곳을 찾아 헤메는 나비. 한걸음 내걸을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식은땀이 엉덩이골을 타고 흐르며 손발이 차가워지는걸 느꼈지만 나비가 디아블로를 해방시킬만한 장소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라일라님... 어째서 그러신 것입니까... 최소한 수풀 정도는 남겨주시지...'


페르드랑스가 황폐화 시킨 숲에 제대로 된 수풀이 있을리 만무. 나비는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주위를 살폈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던가. 아직 살아있는 수풀이, 달콤한 꿀 향내를 풍기며 나비를 유혹하고 있었다. 이정도의 향기라면 나비가 쏟아낼 끔찍한 대재앙을 조금이나마 가려주리라.


행복에 겨운 나비가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던 중 릴리가 나비를 발견했다.


"나비 씨, 지금 작전 중이 아니던가요?"

"리... 릴리님...?!"


왜 하필, 왜 지금, 어째서 나비의 천적인 릴리가 자기 앞을 가로막는 것일까. 

릴리 블룸메르헨, 공백 이전 명문가 블룸메르헨 가의 규수이자 귀족. 직설적인 그 성격과 말투는 나비에겐 영 껄끄러운 것이었으며 지금 이 순간 작은 가슴만큼이나 부족한 눈치로 나비를 지옥의 구렁텅이에 처넣기 시작했다.


"지금은 작전 중이 아니던가요, 평소 나비씨가 그토록 찾던 작전에서 장소 이탈은 금기 중의 금기. 어째서 멋대로 장소 이탈을 하셨는지 마땅한 설명이 필요해보이는 군요."

"리... 릴...흐읍 릴리님... 지금 전 급한 일이..."

"개인사를 공사에 끌고 오지 말아주시겠어요?"


이 씨발년. 나비는 생전 하지 않던 욕지거리를 속으로 내뱉었다. 이미 지옥의 군세는 그 끔찍한 아가리로 공성전을 시도하고 있었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이런 시간 낭비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나비의 자존심 때문일까 릴리의 앞에서 입이 찢어져도 화장실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 급한 일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작전 주훙...?! 변수가... 흡... 발생하는 것보단... 지금 처...어리...!하는게 옳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아 그런가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변수길래 작전보다 우선시 하는 건지 궁금해지는군요."

"크... 그... 그거헌...?!!!!"


꾸륵 꾸루룩 

꾸루루루룩


끔찍한 소리가 뼈와 내장을 타고 고막에 다이렉트로 꽂혔다. 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악마가 보낸 마지막 경고였으니 지체했다간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십시오."

"뭐라구요?"

"비키라고 했습니다!!!"

"꺅?!"


급해진 나비가 릴리를 밀치고 수풀 너머 유토피아로 뛰어가려했다. 하지만 릴리 역시 소울워커.

나비의 완력은 가뿐히 견뎌내고 엉덩이골을 부여잡고 있던 나비의 팔을 잡아챘다.

갑작스런 상황에 나비의 괄약근이 견디지 못한 나머지 작고 앙증맞은 가스를 내보냈다.


피시시식


"이게 무슨 무례인가요, 제대로 사죄하지 않으ㅁ... 이게... 무슨 냄새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은 가득찬 수레는 조용하다는 말과도 같았다. 오랫동안 숙성 된 유황가스 냄새를 품은 조용한 나비의 가스는 청국장 가스. 그 이상이었다.

수치심과 조급함에 이성을 잃은 나비가 릴리의 팔을 뿌리치려했다.


"놔주십시오! 놔주십시오!"

"그렇게 까지 말하니 더욱이 못 놓겠군요."

"빨리 놔달란 말입니다!"


나비가 팔을 뿌리치려 할 수록 괄약근에 집중해야 될 힘이 분산됐다.


"못 갑니다."


릴리가 꽉 잡을수록 신경과 집중이 흐트러졌다.


"제발...!"


나비가 눈을 질끈 감았다.


꾸룽 꾸르르르르륵 꾸르륵


나비의 뱃속이 최후통첩을 보냈다.


"안 되겠군요. 가만히 좀 계세요!"


이성을 잃은 나비를 진정시키기 위해 반대쪽 팔도 떼어낸 순간-


"아-..."


외마디 신음과 함께 악마가 풀려났다.


뿌우우우우우웅 뿍 꾸르르르륵 뿡뿡 철퍽철퍽 꾸륵꾸르륵 뽱 퓩퓩 뿌르르륵 푸닥푸다다다닥 뽀오옹 퓩퓩쀼우우욱 뿌직 뿌디디디디디디디딕 뿍


애시드 가스가 폭발하는 듯한, 군악대의 나팔소리, 아니 차라리 묵시록의 4기사의 나팔소리가 울려퍼짐과 함께 굵고 질은 대변이 수소폭탄이 터지듯 나비의 바지를 유린했다.


질량공격이 끝난 뒤 터져나온 것은 물과 같이 질퍽한 대변이 좁은 고무호스에서 뿜어져나오듯 나비의 묵직하고 튼실한 똥탱크 사이에서 가죽피리 소리를 내며 발사됐다. 


이어 작은 꼬마 악마들이 마무리짓듯 뿜어져나와 나비의 팬티 속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한 무더기... 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많았다.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오줌이 유일하게 나비의 몸을 씻겨줄 액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바닥에 철퍽철퍽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덩어리들과 나비의 바지를 뚫고 흘러나오는 소변이 바닥에 쪼로록 쏟아졌다.


이 끔찍한 묵시록의 향연에 릴리는 할 말을 잃은 듯 시선을 피했으나 비강을 강간하는 지옥의 냄새에 미안함과 역겨움이 섞이는 것은 감추지 못 했다.


"그... 그런거라면 미리 말씀을 하셨으면 좋았을텐데... 미... 미안하게 됐군요. 이걸로 닦으시길."


릴리가 손수건을 건넸으나 죽은 눈으로 멍하니 선 나비의 귀에 들릴 리가 없었다. 


"흑... 흐윽... 흐아아아아아앙..."


뿌직 뿌딕 뿌지직 피시식 뿡 뿌르륵


더러움도 잊은듯 바닥에 철퍽 주저앉아 흐느껴우는 나비. 울면서 배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가스와 체내의 잔변이 퓩퓩 소리를 내며 뿜어져나왔다.


릴리와 나비는 이 아비규환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 체 가만히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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념글 나비 응가이야기 보고 썼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