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농업인의 날 막대과자의 날 축전으로 쓴 단편 소설입니다.

원래 11월 11일에 공개할 예정이었고, 다 써놔서 올리기만 하면 되었는데...


예상치 못한 현생이 저의 발목을 잡아 이제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미 늦었지만 재미삼아 읽어보세요.


다나가 이미 합류하여 정식 멤버가 되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공교롭게도 현실도 그렇게 된건 기분 탓입니다.


진리스가 메인입니다!

서술 시점은 각 캐릭터별로 계속 전환되며, 이에 따른 호칭과 어조도 변화하니 참고해주세요.

누가 누군지는 구분이 쉬울거에요!


(빼빼로 -> 피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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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1월 11일입니다. 단풍잎이 흩날리는 아르카디아 렐름의 상점가엔 특별 매대들이 즐비하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 매대 위엔 화려한 포장지에 포장된 네모난 박스들이나 과자들이 눈에 띕니다.

 

연말의 전야제에 해당하는 11월은 휴일하나 없는 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명절도 아닌 이런 행사가 호황을 누리는 모양입니다. 

길거리엔 연인들이나 동료들을 위해 선물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물론 저에게도 증식용 식량을 대량으로 매입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습니다.

마침 전방에 상품을 들고 홍보하고 있는 요미님이 보입니다. 손에 들린 딸기맛 피피로가 무척이나 맛있어 보입니다…

두개만…

 

“피피로 2세트 구매하겠습니다.”

“네, 1만 제니입니다… 나비씨, 많이 사가시네요? 동료분들에게 돌리시려는 건가요?”

“아닙니다. 모두 제 전투 식량입니다.”

“어…. 네….”

 

저의 대답에 요미님의 표정이 싸늘해졌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구매한 피피로 박스의 포장을 뜯고 피피로 한개를 꺼내 맛을 봅니다. 

달콤한 딸기향이 입안에 감도는 게 느껴집니다. 

거기에 뒤따라오는 설탕의 자극적인 맛을 음미하고 있으면, 빡빡한 경계임무를 마치고 취하는 단잠처럼 행복감이 몰려옵니다.


아아, 이대로 주저 앉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겠습니… 엇, 저 멀리서 이리스님이 지나가는게 보입니다. 

 

 

 

 

 

“으흥흥~”

 

11월 11일. 우리 귀요미들과 믿음직한 친구들을 위해 피피로를 사러 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구매해서 하나씩 손에 들려줄 생각이었는데, 어제 밤늦게까지 만화책을 달렸더니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어윈 이자식, 그렇게 중독성 넘치는 걸 가지고 있었다니, 괘씸하지만 참고 넘어가겠어.

 

“요미~ 피피로 10세트 줘!”

“10, 10세트요!? 그, 그렇게 많이 필요하세요…?”

“물론! 사람 하나당 한세트는 줘야지!”

“흐음… 알겠어요. 그런데 돈은 있으신가요?”

“자 여기!”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내 요미한테 내밀었다. 이 안에는 현금 다발이 가득한…

 

“텅 비었는데요?”

“뭐? …… 데헷, 진짜네?”

 

생각해보니 얼마 전에 스텔라한테 줄 과자 사준다고 왕창 질렀었지. 어… 그러니까…

텅빈 지갑 속에는 2개월째 연체되어 있는 신용카드가 있었다.

이, 이거라도…

 

“그, 그럼 이 카드로…”

“잠시만요! 제가 대신 결제하겠습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건네는 카드 대신 들어오는 큼직한 손은… 진 세이파츠 였다.

 

“진씨가 대신 계산 하실거에요?”

“네! 제 껄로 해주세요! 이리스씨, 카드 집어넣어 주세요.”

 

얜 대체 어디서… 도움을 받고 싶진 않지만, 그랬다간 진짜 감당 못할 이자가 붙을 거 같은 느낌이니 일단 받아두도록 할까.

 

“감사합니다. 진 씨, 대신 내주는 것도 좋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제가 원해서 대신 내는 겁니다!”

“….. 네… 알겠습니다.”

 

녀석은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내가 주문한 피피로 세트 10개를 양손으로 안았다.

 

“이리스씨, 아무리 돈이 없으셔도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는 걸 추천 드립니다!”

“큿… 넌 가끔 정말 재수 없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단 말이야…”

“앗, 기분 나쁘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아, 아니… 이리줘. 나도 들거니까.”

 

녀석의 손에 들린 피피로 세트 중 5개를 빼앗아 들었다. 

그의 표정은 왠지 매우 즐거워 보였다. 

터무니없는 양의 피피로 세트를 들고 심지어 자기 돈까지 썼는데, 어째서 저렇게 미소를 잃지 않을수 있는 걸까.

 

“안 무거워?”

“과자만 드는 건데, 조금도 무겁지 않습니다! 이리스씨, 혹시 왜 이렇게 과자를 많이 구매하시는 건가요?”

“그야 당연하지… 오늘이 무슨 날인데?”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이죠!”

“그렇지… 뭐?”

 

농업인의 날? 그게 대체 뭐야?

 

“농업인의 날이요. 클라우드림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한 농민들을 위한 날이에요.”

“……. 그, 그런게 있었구나… 몰랐어…”

“그래서 마침 저는 떡을 사러가던 중이었습니다! 이리스씨도 같이 가시겠습니까?”

 

떡…? 무슨 개소리야? 얘는 도데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제대로 모르는거 같은데.

 

“아니, 우리 아직 할 일이 남아있어. 일단 이 피피로부터...”

“괜찮습니다! 무거우신 거라면 제가 들고 있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아니, 그게 아니야! 넌 내가 이걸 왜 이렇게 많이 샀는지 진짜 모르겠어?”

“어… 드시려고 사신거 아니에요?

 

진짜 몰라? 진짜로?

 

“이 멍청아! 오늘 피피로 데이잖아!!”

“어… 아~ 그런게 있었…”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이 바보 멍청이의 손에 들린 피피로를 모두 빼앗아 들고는 먼저 저만치 달려간다.

 

“앗, 이리스씨! 같이 가요!”

“따라오지마!!! 꼴도 보기 싫으니까!”

 

넌 받을 자격도 없어! 이런 애한테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너한테 피피로 하나라도 주나 봐라!

 

 

 

 

 

아… 이리스씨가 가버렸습니다.

솔직히 왜 이리스씨가 화를 내는지, 이유를 알긴 합니다. 

오늘이 막대과자의 날인거, 저도 압니다.

떠들썩하고 로맨틱한 분위기에 편승해 같이 놀고 즐기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런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념일을 공익적인 목적에서 만들어진 기념일 보다 우선시 하는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이런 과자, 사줘봤자 식품 회사의 배만 불려주는거지 않습니까.


빚까지 져가면서 이런 걸 구매하는거 보다, 차라리 농사일을 돕거나 그들이 수확한 쌀로 만든 떡이라도 사는게 올바르다 라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건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은건 사실입니다. 어떻게 이리스씨의 화를 풀어드려야 할지… 

항상 저를 곤란하게 만드는 군요. 아무래도 저는 이리스씨와는 맞지 않은 사람인 모양입니다…

 

“어, 뭐냐. 너 답지 않게 왜 그렇게 얼굴이 썩어있어?”

“아, 어, 어윈씨군요! 안녕하세요! 그… 별일은 아닙니다!”

 

누군가 제 어깨를 치길래 쳐다보니, 어윈씨가 있었습니다. 

어윈씨의 손에 잘 포장된 두개의 피피로가 들려 있는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역시 어윈씨도 이 막대과자의 날을 즐기시려는 거군요.

 

“별일이 아니긴 무슨, 표정에 다 드러난다 임마. 이리스랑 싸우기라도 했냐?”

“…….!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싱글벙글 웃는 놈이 갑자기 그렇게 인상 찡그리고 있으면 지나가던 굿보이도 네 안부를 물어볼걸?”

 

이상합니다. 평소의 어윈씨라면 ‘남자와는 절대 대화 안해!’ 라고 했을텐데, 오늘은 어째선지 저에게 말을 먼저 걸어왔습니다. 

그렇게 제 표정이 심각해 보였던 걸까요.

 

“그, 그게…”

“피피로 때문이지?”

“그렇… 습니다.”

 

이쯤 되면 왜 물어보시는거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너같이 성실하고 정직한 애면 막대과자의 날 같은건 안 챙겼겠지. 잠깐, 너 설마 걔 앞에서 농업인의 날 이딴거 말했냐?”

“…….”

“젠장… 하나쯤은 빗나가 달라고…”

“죄송합니다….”

“뭐… 이미 말했다니 별수 없지. 그래서 이제 넌 어떻게 할건데?”

“모르겠습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사과하고 피피로라도 하나 건내주면 좀 낫겠지만 네 성격상 무리겠지.”

“…… 그건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얼굴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어디로 가셨는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깜짝 놀래킬만한 뭔가를 하는건 어때?”

“예를 들면요?”

“피피로 게임이라던가.”

“그, 그렇군요…!”

 

연인들, 또는 단체 모임에서 수위 높은 장난으로 종종 하는 피피로 게임. 

피피로 한 개를 양쪽에서 물고 야금야금 먹어가다보면 입 맞추기 직전까지 가게 되고… 여기서 어떻게 하냐에 따라 입을 맞추거나, 벌칙을 받거나 하는 게임이죠.


물론, 전 한번도 안해봤습니다.

 

“진짜로 하게? 니가 할 수 있겠냐?”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하지마 임마. 오히려 분위기 망가진다. 너 떡사러 간다 했을 거 아냐. 애들 나눠줄 떡 사고 피피로 세트도 하나 사와. 돈 부족하면 말해. 이정도는 내줄게.”

“아, 아닙니다! 돈은 충분합니다!”

“떡 하나씩 돌리고 나서 나중에 둘이 따로 만나, 피피로를 줘. 핵심은 너 답게 행동하는 거야. 내가 알려줬다는 티 팍팍 내지 말고.”

 

저답게라… 평소같이 대하라는 말씀인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잘 해결됐으면 한다. 나처럼 되지 말고.”

“네? 지금 어윈씨도 피피로 드리러 가는거 아닌가요?”

“그게 말이지…”

 

어윈씨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리, 릴리…”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가고 있어! 가고 있으니까 좀 차분히 기다려주시겠어요 우리 러블리 릴리링?”

“아니, 내 목은 소중하니까 죽고 싶지 않은걸. 얼른 갈께.”

 

어윈씨는 진땀을 빼며 전화를 받고는 바로 끊으셨습니다. 

하시는 말을 토대로 봤을때 상대는 릴리씨인거 같은데 말이죠.

 

“과유불급, 무슨 말인지 알지?”

“뜻은 알고 있습니다만…”

“하렘이라고 다 좋은게 아니더라고…”

 

그러더니 또 다시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대는 어윈씨. 이번엔 아까보다 더 배로 곤란해하는 것이었습니다.

 

“하, 하루… 나 지금 가고 있어… 응? 릴리 같은거랑 이야기 했다니 그게 무슨소리야?”

“기분탓 기분탓! 지금 확실히 너한테 가고 있으니까!”

“이, 이번엔 스핀 커터 한 번으로 봐주면 안 될까? 안돼? 진짜 빨리 갈게 제발…”

 

어윈씨는 전화를 붙들고 한참을 애원하더니 저한테 손인사를 하고는 저 멀리 뛰어가 버렸습니다.

아까의 사자성어가 무슨 의미로 쓰인건지 알거 같습니다만, 자업자득으로 느껴지는 이 기분은 무얼까요…

 

 

 

 

 

“와! 고마워 이리스! 역시 이리스 밖에 없어!”

“잘 먹을게.”

“가, 감사합니다… 이리스 언니…”

“얼마든지 먹어 내 귀요미들!”

 

아아, 이 아이들은 언제봐도 너무 귀엽다… 

한 개라도 더 챙기겠다는 기세로 선물 박스를 뒤지는 스텔라, 옆에서 거들면서 은근 슬쩍 자기 몫을 챙기는 치이, 머뭇거리면서 한 개 뜯어서 입에 물고 해맑게 웃는 다나나…


심장이 버티질 못해!

 

“아… 너무 귀엽다… 심쿵사 할 거 같아…”

“벌써 수백번은 뒤졌겠다. 그렇게 귀여우면 여동생으로 입양이라도 하지 그래?”

“뭐래, 너도 보면서 흐뭇해 했잖아?”

“아니거든?”

“그럼 아까 그 올라가던 입꼬리는 뭘까?”

“그, 그냥 바보같이 과자 뿌려주는 네 모습이 웃겨서 그랬다 왜!”

“솔직하지 못하긴~”

 

시치미를 뚝 떼며 툴툴대는 에프넬도 인정하는 이 귀요미들… 

이렇게 피피로를 산게 조금도 아깝지가 않다. 그래, 정말 잘 샀어! 

……. 그런데 뭔가 중요한 것을 빼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뭘까.

 

“이리스, 이거 사는데 얼마나 썼어?”

“맞아! 엄청 많이 샀던데! 그거 다 하면 대체 얼마나 들까… 나 궁금해!”

“어… 그게 말이지…”

 

그게… 얼마였지? 잠시 기억을 돌려보는데… 내가 결제를 안해서 모르겠다.

대충 한 세트에… 1만 5천 제니쯤 하겠지?

어라? 내가 결제를 안했는데 이걸 어떻게 샀지?

 

“10세트니까… 한 15만 제니? 정도 쓴거 같아.”

“그, 그렇게나 많이요…? 어, 언니… 무리 하시는거 아니죠…?”

“괘, 괜찮아 이정도는! 너희들의 미소를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걸!”

“그,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휴. 그런 표정을 지으면 나도 당황스럽잖니 다나야… 

근데 진짜 15만 제니였으면, 나는 얼마나 더 가난하게 살아야 할지 실로 막막해진다.

아니, 잠깐만. 아까 돈 안썼다고 했잖아. 뭐,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거지…?

... 아 몰라 상관없겠지! 지금은 이 아이들이랑 놀아주자고!

 

“야, 이리스. 너 일로 와봐.”

“어? 왜?”

“할 이야기가 있어. 너네는 가서 놀아. 잠깐 얘좀 빌려갈 테니까.”

“알았어! 둘이 사이좋게 놀고와! 싸우면 안 돼!”

 

에프넬이 갑자기 나를 부르고는 문 밖으로 나가자는 듯이 손짓했다.

저녀석이 저렇게 따로 불러내서 이야기할 애가 아닌데. 표정이 굳어 있는게, 꽤 심각한 일인 모양이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저거, 니가 산거 맞아?”

“다, 당연하지? 근데 그걸 갑자기 왜?”

“내 기억에 저 피피로 세트는 1만 제니인데, 가격도 틀렸고, 너가 아까 가격을 말할 때 굉장히 뜸을 들이는거 같았거든?”

“그, 갑자기 머리속에서 계산이…”

“야, 상식적으로 니가 돈주고 산건데 가격을 모를수가 있냐?”

 

에프넬에게 항변을 하는 동안, 저 피피로를 구매할 당시의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갑에 돈이 없어서, 카드를 꺼내려고 했었는데… 아!

진 세이파츠. 얘가 대신 내줬지. 그래서 내가 가격을 모르던 것이었고.

 

“솔직하게 말해. 이거, 너가 산거 아니지. 진이냐?”

“………”

 

이제야 잃어버렸던 기억의 조각이 짜 맞추어졌다.

그러니까 나란 놈은 피피로 데이인걸 못 알아챈 진한테 온갖 신경질을 다 부리고, 돈도 빌린 주제에 내팽게치고, 피피로는 죄다 챙겨와서 내가 돈주고 산 것 마냥 생색내고 있다?

이건, 두말할 여지가 없는 쓰레기 짓이다.

대,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무얼, 대체 왜 숨기는 건진 모르겠는데, 이야기해봐. 어디에다가 이야기 안할테니까.”

“….. 실은 오늘 피피로 데이라고 저거 사러 갔다가 진을 만났는데 말야...”

 

그래…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에프넬에게 자초지종 다 이야기해줬다.

 

“……. 야 이 쓰레기 년아.”

“반성… 하고 있어…”

“돈도 대신 내줬는데 고마워하진 못할 망정 혼자 삐져서 버리고 가는 게 어딨냐?”

“갑자기 속에서 뭐가 확 올라와서 그만...”

“뭐 그딴… 하긴. 그러니까 니가 분노의 소울워커겠지. 너가 정말로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사과해. 걔 은근히 속으로 상처받는 애다?”

“그,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니나 걔나 똑같은 놈인데 왜 모르겠냐? 잘못도 아닌 잘못에 사죄한다고 콱 죽어버리기 전에 얼른 가.”

 

생각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거기에 에프넬한테 한방 먹고 있는 것도 더더욱. 

 

“근데, 여자친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좀 기분이 나빴을 지도. 뭐, 너처럼 아주 이해 못할 상황은 아니긴 할듯?”

“……. 그거 설마 위로라고 말하는거냐?”

“어떻게 맞춤? 니 머리로도 이 말이 이해된다고?”

“디진다 진짜?”

 

저게 자꾸 내 신경을 긁는데… 더 짜증나는건 녀석의 말이 틀린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잘못은 내가 했으니…

그래. 지금이라도 진을 찾아가면…

잠깐. 이러면 오히려 진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내 성격상 내가 먼저 사과하러 갈리가 없을건데 만일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내 자존심도 그렇고…

 

“너 설마, 자존심 이 지랄 하는거 아니지?”

“아니라고!!!”

 

결국 참지 못하고 해머를 냅다 던졌다. 하지만 에프넬은 엄청난 반사 신경으로 피하고는 저 멀리 도망가 버렸다.

아, 또 빡치네. 뭐 이렇게 잘 알아?

아, 아무튼… 그래. 자존심이고 뭐고, 자신있게 그녀석에게 가서 사과하는거야!

 

“이리스! 여기서 뭐해!”

“같이 놀자!”

“어, 언니… 심심해요…”

“그, 그래! 우리 귀염둥이들!”

 

이, 일단 이거부터 해결하고… 해야지…

지, 진… 괜찮겠지…?

 

 

 

 

 

오늘 하루 순찰 근무는 이상무입니다. 예상보단 거리가 번잡하진 않았습니다. 

연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질서 정연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일부 질서 파괴자들이 있었지만 허용범위 내였습니다.

더군다나 소울워커님들도 일부 볼수 있었고… 모두들 각자의 방법으로 이 날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비록 전 근무만 하긴 했지만, 덕분에 피피로는 원없이 먹었습니다.


특히 어윈님이 매우 자주 보였던 것 같은데, 뭔가 도와드릴 부분이라도 있었는지 물어볼 걸 그랬습니다. 

어찌나 바쁘게 돌아다니셨는지, 아르바이트 같은 거라도 하시는줄 알았습니다.


마침 임무도 끝났으니 피피로를 한 입… 아… 수중에 있는 모든 피피로를 다 취식했습니다. 

숙소로 복귀하기 전에 좀더 피피로를 만끽하고 싶습니다.

 

“또 오셨네요 나비씨. 오늘 몇번이나 오시는건지…”

“이번이 마지막 보급이 될 것입니다.”

“저야 재고 처리하고 좋긴하지만… 계속 드시면 혈당 쇼크가 올지도 몰라요?”

“괜찮습니다. 가지고 계신 것 중에 제가 구매할 수 있는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에… 이제 거의다 완판이긴한데… 특히 이 한정판은 이거 하나뿐이라…”

“그거로 하겠습니다.”

“네. 1만 5천 제니에요.”

 

1만 5천제니,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별숲리그 복지회 카드로 결제하겠습니다.

 

“자, 잠시만요!!”

 

요미님에게 건내려는 그 순간, 등 뒤에서 다급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 소린 틀림없이 진 세이파츠 님이었습니다.

 

“요미씨, 정말 죄송합니다! 그, 그거… 혹시 제가 사도… 아, 나비씨, 나비씨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진님은 굉장히 다급하고 간절해보였습니다. 피피로를 아직도 사지 못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그럼 두분께서 상의하시고 구매하실분은 저한테 말해주세요.”

“나비씨. 부탁드립니다. 저 한정판을 혹시 저한테 양보해주실수 있을까요?”

“이 한정판이… 그렇게 진님에게 소중한 겁니까?”

“네! 오늘 제가 저지른 모든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저도 오늘은 저만의 피피로를 가지고 싶습니다.”

 

이 한정판은 시중에 파는 평범한 맛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고된 근무를 한 제게 있어선 최고의 보상일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그, 그렇다면 나비씨… 부디 이걸 받아주세요.”

 

진님은 양손에 가득 들고 있던 봉투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스티로폴 그릇에 담겨있는 이 음식은 송편이었습니다. 

이걸로 저와 협상을 하려는 모양입니다.

 

“송편…!”

“나비씨, 부탁드립니다… 드시고 싶으신 만큼 떡을 많이 사왔습니다. 부디 저 한정판을 저에게…”

 

물론,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떡은 송편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물어볼게 있습니다.

 

“그럼, 진님이 저지른 실수가 무엇인지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이리스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먼저 이 과자를 챙겼더라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었더라면, 이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진님은 고개를 푹 숙인채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아까 낮에 이리스님이 갑자기 뛰어가던게 그것 때문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양보하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한정판의 구매 권리를 양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비씨!”

 

이렇게 하여 진님은 요미님에게 돈을 지불하고 한정판 피피로를 챙긴 뒤 꾸벅 인사하고는 어디론가 바쁘게 뛰어 갔습니다. 

한정판을 손에 넣지 못한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진님이 문제를 잘 해결했으면 합니다.

 

“저기, 나비씨… 다른 피피로라도 보시겠어요?”

“아닙니다.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저만을 위한 피피로는 챙긴 것 같습니다. 이제 숙소로 복귀하겠습니다.

 

 

 

 

 

“……. 늦네…”

 

저녁 7시, 밖은 어두워졌다. 

진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까부터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아예 되질 않았다.

그녀석, 은근히 상처 잘받는 애라고 했는데… 어쩌면… 진짜로 극단적인 선택을…?


사태를 이 지경까지 이끈 자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자신을 혐오했다.

그러한 감정이 이끌어낸 장소는 옥상의 난간… 이 아닌, 모두를 뒤로한 채 찬바람이 불어오는 숙소의 정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가을바람이 꽤 차가웠지만, 이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아이고, 그렇게 엉덩이가 무겁더니, 결국 여기서 기다리는거야? 너 그러다가 감기 걸린다?”

“시끄러…”

“야, 그래도 니 옆에 있어주는건 나뿐인데, 고마워하지도 않냐?”

“…… 미, 미안…”

 

나 혼자는 아니었다. 에프넬도 함께였다. 

그녀도 바람이 차가운지 다리를 베베 꼬고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입에선 새하얀 입김이 새어나왔다.

 

“고마워… 에프넬…”

“이제 와서? 뭐, 받아는 줄게.”

“……. 근데 넌 왜 내 옆에 있어?”

“나라도 없으면 이대로 콱 죽어버릴까 싶어서 그랬다 왜.”

“나 그렇게 심각해보였어?”

“어. 스텔라한테도 물어봐. 뭐라고 하는지.”

“………”

 

솔직히 낮에 있던 일들이 잘 기억이 안난다. 

애들이 놀아달라고 해서 같이 어울려주려 방에 들어간 이후로, 무슨 말을 했는지도 생각이 안난다. 

기억나는건 갑자기 에프넬이 나를 잡아 밖으로 이끈 것 정도?

그 이후에 애들이 괜찮냐고 엄청 걱정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던건 어렷품이 기억이 난다.

 

“민망하네…”

“민망이 아니라 민폐지. 에휴…”

 

에프넬은 내 어깨에 손을 얹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그녀는 평소와는 다르게, 제정신이 아닌 나를 계속 챙겨주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내가 이녀석을 이렇게까지 좋게 평가해본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좀만 솔직해지면 좋을텐데. 릴리도 아니고 무슨 츤데레 짓을…

 

“너 방금 나보고 츤데레라고 생각했지.”

“어. 근데 너 맨날 나랑 상종 안하겠다고 하면서 왜이렇게 관심이 많아?”

“크읏… 그, 그건…”

“좀 솔직해지는 게 어때?”

“뭐, 뭐래… 니가 맨날 안타까운 모습만 보이니까 불쌍해서 이러는거라고!”

 

애써 둘러대며 고개를 휙 돌리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는다. 

가끔 보면 얘도 엄청 귀엽단 말이지.

 

“야, 야 저기. 니 피앙세 온다. 난 간다?”

“어? 어, 어디?”

“이리스씨!”

 

저 멀리서 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에프넬은 손짓하고는 그대로 재빠르게 도망갔다.

정말 고마워 에프넬… 나중에 밥 한번 살게.

그리고 시선을 소리가 났던 방향으로 돌리자, 양손 가득 봉지를 들고 전력을 다해 달려왔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는 진이 있었다.

 

“야! 어디서 뭘 하다 온거야! 너무 늦었잖아!”

“하하… 이것저것 산게 많아서 늦었습니다!”

 

진은 바닥에 놓은 봉지 하나를 들어 내용물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 안엔 온갖 떡들이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었다.

 

“모두다 하나씩 먹을 수 있게…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이 늦었네요.”

“너 연락도 안 되서 내가… 어, 얼마나 걱정 했는데…!”

 

목이 메이는걸 겨우 넘겨 한소리 하고는 급하게 뛰느라 바람에 날려 구겨진 그의 셔츠 칼라를 바로 잡아주었다. 

셔츠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몸의 곳곳에 먼지가 묻어있었다.

무릎은 어디에 긁히기라도 했는지 살짝 바닥에 갈린듯한 자국이 있었다. 바닥에서 한번 구른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리스씨.”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품에서 구겨진 박스를 하나 꺼냈다.

 

“피피로… 입니다. 이리스씨를 위한 한정판을 구매했는데, 오던 길에 전동 킥보드를 피하다가 그만 굴러버렸습니다. 아, 그래도 물건들은 대부분 무사합니다!”

 

보잘것 없게 구겨졌지만, 그의 손에 굳게 잡혀있는 피피로를 보는 순간. 

그동안 겨우 참아왔던 감정의 보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 바보야… 이런건… 필요 없어…”

 

눈물이 흘러나오기 전에, 먼저 그를 끌어안았다. 그도 당황했는지, 몸이 딱딱히 굳어있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미안해… 내가 너무 한심했어… 이런 과자같은게 아니라 너의 마음이 제일 중요한건데…”

 

아직도 헐떡이고 있는 그의 숨을 귀로 느끼며 가슴을 통해 전해지는 심장 박동을 듣는다.

미처 닦지 못해 온 몸에 밴 땀냄새가 코를 뚫고 들어와도 좋았다.

 

“저도 죄송합니다… 좀더 이리스 씨의 기대에 부응해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 고마… 흐아아아아앙…”

 

그의 오른팔이 내 등을 감싸 앉고 토닥여주자, 마침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뭐, 잘 됐네.”

 

멀리서 두 바보가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폰을 꺼내 든다. 

뭐랄까. 마치 연애소설에서 마침내 여주와 연결된 주인공을 바라보는 주인공 친구가 된 듯한 느낌이랄까. 

씁쓸한 맛이 난다.

 

“근데 이리스. 세상에 공짜란 없거든.”

 

둘이 포옹하는 장면을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여러 각도에서 찍는다.

다행이랄까, 정문쪽으로 비추는 가로등과 외부 조명 덕에 둘의 모습은 매우 선명하게 잘 보였다. 

이렇게 찍은 사진을 활용하는 곳은 하나뿐이었다.

 

“이대로 베티한테 넘기면 돈 깨나 받겠는데… 히히히…”

 

그곳에 넘기면 소문은 한순간이지. 그래도 일단은 행복한 시간을 좀더 보내게 놔둘까. 

슬슬 들키지 않게 방으로 돌아가야겠다.

 

 

 

 

 

 



후일담 1 

 

“감사합니다 이리스씨.”

“더 다친데는 없지? 옷도 꿰매줄까?”

“아, 이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그날 밤, 이리스의 방에서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진은 이리스가 책상 위에 놓아둔 피피로에 눈이 갔다.

 

“응? 배고파?”

“아, 아뇨… 그게… 그… 드, 드셔보지 않겠습니까…?”

“아아, 그러고 보니 네 선물을 안 열어봤지… 미안해. 지금 열어볼게.”

 

이리스는 구겨진 포장지를 열고 피피로 포장을 뜯어 내용물을 꺼내든다. 이 피피로는 녹색으로 코팅이 되어 있었다.

 

“민트초코맛이네? 이거 완전 취저인데… 너 센스 좋다?”

“아, 아하하… 감사합니다! 그, 저기… 이리스씨.”

 

진은 이리스에게 민트초코 피피로를 건내 받고는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왜? 손은 왜 그렇게 떨어? 민초 싫어?”

“아뇨… 그… 해보고 싶은게 있어서…”

“응? 너, 너 설마…”

 

피피로와 각자의 얼굴로 시선을 번갈아 옮기다 서로 마주친 둘은 고개를 돌렸다. 

의도를 눈치 챈 걸까. 둘은 각자의 방법으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손에든 피피로를 서서히 입으로 가져다 대는 진. 마음의 준비를 하려는 듯 잠옷의 지퍼에 손을 가져다 대는 이리스. 


그리고…

 

“피피로 게임을… 푸훕!”

“피피로 플레이를…”

 

어째선지 이리스는 옷을 벗고 검은색 레이스가 가득한 속옷을 내보이고 있었다.

아뿔사. 아무래도 한 쪽이 너무 나간거 같다!

 

“이, 이리스씨! 오, 옷을 입어주…”

“아, 아!? 이, 이게 아니었…”

 

진의 입에 물려있는 피피로를 보고 그의 의도를 깨달은 이리스. 그리고…

 

“이 변태자식아!!!!!”

“왜 제가 변태인 겁니까아아아악!!!!”

 

오늘도 이리스의 방은 소란으로 요동친다…

 

 

 

 

 

후일담 2

 

“오늘도 이리스씨의 방은 시끄럽군요. 같은 귀족으로써 정말 수치스럽답니다?”

“아하하… 그래도 그렇게 방해는 되지 않잖아요?”

“뭐, 그건 그렇죠.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어윈씨?”

 

바로 옆방인 릴리의 방. 이곳엔 왠지 침대에 묶여있는 어윈이 있었다. 그런 그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하루와 릴리.

 

“대, 대체 왜 이러는거야… 내가 무슨 죄를 졌다고! 그리고 왜 둘이 갑자기 한패가 된거야!”

“뭐랄까, 어차피 목표가 똑같다는 걸 깨달았으니 말이죠.”

“양다리 걸쳐서 소녀들의 마음을 산산조각내는 나쁜 사람에겐, 두번째 기회 같은건 없는 법이에요.”

 

여태껏 어윈은 하루와 릴리 사이에서 밀당을 시전했지만, 오늘 꼬리를 밟히고 말았다. 

두 소녀가 서로를 마주한 그때, 그대로 유혈이 낭자한 싸움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으나 의외로 아주 평화롭게 끝났다. 

물론 그와 동시에 어윈의 도주 계획도 물거품이 되었다.

 

“제가 당신 같은 짐승의 손에 놀아났다는게 믿기지가 않아요. 이대로 당신의 피로 씻어내버리고 싶을 정도랍니다.”

“저를 배신한 죄는… 죽음으로 사죄하게 하고 싶지만, 사랑하는 어윈씨를 이렇게 보내버릴순 없죠.”

 

이런 살벌한 말을 생긋 웃으면서 말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그는 정신줄을 놓아버릴 뻔했다.

 

“그래서 저희 재미난 게임을 하나 할까요? 바로 목숨을 건 피피로 게임이죠.”

“그, 그게 무슨… !@#$@!$#”

“거부권은 없답니다?”

 

릴리는 피피로를 한주먹만큼 쥐어 어윈의 입에 박았다.

 

“룰은 간단해요. 이 피피로들로 저희와 함께 피피로 게임을 하는거에요. 중간에 끊어질 때마다 당신의 소중한 부위를 잘라버릴거에요.”

 

룰에 대한 설명을 듣자마자 몸부림을 치는 어윈. 그러나 릴리가 낫을 들어 고간에 가져다 대자, 그는 매우 얌전해졌다.

 

“자 그럼… 저희, 하나씩 해볼까요?”

“그러시죠.”

 

두 소녀들은 행복한 듯 웃으며 어윈의 입에 물린 피피로를 한 개씩 먹어가기 시작한다. 

과연 그는 이 무자비한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