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분에 넘치게 소울워커에서 다나 오피니의 스토리를 담당했던 삼류 작가입니다.

10년 넘게 습작 위주의 동인 활동만 하다 처음으로 맡은 큰 작업이라

작년 4월 말 신규 캐릭터의 스토리가 필요하단 오퍼가 들어왔을 때

'내가 정말 이걸 맡아도 되나? 잘 쓸 수 있을까?' 란 막연함이 저를 첫 번째로 두들겼던 기억이 납니다.

기존의 캐릭터들 서사도 대부분 매력적이어서 이 흐름에 어떻게 자연스레 녹여낼 수 있을까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배경 스토리로만 나왔던 '전임 과학 총괄' 이란 키워드가 뇌리에 꽂혔고

'사실 얘도 좋은 녀석이었다'는 뻔하지만 확실한 반전 요소를 써먹으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조력자가 '리브'였고, 든든한 조연이 완성되니 자연스레 메인 캐릭터에 대한 서사가 하나씩 떠오르더라고요.



'다나'라는 캐릭터를 제일 처음 구상할 때, 기존의 문법과는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나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처럼

때로는 착하기만 한 바보같이, 때로는 솔직하지 못한 츤데레로,

차가운 분노를 뿜어낼 때도, 초 하이텐션으로 모두의 이목을 끌 때도 있는, 그런 친구를 그려보려 했어요.

하지만 시시각각 성격이 변하면 어디 아픈 아이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가면'이란 키워드를 떠올렸습니다.

마침 제가 작업하기 전 정해진 이명도 '거짓의 팬텀왈츠'였고요.

상황에 맞춰 능숙하게 '가면'을 써 내는 아이라는 것을 어떤 위키에서 정확히 집어주셨을 때 조금 뿌듯했던 것과 동시에

자신의 본성(데자이어 다나의 성격)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잘 표현하지 못해 가짜 메스가키가 되어버린 것에

캐릭터와 유저 여러분께 죄송하단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단 뱀발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글 쓰는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서, 다나 작업할 때

기획자분들-특히 절 끝까지 끌고가주신 정말 감사한 제 옆자리 분-께 너무 많은 폐를 끼쳤었어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글을 볼진 모르겠지만요 ㅎㅎ;


윗 이야기에 이어 말하자면, 어떻게든 기한을 맞추기 위해 정신줄을 놓고 그냥 손 가는대로 쓴 부분들이 좀 많습니다.

베네리스가 가짜라는 것을 리브가 알아채는 장면도 

['진짜 베네리스'는 리브와 구면이니 '이렇게 만나뵙는 건 처음이다'라고 할 리가 없다]를 표현하고 싶었으나

[그냥 리브가 매우 똑똑해서 눈치챘다] 로 받아들이시게 만든 거라든가...

(가짜란걸 눈치챈 걸 표현하려면 베네리스 대사에도 처음이라는 부분에 강조했어야 됐었는데ㅠㅠ)

이외에도 데자이어 하루를 다나가 설득하는 부분을 신파로 때운 부분이나,

다나가 언제부터 가상 세계라는 걸 눈치챘는지를 묘사하지 못한 부분 등등...

그런 아쉬운 부분들은 순전히 제 능력이 모자랐던 결과물이기에 언젠가 성장하면 다시 고쳐쓰고 싶단 생각이 많았습니다만,

이젠 그럴 수도 없게 되었네요... 다시 한 번 여러분께 죄송할 뿐입니다.



그런 부족함이 많은 스토리였음에도

정말 과분할 정도로 많은 호평을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제 글에 자신감이 많이 없었거든요...

내가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내게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그렇게 제 자신을 욕보이던 사람에게 '너는 할 수 있다' 라는 격려를 해주신 것 같아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웠어요.

몇 번을 말씀드려도 저는 부족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같은 말을 적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긴 글 별로 안 좋아하실 것 같아 최대한 줄여서 쓴다 했는데도 길어졌네요. 또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 요양 차 쉬고 있습니다만, 언젠가 또 여러분께 어떤 작품으로 인사드리게 될 날도 오겠죠?

그때가 되면-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 무명의 작가로 일하겠지만-다나에게 보내주신 애정을 담아 스킵 없이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여러분이 채워주신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할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추신1.



인증 겸 자랑 용 예림성우님께 받았던 사인입니다. 죽을 때까지 가보로 남기려 합니다.




추신2. 가끔 신세한탄 하는 트... 아니 x가 있는데 여기 남겨도 되나 모르겠네요. 나비 아부지도 공개했으니 저도 되겠죠...?


https://twitter.com/Antler_93



추신3. 중요한 걸 안 밝힌 것 같네요... 저는 글을 쓸 때 노래에서 영감을 엄청 많이 받습니다.


마침 정말로 절묘한 타이밍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분의 앨범이 나왔어서 정말정말정말 감사했습니다.




https://youtu.be/3XZLVtZeNFw?si=TH-WWtlxupYv16fI


리브와 다나의 이야기는 이 노래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가사 꼭 들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