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법정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장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학원 내부에서 운영되는, 학급 재판. 엄연히 따지자면 소위 말하는 법적인 효력은 없는 학생들의 자리였다. 


"...웃기지마!"

"어머, 이수연 양. 재판 결과가 그리도 불만이신가요?"


그러나 그럼에도 이 학급 재판의 당사자, 이예슬은 불만으로 가득한 얼굴로 소리치고 있었다.


중등부까지의 의무교육과는 달리, 고등부의 학급 재판은 나름의 강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재판 결과에 불복하면 심할 경우 퇴학 처리 당할 수도 있다던가.


그렇기에 엄정하게 내려진 선고의 내용은, 비록 법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 학원 내부에 있어서는 거진 절대적인 강제성을 지니고 있었다.


-빠득.


예슬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눈 앞의 학생회장을 노려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아가며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납득할 수 없어."

"헤에."

"뭔가, 잘못된거야. 난 분명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

"그 말은, 재판 결과에 불복하시겠다는...?"

"그, 그건...."


자신을 교실 곳곳에서 지켜보는, 여러 시선들이 교차한다.


예슬은 분명 수업을 땡땡이치고 다니는, 이른바 불량학생이었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평소 행실이 이 재판에 있어서 얼마나 불리하게 작용하는지 알고 있었다. 


비록, 이번만큼은 정말로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럼, 결정났군요. 이번 학급 재판의 결과로 이예슬 양은 이하 지정된 시설에서 사회봉사 60시간을 채워주세요. 이상."

"...큭."


여우같은 년. 분명 저 년이 무슨 수를 쓴 거다. 예슬은 별 다른 반론도 하지 못한 채, 차가운 시선들을 마주하며 그 자리에 멈춰서 굳어버렸다.


몇몇의 여학생 무리들이 옆을 지나며 자신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을, 그저 묵묵히 전해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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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의 상벌제도. 


엄격한 교육 과정과 정돈된 규율에 따라 아이들을 처벌하는 사회의 시스템.


사회적으로 각종 사건 사고를 끊이지 않고 일으키는 아이들에 대한 이슈가, 언론을 타고 점차 가열되기 시작할 때 즈음, 사회는 여러가지 변화를 거쳐 지금의 상벌제도를 만들었다.


학원이라는 작은 시스템 안에서, 초등부와 중등부는 선생님들로 하여금 예의범절과 사회 도덕에 관한 가르침을 받았으며, 이를 잘 지킬 시 상점을, 반대로 어길 시 벌점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부여받은 벌점은 교육부로부터 내려진 방침에 따라 정해진 횟수의 체벌을 학생들에게 시행하도록 되어있었다.


누군가는 이마저도 부조리하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 정도는 약과였다. 초중생들은 의무교육이라는 명분 하에 퇴학까지 당하는 일은, 어지간해서 없었으니까.


문제는 예슬과도 같은 고등부. 중등부를 졸업하고 새로운 교복을 입어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의 행동에 직접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었다.


고등부의 학생들은 자기들 스스로가 학급 재판을 형성하여, 문제아들의 처분을 맡게되었다.


그 와중에 예슬은 학원 내에서 문제아로 이름 높은, 제법 노는 아이에 가까웠다. 한 가지 다른 문제아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바로 그녀가 지켜야 할 선을 잘 넘지 않는다는 것.


그렇기에 학원의 선생이나, 다른 학생들은 예슬에 대해 고깝게 생각하는 일은 있어도 별 다른 터치는 하지 못했다. 규정에 따른 처벌 외에, 학생에게 직접 손을 대는건 룰 위반이니까.


애초에 고등부 학생들의 자립심을 기르기위해 학급재판이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걸쳐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상벌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지금의 시스템이었다.


예슬은 이러한 점을 잘 악용하여 위험한 순간을 매번 빠져나왔다.


하지만, 함정에 빠진 걸까? 순탄대로의 학창생활을 보내던 예슬은 마침내 한 가지 혐의로 학급재판에 서게되었다.


그것은 바로 '교내 흡연'. 말 그대로 학교 교사 안에서 담배를 폈다 이 말이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체육 시간이 끝나고, 탈의실의 락커 룸에서 담배 갑이 하나 툭 떨어졌고, 이걸 주변의 모든 학생들이 목격했다. 따라서 직접 예슬이 교내에서 담배를 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원래부터 별로 좋은 인상을 타인에게 주지 못하던 예슬이었다. 그녀는 주변 학우들의 고발로 학급 재판에 강제로 끌려나와, 결국 사회봉사 60시간을 달성할 것을 명령받았다.


이를 어길 시, 강제 퇴학. 


'너, 너무 나대고 다녔어. 적당히 했어야지.'


예슬과 늘 대립하던 학생회장은 그 사실을 예슬에게 경고한 것이었다.


"...젠장!"


아무리 화를 내봐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예슬은 괜히 애꿎은 샌드백을 발로 차가며, 시간을 뻐기던 체육관의 창고에서 걸어나갔다.


'내가 왜 이런 꼴이....'


그녀의 복장은 현재 학원 공식의 체육복이었다. 흰색 상의와 통풍이 잘되는 짧은 반바지. 주변의 아이들도 모두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모두 하나같이 긴장해서는, 영 진정하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예슬은 가만히 침묵하며, 교사들 중 하나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


"...학급 재판에서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학생들은 모두 일렬로 서주세요."


잠시 뒤, 오피스룩의 한 여교사가 예슬이 있는 학생들의 무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사원증과 같은 목걸이 형식의 물건을 한 학생에 하나씩 배부하였다.


"지금 전달받은 것을 목에 걸어주세요. 그걸 목에 걸고 있는 동안 여러분은 사회봉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주변에 알리게 됩니다."


사회봉사라 해도, 기본적으로는 학급 재판에서 처벌 선고를 받은 이들의 모임. 보통 여기서 말하는 사회봉사란 주로 체벌 관련 업무를 배정받는다.


즉, 이걸 목에 건 학생들은 하나같이 지정된 장소에서 혹독한 벌을 받는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 사실을 깨달은 여학생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누군가는 몰래 훌쩍이기까지 했다.


"각 관공서에서 먼저 픽업한 뒤에, 여러분을 목적지까지 안내할 거에요. 가서 아무쪼록 민폐를 끼치거나 하지마시고, 부디 정해진 업무에 따라 순종적으로 행동해주세요."


이미 몇몇 어른들이 체육관 뒤의 작은 스페이스에 승합차등을 끌고 나온 상태였다.


학생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하나씩 하나씩 교사와 공무원들의 인솔에 따라 지정받은 차량에 탑승했다.


'...애미 씨발, 좆같네 진짜.'


예슬의 목걸이에 걸린 카드에는, '회초리 공장 불량 검출 및 평가' 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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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고 오늘은 1일차. 


예슬이 제일 먼저 방문한 것은 마을 한켠에 위치한 한 공장.


교육부 산하의 한 기관이 '교육 기관 내 규격 회초리' 의 생산을 의뢰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마을 곳곳의 학생들을 울게 만드는 매의 대부분이 생산된다니, 참으로 무시무시한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공장 직원들 중 하나가 다가와 학생들을 공장 내부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맡아주실 일은, 바로 저희가 생산하는 제품을 직접 몸으로 맛봐주시는 일입니다. 이는 여러분의 훈육 목적으로 진행되는 처벌이기도 하므로, 부디 진지하게 임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대답은, 없었다.


모두가 긴장했는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예슬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그럼 아래에 입은 걸 전부 벗어 옆의 바구니에 넣어주세요. 그리고 각각 지정받은 체벌대 위에 엎드려 주시길 바랍니다."


여기까지 와서 물러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이미 어느정도 각오를 마치고 온 몸. 혼자서 겁에 질려 벌벌떠는 아이, 남들이 듣지 못하는 목소리로 연신 욕을 쏟아내는 아이, 여러 여학생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예슬은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자신의 아랫도리를 전부 벗어, 바구니에 밀어넣고 체벌대 위에 쓰러지듯 엎드렸다.


"그럼, 구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처벌은 모두 합쳐 10대 씩, 각기 다른 회초리로 5세트 진행됩니다. 처벌 시행 이후에는 A부터E까지의 회초리 중, 어느 것이 가장 아팠는지. 어느 것이 가장 효과적인 처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등, 여러 질문이 적힌 설문 용지가 지급되니, 부디 성실하게 답해주세요. 만약 그렇지 못할 시, 패널티를 받게 됩니다."


전반적으로는 옆에서 보았을 때 삼각형 모양의 체벌대였다. 단지 위는 평평해서, 배를 깔고 눕기 좋도록 가죽으로 된 쿠션이 하나 얹혀져있었다. 


예슬이 가만히 멍을 때리는 사이에 그녀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학생들의 손목과 발목이 차례대로 가죽 벨트로 인해 구속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각 학생들의 좌측 뒤편에, 체벌용 머신이 하나씩 자리잡았다. 


"본 설문에 앞서서, 각 회초리가 비슷한 체벌 경험을 경험할 수 있도록, 본 처벌은 동일한 강도의 스윙이 설정된 체벌용 머신으로 진행됩니다."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모두 자리를 떠나갔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찾아오는 정적.


남아있는 학생들의 긴장이 이 자리를 모두 채운다. 예슬은 바닥이 보이는 상태로, 완전히 체벌대 위에 배를 깔고 엎드린 상태였지만 좌우를 살필 수 있었다.


"씨발, 내가 왜...."

"흑, 으흑...."


좌우에서 각기 다른 여학생이 눈물 젖은 소리를 내며 공포에 떠는 모습이 보였다. 각 학생들은 좌우 학생들의 얼굴을 원하기만 한다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처벌이 시작되었다.


-하나.


-짜악! 


"아악!"

"흡...!"

"꺄아아악! 엄마!"


이 일대를 메우는 각기 다른 체벌의 반응. 나란히 줄지어 세워진 엉덩이에, 각각 한줄의 가로로 된 붉은 선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둘.


-짜아악!


"아아악!"

"으읍, 아파!"

"흐으윽! 흐윽!"


모두가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예슬은 어떻게든 겨우 소리를 입밖으로 내는 것만큼은 참고있었다.


그렇게 각 회초리마다 10대 씩, 총 다섯 세트. 50대의 매가 소녀들의 둔부를 잔인할 정도로 괴롭혔다. 끝날 때 즈음에는 비명을 지르다가 목이 쉬어버린 학생이나, 욕을 하다가 결국 잘못을 빌며 개과천선하려는 학생 등. 여러 인간군상이 이곳에 모여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흑, 큭, 으윽...!"


하지만 예슬은 어떻게든, 버텨냈다. 꼴 사나운 모습같은건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제 겨우 단 한번의 사회봉사일 뿐이다. 앞으로 수 없이 많은 치욕과 고통의 나날이 예슬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럼, 이제 다들 앉아서 평가지를 작성해주세요."


예슬은 안내받은 책상에 앉아 붉어진 엉덩이를 그대로 다 드러낸 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리고 공장에서 전달한 설문조사의 내용을 최대한 성실하게 작성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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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사회봉사교실에 참가하고 나면, 그 다음 활동은 적어도 일주일 후에 참가 가능하다. 


당연하지만, 연속된 처벌은 체벌대상자의 신체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슬은 학원에서 지급받은 연고를 엉덩이에 발라가며, 일주일 내내 의자에도 제대로 앉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며 피부 상태를 관리해야만 했다.


그리고 다 다음주나 되어, 겨우 상처가 나았다. 이는 또 다른 처벌의 예고를 의미했다.


'...이번에는 보육원인가.'


이번 주의 체육관 모임에서도 별 다른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처벌 대상의 아이들이 한 줄로 모여, 각기 목걸이를 지급받은 뒤 카드에 적힌 곳을 향해 차를 타고 이동한다.


이번에 예슬이 부여받은 봉사내용은 바로 '보육원 내 보조활동'. 


예슬은 처음 봤을 때 고개를 갸웃했지만, 별 다른 의문을 표하지 않은 채 지정된 장소인 모 보육원으로 이동했다.


도착하자 데려다 준 공무원은 보육원 교사와 여러 이야기를 나눈 뒤, 자신의 일을 하러 다시 관공서 방향을 향해 운전하며 멀어졌다.


'이번엔, 나 혼자인가?'


그 말은 이번 처벌은 예슬 그녀 혼자 받게 된다는 것. 예슬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가슴 한켠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일렀다.


"저, 이예슬 학생이신가요? 이번에 봉사활동 관련해서 오신...."

"네, 저 혹시.... 보조활동이라 적혀있던데 구체적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하게 되는건가요...?"

"아, 네 그렇군요. 제대로 된 설명이 아직이었네요. 잠시만 의자에 앉아서 기다려주시겠어요?"

"네, 네에...."


이제 막 20대 중후반쯤 되었을까, 보육원 교사는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잠시 자리를 뜨더니, 무언가 옷가지들을 바구니에 정돈한 채로, 잔뜩 담아서 가져왔다.


"이거, 입어주세요."

"...네?"


그것은, 유치원 복. 그것도 성인 사이즈의, 조금 큰 유치원 복이었다. 


예슬이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가만히 시선을 피하자, 보육원 교사는 예슬의 업무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저, 사실 저희 보육원이 지어진지 얼마 안돼서요.... 아직 유치원에 다닐 나이의 아이들밖에 없어요.... 근데 요즈음 들어 아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기 시작해서, 어떻게 하면 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봉사 인원을 신청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이랬다. 예슬은 말을 안듣는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벌을 받는지, 본보기로 보여지기 위해서 이곳에 오게 된 것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부정한 짓을 저질러, 학급 재판을 통해 봉사 명령을 받았기도 하였다.


"만약 거부하신다면 상관없어요....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저도 학생이 다니는 학원에 보고할 수 밖에는 없지만요.... 일단은 예슬 학생의 처벌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말을 저도 들었어요. 그래서 가능하면 손대중 없이, 시연때는 제대로 혼내려고해요. 그냥 현실성있는 연극이라고 생각하세요."

"그, 그런 말을 갑자기 꺼내셔도...."

"거부하시지 않을거라면, 지금 당장 그 옷을 입고 준비해주세요. 시간은 촉박하거든요."


우물쭈물하면서도 타협없는 목소리로 할 말은 다하는 그녀였다. 만약 봉사활동 중에 무언가 실수를 범한다면 더 큰 처벌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가중처벌이란 녀석이다.


예슬에겐 전교생 앞에서 알몸으로 엉덩이를 맞을 각오따윈 되어있지 않았다.


"...네, 알겠습니다."


결국, 예슬은 눈을 질끈 감고 정해진 대로의 일을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예슬은 그 자리에서 옷을 전부 벗어, 아래로 끌어내렸다. 흘러내린 옷들은 하나같이 차곡차곡 접어 바구니에 집어넣은 뒤, 지정된, 정말이지 치욕스럽기 짝이 없는 이 유치원 복을 몸에 걸쳤다.


"...아윽."


몸은 고등생, 그렇지만 복장은 유치원생. 그 상태로 미리 준비된 각본을 들어가며, 치욕의 쇼를 준비하는 예슬.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예슬은 그 몰골 그대로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아이들이 지켜보는 무대 한 가운데에 끌려나갔다.


"...여러분, 오늘은 옆에 있는 한 사립 여학원에서 예슬 언니가 와줬어요. 예슬 언니는 언니지만, 학원 안에서 나쁜 짓을 많이 저질러서 눈물 쏙! 빠질 때까지 혼이 나려고 여기까지 왔답니다. 우리 어린이들은 나쁜 예슬 언니처럼 혼나지 않게, 평소부터 어른들 말씀을 잘 들어야해요. 알겠죠?"


""네에!""


십 수명에 달하는 어린 아이들의 시선이 유치원 복을 입은 예슬의 모습에 주목된다. 예슬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서 마치 열을 가한 철판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럼, 이제부터 예슬 언니가 잘 반성할 수 있게 지켜봐주세요. 말 안듣는 아이가 어떤 벌을 받는지, 다들 똑똑히 기억해두도록 해요! 자, 이리 와주세요."


예슬은 보육원 교사의 손에 이끌려, 무릎 위로 엎드렸다. 때리기 좋게 둔부의 끝이 볼록 솟은 자세, 그 상태로 별 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의자의 다리를 잡는다.


"총 100대, 크게 잘못한 만큼 최대한 세게 때릴거에요. 우리 언니가 울면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도록 선생님도 최선을 다할게요."


스륵, 스커트의 안쪽으로 내려지는 곰돌이 무늬의 팬티. 그리고 아이들의 앞에 완전히 드러난 예슬의 맨 엉덩이. 새하얗고 탐스러운 두 둔덕의 과실이 참기 힘든 수치심과 공포에 조금씩 경련하고 있었다.


"...만약에 잘못을 했으면 이럴 때 뭐라고 해야하죠?"

"자, 잘못을 범한 저를 부디 호되게 혼내주세요. 엉덩이를 때려서 반성시켜주세요...."

"좋아요. 잘했어요. 자, 그럼. 이제 시작할게요."


선생님은 예슬의 머리를 잠시 쓰다듬은 뒤, 심호흡을 했다.


한껏 허공 위로 치켜올려진 손바닥. 그리고 잠시 텀을 두고 떨어지는 스윙.


-찰싹!


말하던 것만큼 강하지는 않은, 하지만 충분한 고통을 부여할 정도의 메마른 타격이 예슬의 둔부에 진동했다.


"읏, 으읏...."


-찰싹! 찰싹!


"긋, 으윽. 아...."


-찰싹! 찰싸악!


"아, 아파요. 선생님....아아...!"


처음부터 그다지 위험 수위는 아니었지만, 횟수를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강해지는 엉덩이의 통증.


새어나오던 신음소리는 점차 데시벨을 올려서, 아이들의 앞에서 만큼은 결코 비명을 지르지 않겠다 다짐하던 예슬의 입에서 꼴사나운 소리가 점차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끝부분부터 붉게 물든던 양 복숭아가 딱 먹기 좋게 물들어서, 피부의 선단부터 열을 띄며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흔들린다.


-철썩! 찰싹!


"아악! 읏.... 끄윽! 으응...!"


의자 밑부분을 잡은 손에는 점차 힘이 들어가고, 예슬의 얼굴에는 조금씩 울상이 피어난다. 


이제 막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건지 파르르 경련하는 눈썹과, 좌우로 요동치는 허벅다리의 떨림. 선생님이 내려치는 스윙의 강도가 점차 그 힘을 더해감에 따라 예슬의 발차기도 점점 격렬하게 변해갔다.


허공을 발로 힘차게 걷어내며, 삐걱거리는 의자 위에서, 선생님의 무릎 위에서 엉덩이를 맞는 이예슬의 모습은 참으로 처량했다. 


아이들은 눈 앞에서 나일 먹을대로 먹은 언니가 마치 유치원생마냥 선생님께 엉덩이체벌을 받는 걸 지켜보며, 조금씩 키득대기 시작했다. 


예슬은 아픈것도 아픈거였지만 아이들의 이러한 반응으로 인해 수치심이 배는 더 많이 느껴졌다. 그저 빨리 이시간이 지나갔으면, 어서 끝났으면. 예슬이 가진 내면의 목소리는 그저 한없이 울부짖을 뿐이었다.


-찰싹! 


"흐응! 잘못했어요! 제, 제발! 용서해주세요...!"


이번 연극을 위해 사전에 미리 외워놨던 대사. 하지만 예슬은 반쯤 진심이었다.


학원 제일가는 불량아가 어린 애들의 교보재로, 심지어 이런 식으로 쓰이게 될 줄이야. 다른 반 학생들이 이 자리에 없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예슬은 생각했다.


-찰싸악!


"백. 다 끝났어요. 제대로 반성했나요?"

"흐윽, 네.... 앞으로는 다시는 반항하지 않을게요.... 흐윽, 흐어엉...!"


교사의 손은 제법 매웠다. 아니 꽤 많이. 그러나 공장에서도 그 혹독한 처벌을 받아가며 눈물을 흘리지 않던 예슬이, 이 자리에서 눈물을 흘림은 주로 수치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흐아앙...! 흐극! 아아아으...!"

"잘 참았구나. 이리 오렴. 안아줄게."

"으윽! 아흑...!"

"옳지 옳지...."


선생님의 무릎 위에서 오열하는 예슬. 그녀의 엉덩이는 선생님의 손자국으로 가득 뒤덮혀, 매우 아파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