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깊은 산 속 어느 마을엔 꼭두각시라는 이름을 가진 처녀가 살고 있었다.

꼭두각시는 마음씨가 곱고 성실하였으나 그 모습이 볼품이 없어 결혼을 하지 못 하여 늙은 홀아비와 함께 사는 처지였다.

이 꼭두각시의 외모가 어떠한가 하면

광대뼈가 툭 하니 튀어나오고, 퉁방울처럼 불거진 둥그런 눈에 몸이 절구통 같으니 참으로 보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게다가 살림 역시 가난하기 이를 데 없으니, 서른이 되도록 처녀로 늙어갈 수밖에 없을 노릇이다.



어느 날 우연히 산 너머에 있는 마을의 매파가 목도령이란 자가 배필을 구한다며 소식을 보내왔다.

꼭두각시의 아비는 무척이나 기뻐하며 승낙하였으나, 두 해가 지나도록 그 소식이 없었고 그동안 꼭두각시의 아비는 세상을 떠났다.



아비의 장례를 치른 후 꼭두각시는 목도령을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끝 없는 산속을 헤매다 날이 저물어 갈 때쯤 우연히 발견한 작고 낡은 오두막집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이 집이 바로 그 목도령의 집이었던 것이다.

목도령의 살림 또한 꼭두각시의 처지와 다를 바 없어 장가 밑천을 준비하기가 어려우니 소식이 올 리가 없던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며느리가 될 이가 스스로 찾아왔으니 목도령의 아비는 실로 기쁘기 그지 없었다.



곧 오두막집으로 한 사내가 들어오니, 바로 목도령이었다.

그는 심한 곰보 얼굴에 팔다리를 심하게 절며 등이 굽은 곱추였다.

꼭두각시는 그런 목도령을 보고도 마음이 동하여 곧바로 혼례를 하기로 하였다.



혼례를 한 직후부터 둘은 함께 일하며 어느 정도 밑천이 모이기 시작하였다.

논과 밭 그리고 소를 사서 어느 정도 살림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

허나, 그들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 하였으니

하필 그 지방의 사또가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탐관오리였던 것이다.

지독히도 세를 뜯어가니, 곧 부부가 일구어놓은 것들은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었다.

또한 둘의 외모를 보며 은연중에 따돌리던 마을의 야박한 인심까지 더해져 그들은 어떠한 도움도 받질 못하였다.

결국 부부는 첫 자식을 떠나보냈으며, 곧 마음의 병을 얻은 목도령의 아비마저 손자의 뒤를 따랐다.



도저히 살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 꼭두각시와 목도령은 피눈물을 흘리며,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연을 끊기로 하였다.

그러다 어떤 막집을 발견하여 잠시 머물고자 하였는데 그곳엔 어느 노파가 있었다.



노파는 꼭두각시와 목도령의 이야기를 들은 뒤, 참으로 안타깝게 여기며 주먹밥과 물을 건네주었다.

주먹밥엔 푸른 나물이 섞여 있었으며, 물은 기이한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날이 밝아 다시 길을 떠난 꼭두각시와 목도령은 곧 시장하여 어제 받은 주먹밥과 물을 먹게 되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잠이 쏟아져 곧 둘은 깊은 잠에 빠지게 되었다.



눈을 떠보니 눈앞엔 잘 일구어진 밭이 있었고, 의아함에 서로 바라보다 깜짝 놀란 둘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비볐다.

꼭두각시는 선녀라도 된 듯 아름다운 외모로, 목도령은 튼실하고 잘생긴 청년이 되어있던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그곳에서 지내던 중 밭을 일구다가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어 확인해보니 어느 호리병이 있었다.

딱히 쓸 곳을 몰라 처마에 걸어놓고 다시 며칠이 지났을까

웬 땡중이 그 깊은 산 속의 꼭두각시와 목도령의 거처에 시주를 오게 되었다.

게걸스럽게 밥을 먹던 땡중은 처마에 걸린 호리병을 보고 갑자기 대경실색하며 둘에게 어디서 난 것인지 물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전한 꼭두각시와 목도령은 이내 땡중이 하는 말을 듣고 두 눈을 번뜩이며 크게 웃었다.

땡중은 꼭두각시와 목도령의 모습을 보며 공포에 떨었으나, 그 뒤의 일은 알 수 없을 따름이었다.



꼭두각시와 목도령은 호리병을 들고 곧바로 마을로 향했다.

마을에 도착한 꼭두각시와 목도령은 마을 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몰려든 마을 사람들 하나하나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리고 호리병을 거꾸로 든 채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후 마을에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그 기록은 찾을 수 없으나,

전해지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어떤 이는 차마 그 모습을 더 볼 수가 없어 스스로 눈을 파내었고

어떤 이는 입을 꿰매어 말하기를 스스로 금하였고

어떤 이는 귀를 달군 쇠로 찔러 듣기를 거부하였다고 한다.

나머지 이들에 대한 것 또한 차마 말하기에 참담하기 그지없어 쉬이 전해지는 일이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