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요, 학생. 우선 이 외진 산장의 관리직에 선뜻 지원해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방학이라 여유가 많았다고 했지만 역시 학생 같은 젊은이들이 이런 장소에서 2달을 홀로 고립된다는 것은 보통 결심으로 내릴 결정이 아니었겠지요.


 아무튼 편지에는 며칠 전 말했던 대로 학생이 이곳에서 일하면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수칙들을 적었어요. 부디 3일 안에 모두 외우고 절대로 어기지 마세요. 미신이나 믿는 늙은이의 헛소리라고 치부하지 말아줘요. 제발 부탁 드립니다.




 우선 학생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계를 확인해야 돼요. 전날 몇 시에 잠에 들었든 상관없지만 학생이 만약 오전 10시 이후에 일어났다면 학생은 그날 절대 산장 밖으로 나가면 안됩니다. 제발 나가지 마요. 제 말은 아예 학생 방이 있는 건물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거에요. 산장 울타리 안에도 있으면 안돼요. 그날은 무조건 건물 안에만 있어요. 창문도 열지 마. 그리고 절대 3일 이상 연속으로 10시 이후에 일어나지 마세요. 만약 그렇게 될 것 같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10시까지 깨어있으세요. 그렇게라도 해야 돼요.


 오전 10시 이전에 일어났다면 학생은 일어나서 아침을 먹기 전에 건물 뒤편에 작은 굴 있죠? 덮개가 덮여져 있는 거기요. 거기로 가서 굴 안을 들여다 보세요. 산장 때문에 거기는 햇빛이 잘 안 닿으니까 손전등을 써서 본다면 일이 훨씬 수월할 거에요. 아무튼 굴 안쪽의 상태에 따라서 학생이 할 일이 달라져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읽어봐요.


-아무것도 없다면 다시 덮개를 하고 돌아가면 돼요.


-비린내가 나는 붉은 액체가 조금이라도 찼다면 바로 옆에 토끼 사육장과 닭장이 있죠? 거기서 각각 한 마리를 꺼내서 굴 안에 넣어줘요. 녀석들이 간혹 다시 밖으로 나오려고 시도할 수도 있는데 그러지 못하게 하고 덮개로 입구를 막아줘요. 우리 안에 있을 때와 다르게 필사적으로 날뛸 거에요. 하지만 절대로 빠져나오게 하면 안돼요. 만약 빠져나왔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집어넣어요.


-덮개를 열기도 전에 안에서 바람 소리가 들린다면 옆에 있는 누름돌을 덮개 바로 위에 똑바로 올려둬요. 10시 전에 올려야 합니다.


-덮개가 치워져 있다면 당장 산장 안으로 들어가요. 그리고 그날도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말아요.


이 일만 끝낸다면 점심시간까지는 별 거 없어요. 계약서에 적힌 근로만 해주시면 돼요. 수고했어요, 학생.


 점심을 다 먹었으면 매주 월, 수, 금요일에 정문을 따라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탄광이 있지요? 삽이랑 가죽 장갑을 챙겨서 거기로 올라가요. 20분 정도 가면 흰 표지판이 나올 거에요. 거기서 잠깐이라도 다른 길로 가지 말고 무조건 왼쪽으로 빠져서 다시 1시간 정도 올라가요. 그러면 작은 폐탄광 입구가 보여요. 탄광 안에는 단 한걸음도 들이지 말고 아래의 글에 따라 행동하세요.


-입구에 쳐진 금줄을 잘 살펴봐요. 줄이 낡았거나 끊어진 흔적이 있다면 제가 알려준 번호로 연락해서 그 사실을 알려줘요. 연락할 때 절대 번호 하나라도 잘못 누르면 안돼요. 꼼꼼히 확인해.


-입구 주변이나 안에 사람이 보이거나 인기척이 느껴진다면 그 사람한테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적당히 멀리 떨어져서 잘 살펴봐요. 폐탄광까지 길이 아직 폐쇄되지 않아서 등산로를 따라 들어온 평범한 등산객일 수도 있지만 만약 그 사람에게서 평범한 등산객의 범주를 벗어난 외형이나 분위기가 느껴진다면 그날은 탄광에서 작업하지 말고 곧장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세요. 이때 그 사람이 학생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절대 뒤를 보이지 마요. 등산로가 평탄하니까 뒷걸음질로 잘 빠져나갈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그 사람이 학생에게 말을 건다면 절대 대답하지 마요.


-입구에서 검은 오수가 흘러나온다면 장갑을 끼고 삽을 이용해 흙으로 오수를 덮어요. 금줄의 경계선까지만 덮으면 돼요. 다 덮었으면 오수가 더 흘러나오지 않게 금줄을 따라서 작은 흙담을 쌓아줘요. 이때 조심해요. 절대 오수가 학생 몸에 직접 닿으면 안돼요. 옷에 묻는 정도는 상관없지만 절대 몸에 닿으면 안돼요.


 다음 일은 금요일에 한번만 해주면 돼요. 이날은 물 최소 2L와 수건 한 장도 챙겨가요. 탄광으로 향하는 갈림길까지 돌아간 다음에 왼쪽으로 꺾어요. 산장에서 출발했을 때를 기준으로 정상으로 향하는 길로 가면 돼요. 2시간 정도 올라가면 크고 넓은, 평상처럼 생긴 바위가 나와요. 그 바위 위를 잘 보세요. 그리고 아래에 나온 대로 행동해요.


-바위에 크고 비린내가 나는 붉은 반점이 있다면 가지고 온 물을 뿌린 후 수건으로 닦아줘요. 붉은색이 아예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닦아야 해요.


-붉은 반점을 닦는 동안 어떤 소리가 들려도 들리는 티를 내지 마요. 그게 설령 학생의 가족이나 기타 아는 사람 목소리여도 말이에요. 대답하지 마요.


-혹시 머리나 어깨에서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도 그 부위를 만지거나 고개를 들지 마요. 다 닦기 전에는 고개를 들지 마요.


 여기까지 다하셨다면 축하해요, 학생. 평범한 작업들 외에 수칙들을 모두 수행한 거에요. 이제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듭 부탁할게요. 제발 이 편지의 내용을 어기지 마요. 이런 작은 산장 관리직에 그 많은 돈을 왜 주겠습니까? 제발 부탁할게요. 어기지 마세요. 


 아,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조언인데 밤에 절대 커튼이랑 창문 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