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난 작년에 파묘 광고 첨 보고 나서 엄청 기대해서 혹여 모를 스포 방지를 위해 광고는 커녕 소식도 안 찾아보다가 이번에 친구 아버지 돌아가시고 일 여러모로 겹쳐서 늦게 보게 됐음. 그만큼 엄청난 기대를 해서 좀 많이 실망했어. 일단 실망한 이유를 적어볼게. 


일단 중반부까지가 너무 좋아. 그게 오히려 독이 되어서, 후반부로 가면 장르 드리프트로 인한 용두사미가 너무 심했어.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상대하는 막막함, 그리고 옥죄어오는 음습한 느낌과 '창문 열어' 씬 등은 아주 좋았음. 그래서 '진짜 내 기대에 부응하는구나...' 하고 만족스레 보고 있었어.


그런데 중후반부로 가면서 갑자기 뜬금없이 장르가 웰메이드 오컬트 스릴러에서 귀멸의 칼날로 변함... 그래도 거대한 관을 꺼낼 때까진 그 관의 정체에 대해서 궁금증이 유발되었거든. 그 관의 주인이 오오요로이를 입은 거한이고, 모종의 사유로 첩장되어 있었으니까 더욱 궁금하지.


그런데 그 관을 심은 이유가 일본이 조선의 척추를 끊기 위해 심었다, 이런 내용이 나오니 그 전에도 보여준 쇠말뚝이 생각나더라고. 결국 아니나다를까 일본이 한국의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았다는 얼토당토않은 괴담을 이용한 거였다는 거 알고 여기서부터 난 팍 식었어. 이 다음 전개부터는 내가 귀칼을 보는건지 명량을 보는건지 모르겠더라. 


그리고 내가 직업군인해서 그런지 안 그래도 이북 보이는 고성 땅에서 일본의 귀신 (오니)이 '북으로, 북으로 전진!' 하는 것을 보고 이 감독이 부정적으로 다루는 일본의 군국주의와 이북을 대하는 보수적 가치관을 지닌 이들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거에서는 정말 이게 의도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나 싶더라... (이건 정말 내 주관이니까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


그 외에도 세키가하라에서 죽은 쇼묘도 아니고, 군소 무장이나 아시가루, 잡졸도 아니고, 무려 다이묘 급이나 되는 무장을 그렇게 오니로 마개조해서 '식민지' 조선땅에 갖다 다른 것도 아니고 첩장 식으로 묻어버린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거라 걸리기도 했음. 1만을 죽인 다이묘라고 하는데, 그 정도면 그 다이묘 출신 지역에서 이미 하나의 신위로 받들고 있을 테고, 타 지역에서도 이름깨나 날렸을 정도의 다이묘인데 그걸 조선신궁으로 옮길 하등의 이유가 없거니와 그걸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그 다이묘의 후손들과 지역에서 쉽게 허할 리도 없고.


게다가 일본은 중국이나 한국의 풍수 문화가 없기에 그런 일을 굳이 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이미 오래전 사장된 쇠말뚝 괴담을 이용해서 어찌저찌 뭔가 만들어 보려고 한 티가 너무 역력해서 여러모로 그냥 평행세계의 일본이라고 생각하면 모를까 현실의 일본과는 너무 거리가 있어서 몰입이 깨지더라.


그리고 최민식 (극중 김상덕)이 유해진 (극중 고영근)과 쇠말뚝에 대해 대화할 때, 유해진이 '쇠말뚝 썰은 이미 구라로 밝혀졌고 99가 측량용이다' 라고 하자 최민식이 '그럼 나머지 1은?' 이러는데 이건 정말 사장된 음모론에 어떻게든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가 너무 역력했어. 



그냥 뇌 빼고 보면 좋은데 난 너무 기대하고 봤어서 정말 안 좋게 보였음... 참 여러모로 아쉽더라. 여러모로 내 주관적인 내용이고 재밌게 본 사람도 많을 거야. 나도 중반부까진 정말 재밌게 봤고 그래서 실망도 컸어. 그래서 참으로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