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봄

이즈미 쿄카

 




이전 무사들이 살던 동네에 황폐해진 토담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그곳은 눈이 녹은 지 얼마 안 된 산마을로 여기저기 돌이 굴러다니는 좁은 길이 희미해지며 한 줄기 연기처럼 황혼 녘에 사라져 간다.

음력 3월 말부터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한꺼번에 꽃이 피니까 늘어선 담 안쪽으로 복숭화, 매화, 동백과 벚꽃이 어떤 것은 만개하고 어떤 것은 막 피어난 꽃으로 화려한 색과 향을 머금고 있다. 돌담의 풀에는 머위도 돋아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복숭아꽃을 처음으로 열거한 것은 옛날 이 일대는 복숭아조라고 하는 하급 무사들이 살던 주택이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 복숭아나무 중에도 유서 있는 나무도 아직 여기저기에 남아 있어서 화창하게 피어 있었던 것이 눈에 선해서 또한 그것이 매우 쓸쓸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여자가 학대당한 당시에는 전혀 생소하지도 않은 일이었지만 전설이 두 개나 겹쳐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통로라고 하기도 어렵고 꽃구경을 한다고 해도 이 근처에 명소가 많기 때문에 일부러 이런 뒷거리를 찾아다니는 사람은 없다. 낮에도 거의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대문에 젊은 처자가 보인다면 만약 대낮어어도 그것은 쓸쩍 토담에서 보이는 그림자가 아닐까 하고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한 것은 이 계절의 해넘이 시간에는 꽃구경으로 산에 놀러 왔던 달이 줄줄이 명소를 찾았다가 이 뒷길이 오카와에 걸쳐진 작은 다리를 건넌 다시 줄줄이 돌아오는 것이다. 

남자는 상반신을 탈의한 채 손을 축 늘어뜨리고, 여자는 화려한 기모노의 옷자락을 띠에 찔러 넣은 모습도 있고 이쑤시개를 입에 문 취객도 섞여 들뜬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 작은 길을 지나다니던 모습이 상상된다. 게다가 작은 다리를 건너는 발소리와 좌우의 토담에 마치 토담을 밟는 것처럼 잔잔히 울리고 그 소리가 확실하게 들리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면아직도 나는 선명하게 그 풍경이 눈에 떠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말한 낡은 작은 길은 우리 집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어 툇마루에서 바라보아도 2층 창문에서 몸을 내밀고 보아도, 게다가 시골이니까 판자 지붕에 올라가 둘러보아도, 실은 연결되어 지어진 많은 상점가와 떨어져 있어서 그 방향으로는 다리는 고사하고 강의 흐름도 보이지 않고, 작은 길 등은 혹시 보인다 해도 소나무와 삼나무에 가려 버린다. 원래 보이는 위치도 아닌데― 

처음에 말한 황혼녘에는 언제나 창에도 툇마루에도 한가득 펼쳐져 있는 강 저쪽의 산뿐만 아니라 동네에도 우리 집에 문에도 난간에도 미닫이에도 내가 있는 다다미에도 그리고 나의 그림자에도, 몽롱하게 동네 중에서 단 한 줄기 그 복숭아나무가 있는 낡은 작은 길만이 널찍한 파도가 있는 조용한 파란 바다에 끌려가는 배의 물띠처럼 나에게는 보이는 것이다. 

보이는 것과 동시에 즐거워 보이는 꽃구경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이 줄줄이 다리를 건너며 내는 발자국 소리가 다시 두두, 두두 올려 퍼진다. 게다가 계집애의 작은 소리라도― 호호호, 하고 들려오면 복숭아꽃의 색깔이 빨갛게 올고 해질녘의 벚꽃도 와스스 떨어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그곳에 가서 작은 길에 들어서면 쓸쓸해지고 기분이 상해 버린다.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고, 그늘조차 없었다. 

뭔가 기척은 있지만… 다리를 건너는 소리도 멀어져 들리지 않는다.

 

복숭아도 벚나무도 진홍의 동백도 짙은 안개의 둘러싸여 어둡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아련히 희미한 토담의 한 곳에 돌담을 기어오르려는 듯이 붙어서 진달래, 등꽃이 피기에는 아직 이른― 황량한 정원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모노를 입고 있는 머리가 둥그런 작은 열 살 남짓의 소년의 우두커니 보인다.


그 녀석은.. 나다.

흘린 듯이 멍해 있어서, 이미 충분히 날이 저물어 벽 저편의 나뭇가지 끝에 으스름달이 살짝 비스듬히 목욕을 마치고 나왔을 때처럼 얇게 어렴풋이 보이는 것도 그 녀석은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침 바람에 쓰러진 빈지문을 한 장 주워 갖다 걸어 놓은 것처럼 부서진 문이 목재 부분에 갈라진 곳이 많은 채로 닫혀 있다. 그곳을 소년은 들여다보고 있는 것인데, 가지와 잎 사이로 비치는 월광이 희미하게 나무문을 비춰 하얀 종이처럼 보이고 그 문턱에 ‘책 대여’ 라고 가나 문자로 물들인 글씨가 어렴풋이 보인다― 

종이가 나무 사이를 뚫고 나온 달빛이라면 글씨도 단지 꽃과 꽃망울을 단 복숭아 가지의 그늘을지도 모른다.

그곳에… 작은 길 구석의 숲이 무성한 곳에서 나뭇잎이 흔들리며 소리가 날 정도로 키가 크고 피부가 뽀얀, 몸집이 큰 여자가 옆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하고 나오는 길인 것 같아 보이는데, …화장 도구와 물기를 짜낸 수건을 들고, 이런 날씨라 그런지 상기되어 있는 데다 술기운도 더해서 비틀거리며 꽃을 둘러보면서 다가왔다.

새집에서 떨어진 새끼 부엉이 같은 소년에 비해서 여자는 거대한 화조다. 몸집 큰 여자의 대강 묶어 빗을 꽂은 풍성한 검은 머리의 빛나는 색깔과 피부의 대비는 실로 눈부시다.

“어머나, 신보구나.”

라고 불러쓴데도 소년은 여전히 멍하니 있다.

“얘. 신보.”

라고 부르며 여자는 소년의 불을 수건으로 슬쩍 스친다.

“앗!”

하고 소년은 매우 깜짝 놀라, 

“아. 아줌마”

그리고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모습으로 여자의 얼굴을 보고, 

“미안해요. 미안해요, 아버지에게 말하지 마세요.” 라고 동정을 구하며 말했다.

그곳이 기분 나쁘고 마가 낀 길이라고 하는데도 여자가 혼자서 목욕 다녀오며 지름길로 이용했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면 안 된다. 실은 이 아줌마이기 때문에 이 길을 지나가는 것이다.

 

비록 근처에 을 자처럼 구불구불한 작은 길에서 큰 길로 나가는 곳의 작은 2층집에 혼자 살면서 문에 점 간판을 내걸고 있는 그 아줌마 자신이 이미 신에 가까운 것이다. 여자이면서 점을 치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소년은 뭔가 알기 시작한 4,5세 경부터 부모로부터 들은 바가 있다.

몸집이 큰 아줌마는 소녀 시절에 이미 한 번 죽었지만 그 사흘째 밤중에 소생한 것이다. 아줌마는 이미 그때부터 술을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분명 자신은 취해서 잠들어 있었던 것처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힘이 세서 관 뚜껑을 우지끈 들어 올렸을 것이고 신부 머리를 하고 있었다고 하니 한층 대단했을 것이다.

“지옥도 보고 왔어”―라고 하는 아줌마에게 극락은 간단하게 갈 수 있는 곳이고 점괘 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게다가 어릴 적에 글을 배워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오경, 문선은 술술 읽어 내고 글씨도 잘 쓴다. 한번 저세상에 다녀온 뒤로는 불교에도 관심을 갖고 좌선도 했다고 한다. 

이 아줌마는 공부하러 다닐 즈음부터 소년의 아버지와도 학우여서 그렇게 자주는 아니지만 지금도 가끔 왕래를 한다. 소년도 심부름을 와서 과자를 받은 적도 있고 아줌마가 점을 보는 칠성 자수를 한 검은 막이 걸린 방도 알고 있다. 

그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이 가려진 작은 길도 알게 된 것이다.

 

이 신 같은 아줌마가 작은 길의 출구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만일 이상한 것이나 무서운 것이 나와도 그것은 아줌마의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냥 안심이 되어 소년은 언제부터인가 어린이 주제에 이 장소를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학교를 빠지고 요상한 나무문에 ‘책 대여’라고 쓰인 정원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아버지의 지인에게 들킨 것은 덴구를 만난 것처럼 두렵다.

“안으로 들어와, 자, 같이―”

친절하게 등 밀었을 뿐인데 소년은 목덜미를 잡혀 끌려가는 기분이 들어 손발을 움츠리고 공중을 걷는 느낌이었다. 

“살은 쪘어도 목욕 후라 한기가 느껴져... 벌서 봄이지만 저녁은 아직 추워.”

라며 서랍에서 방한 외투를 꺼내 입고 빨간 긴 담뱃대를 한 손에 들고

“신보― 그런 곳에서 혼자 뭐하고 있었어? 아줌마가 점 봐 줄게. 2층에 올라와.”

 


달, 별을 좌우의 막에 제단을 뒤로하고 시경, 사서, 21사, 13경 주소 등의 책이 들어있는 책 상자가 즐비하게 있는 책상을 앞에 두고 방석에 앉아 덮개가 있는 화로를 끌어당겨 신보의 얼굴을 보았다. 

아줌마는 통통한 볼로 실실 웃으면서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고 나서 둥그런 팔꿈치를 괴고 천 안경이라고 하는 것을 들고 바짝 이마에 대었을 때의 소년은 깜짝 놀라 부들부들 떨었다.

오카와의 물소리가 들려오고 옆 동네의 언덕의 소나무 가로수 길에 바람이 지나갔다.

“…대본. ―쓸데없는 짓을 배워서, 어린 녀석이, 이런 이상한 곳까지 와서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 여기저기 동네의 책방을 다 돌아다녔음에 틀림없지, 아버지가 걱정하시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지,…신보, 아줌마 무릎 옆으로.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지. 저런 뒤쪽 토담의 부서진 나무문의 대본의 벽보라고?…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방금도 아줌마가, 어, 신보, 뭐하고 있나 잠깐 보았는데 그런 벽보는 전혀 

없었어, 

―뭐라고? …낮에 와서 보면 아무것도 없어? …날이 저물고 밤에 잘 보인다고? 

그것 봐, 신보, 네가 서 있던 저 토담 안에는 이미 집은 없고 풀만 무성해. 아무도 없어. 황폐한 정원에 오래된 사당이 하나 남아 있지…”

라고 말하고 문득 혼자 끄덕였다.

 

“이 녀석,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해야 할 때의, 부모가 하지 말라는 것을 듣지도 않고 정신 팔려서 열중하니 마가 들었구나. 있을 법한 일이지. …가지의 모양, 풀의 그림자에도 대본의 글씨가 보이지. 

신보, 무서운 곳이다. 저곳은 무서운 곳이야. ―잘 들어, ―두려워서 혼자 돌아가기 어려우면 그래, 그래, 아줌마가 동네 오르막길 강둑까지 데려가 줄게.

―구번 때는 저 하급 무사 주택에 충의를 지킨 사무라이가 있어서 주인의 불치병은 사(巳)년 사(巳)월 사(巳)일 사시에 태어난 젊은 여자의 생간으로 고칠 수 있다고 해서― 자주 있었던 일이지. 

나중에 주인이 몰래 돈을 지불했겠지만 돈은 아끼지 않고, 당시의 일이니까 인신매매로 그 연월이 맞는 젊은 여자를 찾아냈지. 있으려나, 제물을 놓는 단은 없었겠지. 

빈지문에 그 여자를 나체로 걸쇠로 걸었다지. 

…이거이거, 참, 들어 봐. …하얀 배를 푹 찔러서 열었지…기다려 봐, 저 나무문에 세워 걸어 둔 문은 

그 빈지문일지도 몰라.”

“으,으,으.”

소년은 놀라 숨죽였다.

 

“잔혹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지 마. ―들어 봐, 그러고서… 생간을 꺼내어 항아리에 넣고 무사 주택의 신하는 목욕재계하고 주인의 저택에 가져가지. 의사가 확인하고, …중요한 약이니까, 확인차 생간이 진짜라는 것을 보이려고 그 앞에서 열었더니, …피로 물든 간이라고 생각한 빨간 것이 쌀겨 주머니였어. 

사향이 들어간 향주머니였을까? 

아마 너는 모르겠지, 여자의 피부를 씻는 거야… 어떤 사람은 휘파람새의 변으로 목욕하지, 쌀겨 주머니가 새삼스레 흠뻑 젖어서 나왔지. 어차피 자신의 병을 위해 여자의 생간을 취하려 했던 주인인걸….

간이라고 알고 가져온 부하는 돌아가서 배를 가른 여자의 시체를 씻을 틈도 없이 피 범벅이 되어 아직 움직이고 있는 손발을 푸드득거리며 주인 앞에서 벤 거야.

 

지금의 사당은… 그 이전부터 있었다고 하지만 그 뒤에 지어진 거야. 하기야, 몇 번이나 시대가 변했지.

―심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옛날만은 아니지. 지금도 아줌마가 경험한…

여기에 와서 1년 지났을 당시― 

여름 새벽녘의 일이야― 저 돌담에 사람 무리가 모여서 식끌벅적 떠들기에 가 보았어. 

젊은 남자가 쓰러져 있었는데…

저쪽 유곽에 다녀오는 길인 모양인데― 아줌마도 아는 사람인데 괜찮은 남자지. 

그런데… 의사가 달려와서 몸을 조사하니, 쩍 벌린 입 가득 홍색 견으로 된 쌀겨 주머니…”

“...”

“쌀겨 주머니를 삼켜서 그것이 목에 걸려 숨이 막혀 죽은 거야. …나중에 들으니 달밤에 이 좁은 길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아가씨의 뒤를 밟아서, 그리고 강제로 그러니까 무슨 흉내인지 모르겟지만, 

아가씨의 혀를.”

하고 아줌마는 하얀 얼굴로 날름 그 빨간 혀를 내보인다.

소년은 큰 백사에게 머리부터 햝아졌다.

“그 혀라고 생각한 것이 목에 걸려 기절한 거야. …혀라고 생각한 것이 쌀겨 주머니였던 거지.”

하고 다시 날름 보였다.

“어쩌죠, 아줌마?”

“괜찮아, 내가 있잖아.”

“그게 아니라, …아줌마, 저도요, 저기서 예쁜 아가씨에게 책을 빌렸어요.”

“아.”

하고 둥근 무릅에 손을 올렸다.

“이미 봤어? …신부 머리를 하고 보라색 옷을 입은 아름다운 고상한 18, 19세의… 

아아, 장난치고 있구나.”

라고 말했다. 아줌마는 그 도깨비, 마물, 귀신을―아아, 장난치고 있구나, 하고 혼잣말하고 그때 처음으로 진지한 얼굴을 했다.

나는 지금도 비몽사몽간에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한다. 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때부터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밤의 뒷나무문은 어린 마음에도 삼가게 된다. …대문의 벽보 종이만 사흘 닷새 계속해서 보고 서 있으면 그 아름다운 아가씨가 외출에서 돌아와 뒤에 와서 손을 잡고 황량하고 쓸쓸한 정원으로 데려가 그 사당문을 열고, 불빛 아래서 그림으로 익힌 갑옷궤 같은 기구 속에서 한 권의 구사조시를…

“해석해 줄까요? ―읽을 수 있어요? 가나뿐이네.”

“네, 읽을 수 있어요.”

“착한 아이네.”

격자문에 그 상반신을 내밀어 기품 있는 얼굴로 인사하고 사려졌다.

 



그 구사조시다. 한 권은 아버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집의 계단을 달려 올라갈 때, 다녀왔니 하고 말을 건넨바람에 깜짝 놀랐다. 품속에 넣긴 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없어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다만, 집에 돌아가기 전 너무 읽고 싶어서 큰 거리의 노점 앞 등불로 걸어가면서 조금씩 들춰 본 그림과 글씨가 쓰여 있는 부분은 – 지금 아줌마에게 말한 사사사(巳巳巳)의 이야기였다.

 


나는 지금까지도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그림자도 모습도 강도 황혼에 기름을 깔아 놓은 것처럼 눈에 선명하다.

 






1910년대 어느 달의 중순, 비가 많이 온 정오경부터 그 오키와에 홍수가 났다. ―강물이 온화하고 아름다우며 흐름이 부드러워서 여울도 거세지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옛사람들의 생각이겠지만― 이름에다 여자 이름을 붙여 부른 것은 희한하다.

1874(메이지 7년)년 7월 7일, 폭우가 계속 내리던 그 7일째 밤에 동네의 다른 강 하나도 크게 넘쳐 홍수가 났다. 7이란 숫자가 겹처서 죽은 사람도 속출했다. 전설 같지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비가 내렸을 때조차도 이 강은 패랭이꽃에 입을 헹구고 버들의 그림자는 검은 머리를 빗고 있었다.

게다가 이야기 속 강둑의 소나무 가로수가 버들나무로 바뀌게 되고, 마을 입구로 이어지는 곳에 목조의 큰 다리가 있었던 것을 이해에 석재 다리로 바꿔 걸었다. 공사 7할이 완성되었을 때, 교각에 콧구멍처럼 두 구멍이 생겨서 물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대낮의 홍수였기 때문에 죽은 사람은 없었다. 2층집은 간신히 피해가 없었지만 1층은 거의 탁류가 쓸고 지나갔다.

젊을 때부터 각지를 돌아다니고 나서 드디어 정착해 강 뒷길에 2층을 빌려 사는 소년의 아줌마에 해당하는 늙은이가 있다.

물이 한창 넘쳐 났던 2시 반경, 맞은편 2층 창을 열고 물을 보고 있으니 팔꿈치 밑으로 보이는 곁채 지붕의 지붕널은 비늘처럼 전율하며 ―북쪽 지방의 관습으로 누름돌로 올려 둔 작은 돌들이 가까스로 물보다 위로 나와 있는 기왓장이었다.

 


바로 눈앞을 아가씨의 머리가 떠내려간다… 히가노코 조각이 풀려서 떠 있고 살짝 보이는 것은 한 줄의 새빨간 뱀이다. 상자만큼 두꺼운 표지에 화려한 색의 소시를 말고, 장구가 굴러가듯 흘러갔는데 곧 홍색의 물방울을 날리며 그 가로수 소나무의 그중에서도 산보다 높은 나무 위로 나부끼며 올라가서 나뭇잎 사이로 숨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 주변, 공동 주택 주변의 다 쓰러져 낮아진 토담에는 몇백 년이나 묵은 뱀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독사가 많아 물에 잠긴 집들은 그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적지 않다.

 

다카다이의 힘이 센 장인 두 사람이 다음 날 물이 빠질 때, 뜨거운 태양 아래 오카와를 따라 구경하고 더운 나머지 400미터 정도 바다에 나가서 수영을 한 호걸들이 있다.

거친 바다의 해변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숨 막힐 정도로 더운데도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며 등골이 싸늘해졌다. 돌아보니 백사장의 한편에 이미 말라 버린 흙의 열기 속에 틈 없이 박아 놓은 가는 말뚝처럼 몇백 마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똑같은 뱀이 같은 모양으로 같이 서서 한 자 정도씩 모래 속에서 머리를 쳐들고 일제히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뱀들이 굽이칠 때 이빨과 바늘이 소리를 내며 울렸다.

―홍수에 휘말려 떨어지면서 처음으로 부드러운 땅을 알게 되어 모래에 파고들어 산 것이다. 

꺅 하고 섬이 중앙에서 갈라진 것처럼 두 사람의 몸은 해변으로 돌아오지 않고 파도가 밀어닥치는 물가에서 돌멩이처럼 좌우로 날아 벗은 몸으로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