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아래 석불이 무섭다는 글 보고 적는건데, 실제로 석불 중에서는 되게 무섭게 생긴 것도 많이 있음

난 불교는 아니고 이런 거랑은 관련이 있어서


비단 우리가 잘 아는 삼국시대 ~ 남북국시대 시기 석불의 경우





석굴암 불상경주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각도나 사람에 따라서는 몰라도 최소 '웅장하다', '예술적이다', '인자하다'가 먼저 나오지 무섭다거나 이상하다거나 괴기스럽다는 느낌이 먼저 다가오진 않거든 이는 심지어 한국 불상의 조각 미술을 모르는 국가에 가서도 어느정도 예술성을 인정 받는 작품들이 많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이런 조형 미술들이 고려로 갈 수록 현대의 관점에서 이상하거나 괴기스러워져서 실제로 무섭다는 말이 먼저 나올수도 있는 불상들이 많이 나오는데...





가령 이런 분들임..

순서대로 관촉사 미륵보살입상(은진미륵), 보원사 철불좌상(고려철불), 용미리 마애석불(쌍미륵), 아양동 보살



앞서 아래 글에 있던 불상은 송암미술관 입구 쪽에 있는 석불두 같은데, 이건 그래도 근세 이후 작품으로 보여짐


아무튼 저 유독 고려시대에 집중된 '이상하게 생긴' 불상 들은 역사 속에서도 현대에서도 민중들의 인기도 많았고, 해당 불상들을 오히려 유독 사랑하는 많은 이들도 있었으나 저 이상한 생김새에 대해서 조각계, 미술사학계 등에서도 연구와 논란이 많았었음. 이게 또 옛날에는 김원용 등 아주 저명한 미술사학자 마저도 석굴암 불상 등 통일신라 시기 때에 비해 신라 말부터 점점 퇴보하던 것과 엮어 기술이 형편없이 퇴보하며 벌어진 참극이라며 깎아내리는 말도 많았는데 


최근 연구에서 그게 조금씩 뒤집혔음. 왜냐면 저 보살들은 기본적으로 신라시기보다 몇배는 거대한데다, '관촉사 보살입상(은진미륵)' 연구 과정에서 색칠한 줄 알았던 눈동자가 검은 색 점판암을 정교하게 조각해 끼워 넣은 것임이 나오고, 아래 부분에 상당히 정교하게 표현된 옷자락 등 통일신라시기와 크게 안 다른 조각기술들이 나왔기 때문에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이다가 거의 기정사실화 되면서, 여러 설들이 나왔음.



기존 - 혼란했던 시대상으로 인해 통일신라 시기의 조각미를 잃어버린 졸작들(김원용)

1. 기적을 일으킬 만한 괴력의 소유자 같은 모습으로 민중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민중예술(유홍준)

2. 현대미술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신라와 추구하는 미가 달랐기 때문에 변화한 것으로 담대하고 아방가르드한 양식의 유행(배재호)

3. 고려 광종 시기 등 제왕의 권위를 세우고 중앙집권의 기초를 다지며 보관 등에 주목하며 거대한 불상을 조각(최선주)

4. 모든 것이 절충적으로 혼란했던 시기이기에, 민중예술이기도 하고, 담대한 변화이기도 했으며, 동시에 일부 불상은 당시 왕이나 시주자의 의도 등도 반영되었을 것(현재 절충적 가설)


그렇게 못생긴 불상들은 모두 누명을 벗게 되었음....


그렇지만 이렇게 끝나면 괴미챈이 아니잖음? 이건 내가 처음에 저 분들을 볼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유독 '고려 광종대'에 저런 식의 불상들이 만들어지거든 이건 불교와 미술사학계에게는 죄송스러운 생각일수 있지만, 



내가 하는 나쁜 상상 중 하나는 만약 그때 사람들이 본 것이 부처가 아니라면? 자신을 부처라 말하는 것이 등장한 것이었다면? 그래서 같은 시기에 이상한 불상들이 나온 것이라면? 그런 상상을 하기도 함. 


실제로 조선 후기 어우당 류몽인(柳夢寅)의 야담집 <어우야담>에는 귀신 들린 불상으로 이로운 신인 척 하는 '귀불'이 등장하기도 해서 당시에도 이런 소문은 있었나봄. 실제로 광종대는 거짓 미륵을 자처하던 궁예가 등장하고 사라진 지 얼마 안되었던 시대고 아래 석불이 무섭다는 글을 보고도 생각한거지만, 이 그림을 보고 왠지 기억이 나서 올림.


+) 여담


저 중간에 나온 파주 쌍미륵은 개신교+천부교+불교+도교가 섞인 사이비 '군화도덕교'의 포스터에 나왔던 적이 있어서 더 기괴함. 근데 정작 실제로 가보면 되게 멋져서 가보면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