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어릴 때부터 괴담이나 무서운 썰 같은거 좋아해서 주변 어른들이나 친구들한테서 각종 괴담들을 들었음.

물론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서 대부분은 까먹었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이야기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를 풀어보겠음.

다만 본인이 겪은게 아니고 들은 이야기인데다 들은지 전부 최소 10년은 되어서 중간중간 각색한 것도 있으니

너무 따지진 말고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듣는게 좋을거임.





이 이야기는 고등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다.

선생님은 처음 교사 시절을 인천의 어느 한 고등학교에서 보내셨다. 지금이야 인구감소와 우범지대, 조선족 밀집 지역 등 여러 이유로 마계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인천이지만 선생님이 지내시던 30년 전, 1990년대만 해도 광역시로서의 위상을 누리고 있었고 선생님이 다니던 학교 역시 지역의 명문고였다고 한다.


이 학교에는 A라는 한 학생이 있었는데 이 학생은 전교회장이었던데다 공부 성적은 전교 1등 이었고 운동도 잘하고, 부모님은 각각 변호사와 의사이며 여친은 당시 학교 퀸카였던 등 진짜 드라마에서 나온 듯한 말 그대로 엄친아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학생이었다고 한다. 허나 이 A에게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있었는데...











바로 당시 학교 문제아들의 대장인 일짱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싸움을 그리 잘하던 건 아니지만 전교회장으로서의 리더십과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압도적인 재력, 그리고 겉보기 우등생으로서의 가진 각종 인맥으로 학교 내 문제아들의 대장이 된 그는 비록 교사나 다른 학생들 앞에서는 예의 바르고 친절한 우등생일지언정 남들 안 보는 곳에서는 문제아들과 함께 술 담배를 즐기는, 마치 야누스와 같은 양면성을 지닌 학생이었던 것이다. 물론 교사들도 바보는 아닌지라 그의 비행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말했듯이 배경이 남 다른데다 겉으로의 평판을 매우 중시하는 A가 사고를 치는 다른 문제아들을 단도리질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거의 쉬쉬하는 경향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게 좋은거지'라며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중, 열혈체육교사 B가 학교에 부임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게 되었다.


B교사는 여러 학교 드라마에 나오던 열혈체육교사처럼 체육복 차림에 빠따를 들고 다니면서 문제의 기질이 보이는 얘들한테 가차없는 빠따질을 하기로 유명했다. 아무리 A가 제어한다 해도 거꾸로 A의 백만 믿고 문제아들이 학교 내외에서 사고를 치는 경우가 잊을만 하면 들려오자 명문고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교감, 교장이 골머리를 앓고 교사들은 A의 백이 두려워 쉬쉬해 하던 중 B는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학교 내외를 가리지 않고 문제아들이 사고를 치거나 불손한 행동을 보일 때마다 빠따질을 해댔고 이로 인해 불온한 소식이 줄어들자 교감과 교장을 B를 열렬히 신임하였다. 교장과 교감의 신임을 받게 된 B교사는 등에 날개가 달린 듯 더 열심히 빠따질을 해댔고 이 모든 문제아들의 근본이 A라는 것을 알게 된 뒤 그를 주시하게 되었다. 그러나 A는 겉보기를 신경쓰는 데다 B교사가 자기를 노리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꼬투리를 안 잡히려고 노력하였고, B교사 역시 아무런 증거 없이 빠따질을 할 정도로 몰상식하지 않았기에 뜻하지 않게 학교 내에는 모두가 알게 모르게 A학생과 B교사 간의 조용한 대치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냉전이 계속된지 약 1달 뒤, 결국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B교사의 집중적 감시가 1달째 이어지면서 좀처럼 비행을 하지 못하던 A는 점차 스트레스가 쌓여갔고 결국 다른 일진들과 함께 담배를 피기로 하였다. 당시 학교 5층에는 체육물품 창고가 있었는데 5층 자체가 꼭대기인데다가 5층 자체가 창고나 독서실, 특수교실 등으로 구성되어 평소에는 인적이 드문데다 청소담당 학생도 대충 청소하고 내려가는 곳이다 보니 청소시간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 은밀한 곳이었다. 그렇게 A와 일행들은 인적 없는 창고에 박혀 오랜만에 마음껏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는데








야! 여기 담배 냄새 피우는 놈들 누구야! 빨리 문 안 열어!




담배 냄새가 퍼졌던 걸까, 아니면 B교사 나름의 감이 있었던 걸까?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몰라도 성난 B교사 잠긴 창고 문을 두들기기 시작한 것이다.




졸지에 독 안에 든 쥐가 되어버린 다른 일행들은 패닉에 빠졌으나 우등생 A학생은 역시나 잘 돌아가는 머리를 이용해 창고 옆면 상부에 나있던 작은 창문에 몸을 어떻게든 비집어 탈출을 시도하였다. 어떻게든 탈출을 하였으나 떨어지면서 쿵 소리가 나자







야! 거기 옆으로 탈출한 놈 누구야! 거기 안 서!



B교사는 창고에 갇힌 쥐들 대신 A학생을 쫓기 시작했다. 그러나 A는 떨어져서 아픈 몸을 이끌면서도 필사적으로 도망쳤는데 이는 빠따질이나 평판에 금이 가는 것을 두려워서이기도 하지만 제일 우려되는 것은 생기부였다. 당시 고3이었던 A에게 성적만 보면 명문 대학 진학은 당연한 것이었고 A의 부모 역시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만약 B에게 담배 핀 것을 걸리면 B는 신이 나서 생기부에 온갖 악평을 적을 것이고 학생주임이기도 한 B의 악평 생기부는 명문대 진학에 치명타가 될 것이었다.


그러한 연유로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A는 계단이 보이자 계단을 내려가면서 B가 어디까지 쫓아왔나 살피기 위해 뒤를 돌았는데










갑자기 A의 몸이 공중에서 거꾸로 뒤집혔다.



이 고등학교는 특이하게도 내부 계단 말고 학교 옆면에 외부로 노출된 계단이 있었는데 보편적인 지그재그 계단이 반원형 계단통에 결합된 이 계단은 약 1m 높이의 철제 난간만이 유일한 추락방지 시설이었다. 학생들의 키를 생각하면 다소 낮은 높이긴 하나 어린 아이도 아닌 학생들이 알아서 조심하기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며 필사적으로 계단을 내려가던 A는 미처 계단이 끝났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헛발질과 함께 비틀대면서 앞으로 쓰러졌고 






A의 허리높이에 있던 철제 난간은 그대로 A를 거꾸로 회전시켜 밖으로 내던져버렸다.













난리가 났다. 청소시간이었기에 외부에서 빗자루질을 하던 수많은 학생들이 이 광경을 목격하였고, 






'퍽'하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나고 약 3초간 정적이 흐르더니 온갖 비명과 괴성, 절규가 학교에 울려퍼졌다.






당시 선생님은 사건현장으로부터 운동장 반대편에서 등을 돌리고 있었기에 사건 자체를 직접 보진 않으셨고 학생들의 비명을 들은 뒤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셨지만 다른 남자 교사들이 현장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한다. 이후 119가 와서 A학생을 긴급후송 하였지만 이미 현장에서 즉사한 상태였다고 하였다.



이후 교사진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파란이 일었는데 당장 B교사, 그리고 그런 B교사를 신임하던 교장, 교감에게 온갖 질타가 쏟아졌다. 사건의 중심이었던 B교사 역시, A를 요주의 인물로 봤을지언정 죽일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큰 충격을 받았고 학부모들의 비난, 그리고 무엇보다 A학생의 부모로부터의 원망 어린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모든 책임을 진 채 교사직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당시 사건 현장을 목격한 학생들의 정신적 트라우마였다. 당장 근처에 있던 수많은 학생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몇 달씩 병원 진료를 받았고 이후에도 후유증을 달고다니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중 제일 심한 학생이 당시 선생님이 맡던 반의 한 여학생이었다. 이 여학생은 A가 추락하던 현장에서 겨우 2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당시 사건 현장을 수습하던 남자 교사가 이후 말하기로는 이 여학생은 얼굴에 핏물이 튀어 피범벅이 된 채 자리에 주저앉아 미친 듯이 이 한 마디만을 반복하였다고 한다.

































눈이 마주쳤어! 눈이 마주쳤다고!







이후 이 학생은 정신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자퇴 후 소식이 끊겼는데 건너건너 들린 소식으로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지만 진위는 알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귀신 이야기가 아니라 사건 사고 이야기입니다. 뉴스에 나오지 않을 뿐이지 알게 모르게 큰 사고 겪으신 분들이 많더라고요.